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내부적으로 심각한 전력부족 상황에 시달리고 있는 정황을 드러내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비밀연설문이 공개됐다.
마이니치신문은 1일 특집기사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올 5월3일 노동당과 국가경제기관의 책임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문을 입수해 그 내용을 공개했다.
‘전력문제를 해결하여 경제강국 건설의 돌격로를 열어나가자’라는 제목의 이 연설문은 노동당 출판사가 발간한 책자로, 19페이지에 걸쳐 게재됐다.
마이니치는 이 책자가 연설 이후인 5월 25일에 발행됐지만,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등 북한 언론은 이에 대해 일체 보도하지 않았으며, 노동당 내부 학습용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전력문제는 경제강국 건설에서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하는 가장 중요하고도 긴박한 문제”라며 단도직입적으로 전략문제 이야기를 꺼내며 연설문을 시작했다.
연설문은 이어 “전력 사정이 절박해 생산 차질을 초래하고, 인민의 생활에 불편을 끼치고 있다”, “전력은 생산이며 전력의 증산은 곧 생산의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라며 북한의 힘든 전력 사정을 지적했다.
김정은은 북한 경제건설의 관건인 전력이 얼마나 위기 상황인지 적나라하게 밝혔다.
그는 연설문에서 “화력발전소와 수력발전소에서 전력 생산을 늘릴 수 없는 주된 원인은 석탄과 물 부족이다”, “석탄 공업 부문, 철도 운수 부문에서는 화력발전용 석탄 보장에 최우선적으로 힘을 넣고, 1주일 분 이상의 예비 석탄을 마련해야 한다는 위대한 장군님(김정일)의 유훈을 관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정은은 또 전력의 유효한 활용을 위해 국가통합 전력 관리 체계를 도입했다며 “전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당분간 국가적으로 중시해야 하는 단위에 전기를 우선하는 규율을 세워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귀중한 전력을 낭비하는 것은 중대한 범죄 행위”라며 “전력 사용의 한도 초과, 불법 전기 사용에 대해서는 재정적, 법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도 했다.
또 “앉아서 걱정만하는 우국지사가 아니라 문제를 하나라도 해결하는 실천가형 간부가 필요하다”면서 당 간부가 앞장 서서 ‘절약투쟁’을 펼치라고 요구했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구체적인 절전 방법까지 언급했다. 그는 “간부들이 밤에 사무실에서 일 할 때 실내등 대신 탁상등을 이용하면 적잖은 전기를 아낄 수 있다”, “주택이나 기관 청사의 복도 조명에 자동감지기를 설치하는 등 절약 방법을 개발하고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건축물 설계는 허가하지 않겠다며, 평양에 완공한 뉴타운 여명거리를 에너지 절약형의 모범으로 지적하며 북한 전국으로 확산하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중소 규모 발전소를 곳곳에 건설하겠다며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를 접근시키면 전력의 중도 손실을 줄일 수 있고, 전쟁의 관점에서 유리한 점이 많다”고도 했다.
아울러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등 자연에너지를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나타내며, 주체적인 ‘핵동력 공업’을 창설해 원자력 발전소의 조기 건설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마이니치는 머지 않은 미래에 북한에 대규모 원전이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핵무기로 전용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