바다가 얼마나 오염됐으면, 철새들이 비닐과 같은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착각해서 새끼에게 먹일까.
영국 BBC 방송이 곧 방영할 자연 다큐멘터리 ‘푸른 행성(Blue Planet) 2’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플라스틱 조각을 새끼에게 먹이는 안타까운 광경이 목격됐다고 제작자 데이비드 아텐보로가 밝혔다.
영국의 대표적인 철새 부비새가 비닐봉지를 부리로 뜯고 있다./그린피스
유명 방송인이자 동식물 학자인 데이비드 아텐보로는 그의 ‘푸른 행성’ 방영에 앞서, 국제 환경보호 단체 그린피스(Greenpeace)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의 북부 스코틀랜드의 자연환경 촬영 중에 목격한 상황을 전했다.
아텐보로 제작팀은 스코틀랜드의 한 해안에 서식하는 동물들을 촬영하던 중에, 뉴질랜드에서 온 철새 부비새(gannet)와 바다오리(puffin)가 새끼들에게 오물로 얼룩진 비닐을 먹이는 장면을 목격했다. 또 다른 조류(鳥類)뿐 아니라, 돌묵상어, 물개, 고래 등도 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오염된 바다에서 살고 있었다.
아텐보로는 그린피스와의 인터뷰에서 “알바트로스는 50년간 암수가 쌍을 이뤄 살며 북극해를 돌아다니며 먹이 활동을 해 파트너와 새끼를 먹이는 정말 놀라운 새인데, 그 부리에서 나온 게 알바트로스가 제일 좋아하는 작은 물고기도, 오징어도 아니고, 플라스틱이라는 사실에 정말 마음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이번에 촬영된 장면에는 바다오리가 부리에 플라스틱 조각을 문 모습도 있었다.
스코틀랜드의 한 해안에서 바다오리 한 마리가 푸른색 플라스틱 조각을 부리로 물고 있다./ 그린피스
그린피스의 환경운동가 루이스 엣지는 24일 데일리 메일에 “매일 버려지는 많은 양의 플라스틱 탓에, 북극해부터 영국의 해안에 이르는 바다가 모두 오염되고 있다”며 정부와 기업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 7월 플라스틱 보증금(deposit)과 환급에 관한 제도를 새로 도입하기로 했고, 정부 산하의 환경감시위원회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재활용 컵 사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 공청회를 열고 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