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국제 테러리스트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필리핀 이슬람 무장조직 지도자가 사망했다. 지난 5월 필리핀 남부 마라위를 장악한 반군 소탕전도 4개월여만에 마무리되어가는 모양새다.

AFP통신에 따르면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은 16일 남부 도시 마라위에서 이슬람 반군을 상대로 최후의 접전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 정부군이 아부사야프의 지도자 이스닐론 하필론을 죽였다고 밝혔다. 아부사야프는 주로 민간인 납치·참수를 일삼는 무장조직으로 과거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했다.

지난 5월 필리핀 남부 도시 마라위 장악을 주도한 반군 단체 '마우테'의 지도자 오마르 마우테도 이날 하필론과 함께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부사야프와 마찬가지로 IS를 추종하는 필리핀 반군조직 '마우테'는 5월23일 하필론과 힘을 합쳐 마라위에 IS 깃발을 내걸고 일부 지역을 장악, 정부군과 교전을 벌였다. 당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라위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했고 이후 마라위를 탈환하기 위한 군사작전이 활발히 진행됐다.

현재 필리핀 지상군은 4개월에 걸친 이슬람 반군 소탕을 위해 막판 총공격에 나섰다.

로렌자나 장관은 "(하필론과 마우테의 사망이라는) 지금의 전개는 곧 마라위 사태가 거의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2~3일내 적대행위가 끝났음을 공표하겠다"고 선언했다.

필리핀 당국은 앞서도 마라위에서 이슬람 반군 완전 진압에 성공했다고 수차례에 걸쳐 발표했지만 이들은 마라위에 잔존하며 계속해서 기승을 부렸다. 그러나 반군의 마라위 장악을 주도한 인물이 사망하면서 이번엔 사태가 정부군의 승리로 종료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필리핀 대통령실도 하필론이 사망한만큼 마라위 복구·재건 작업에 조만간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5월 반군이 마라위를 장악한 이후 지금까지 1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주민 40만명이 살던 터전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미국·필리핀 정부로부터 현상금이 내걸려있는 만큼 시신에 대한 유전자 감식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하필론의 체포에 500만달러(약 56억원)의 현상금을 책정했다.외신

하필론은 지난 2001년 미국인 납치사건에도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군은 현재 마라위에서 말레이시아인 지도자 마흐무드 아흐마드를 추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