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를 향해 4일 밤(현지시간) 예멘에서 탄도미사일이 발사됐다. 사우디군이 격추,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쏜 이 미사일이 도시에 떨어졌다면 전면전까지 일어날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이날 사우디를 방문 중이던 사드 알 하리리 레바논 총리(47)는 전격적으로 사임을 발표했다. 이란과 헤즈볼라의 압력을 비판하며 “암살 위협”을 이유로 이란의 적대국 사우디에서 사퇴를 밝힌 것이다.
또 이란은 중거리 미사일을 처음 공개했고, 수도 테헤란에서는 “미국 타도”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이슬람국가(IS) 붕괴 이후 중동 지역이 요동치고 있다. ‘포스트 IS’ 정국에서 영향력이 커진 이란을 견제하려는 사우디와 중동 맹주를 확보하려는 이란의 패권다툼이 가시화 되고 있는 것이다.
■ 예멘과 레바논,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
리야드를 겨냥한 후티 반군의 미사일은 사우디가 예멘 정부를 무너뜨린 후티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2년여 만에 수도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을 노린 공격이었다. 사우디연합군은 즉각 예멘의 수도 사나에 보복공격을 단행했다. 사우디연합군은 “후티의 행위는 이 지역의 테러지원국 중 하나가 후티를 지원한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밝혔다. 이란을 향한 강력한 비판이다.
후티의 공습은 하리리 총리의 사임 발표 직후 이뤄졌다. 사우디 국영 아랍뉴스는 정치분석가 함단 알셰리의 말을 인용, “헤즈볼라·이란의 협박에 저항해 하리리가 사퇴한 날 공격이 이뤄진 것은 이란의 불만의 신호”라고 전했다. 하리리의 갑작스러운 사퇴 결정에 레바논 베이루트아메리칸대 힐랄 카샨 교수는 “사우디가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와 레바논 정부의 연결을 끊기 위한 첫발이자, 헤즈볼라에 대한 대항을 정당화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헤즈볼라는 1980년대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를 점령하자 이에 저항하기 위해 꾸려진 시아파 무장정파다. 같은 시아파인 이란의 지원으로 헤즈볼라는 레바논 내부에서는 물론 시리아 내전에 개입할 정도로 세력을 키웠다. 레바논은 하라리로 대표되는 수니파, 헤즈볼라의 시아파, 미셸 아운 대통령의 마룬파 등 기독교도가 권력을 분점하며 아슬아슬한 동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리리의 결정은 시리아 내전과 IS 격퇴전을 거치며 힘의 구도가 헤즈볼라와 이란으로 기울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하리리가 사퇴하며 “이란이 헤즈볼라를 통해 국가 속 또 다른 국가를 세웠다”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란 외교부는 “비현실적이고 근거가 없으며 레바논과 중동의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11대학의 카타르 아부 디아브 교수는 “중동 내 긴장 악화, 이란에 대한 미국의 새 전략으로 그동안 (헤즈볼라의 움직임을) 묵인해왔던 하리리는 자신의 존재가 헤즈볼라를 정치적으로 은폐하는 데 이용되길 원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 이란, 시아파 벨트를 노리다
사우디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견제에 맞서 이란도 날을 세우고 있다.
이란은 이라크와 시리아, 레바논을 지나 지중해로 이어지는 이른바 ‘시아파 벨트’의 완성이 관건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리리의 사임은 이란의 이 같은 구상이 중동 국가들에 미치는 위험성을 알리는 메시지일 수 있다.
이란은 이날 하라리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테헤란의 옛 주이란 미대사관 앞에서 중거리 지대지미사일 ‘세질’을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했다. 사거리 2000㎞에 이르는 이 미사일을 반미 항쟁의 상징인 ‘미대사관 인질 사태’ 38주년에 맞춰 선보인 것이다. 이날 테헤란에서는 “미국을 타도하자” 등의 구호가 울려퍼지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과 이스라엘 국기가 불태워졌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외신
출처: 료녕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