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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가 흐르던 교회… 범인이 좌우로 총알을 퍼부었다

[기타] | 발행시간: 2017.11.07일 03:05
[텍사스 시골 총기난사 참극… 최소 46명 사상]

- 방탄조끼 입고 반자동 소총으로

목격자들 "15초간 강력한 총성"

임신 8개월 여성·5세 어린이… 일가족 8명이 한꺼번에 사망

- 용감했던 주민들

범인에게 대응 사격하고 추격… 범인,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

- 아내 때려 구금형 받았던 범인

며칠전 페이스북엔 총사진·욕설… 장모 사는 동네로 가서 범행

미국 하루에 한번꼴로 총기난사


5일(현지 시각) 오전 미국 텍사스주(州) 샌안토니오에서 동남쪽으로 50㎞쯤 떨어진 작은 마을 서덜랜드 스프링스에 검은색 전투 복장에 방탄조끼까지 입은 한 20대 백인 남성이 나타났다. 농업과 낙농업이 주업인 서덜랜드 스프링스는 인구 400명도 안 되는 작은 마을로 주민들이 대부분 서로 알고 지내는 곳이다. AP 등 외신은 이곳에서 "텍사스주 사상 최악의 총기 참사가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인구 400명도 안 되는 '작은 마을'에서… ‐ 5일(현지 시각) 밤 미국 텍사스주(州) 샌안토니오 인근 서덜랜드 스프링스 제1침례교회 인근에서 열린 총격 사건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에 참석한 주민 모나 로드리게즈(왼쪽)씨가 슬픔에 잠긴 아들 앤서니(가운데)를 위로하고 있다. 이날 아침 이 교회에 괴한이 난입해 예배를 보던 주민들에게 반자동 소총을 난사해 최소 26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다쳤다. /AP 연합뉴스

이 남성은 마을 주유소를 거쳐 제1침례교회 근처에 차를 세운 후 교회 쪽으로 걸어갔다. 잠시 후 11시 20분쯤 총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총격범 데빈 패트릭 켈리(26)는 예배당 중앙통로를 걸어가며 예배를 보고 있던 주민들을 향해 좌우로 번갈아가며 총격을 가했다. 교회 길 건너 주유소에서 일하던 한 여직원은 "갑자기 20발 정도의 총성이 연달아 들렸고, 사람들은 주유소 안으로 달려와 숨었다"고 했다. 목격자들은 "총격범이 여러 차례 총탄을 재장전하면서 총을 쐈다"며 "약 15초간 집중적으로 강력하고 빠른 총성이 울렸다"고 했다.

켈리는 M16 소총을 기반으로 만든 루거 AR-15 반자동 소총을 난사했고, 교회 안은 아수라장이 됐다. 5세 어린이부터 임신 8개월 된 여성, 72세 노인까지 최소 26명이 목숨을 잃었고 20명이 다쳤다. 23명은 교회 안에서, 2명은 교회 밖에서 숨졌다. 1명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을 거뒀다. 이날 총격 사건으로 사망한 26명 중에는 일가족 8명이 포함돼 있다고 CNN은 전했다.

/그래픽=이철원 기자, 자료=NYT·데일리메일·페이스북

그나마 용기 있는 주민들이 신속히 대응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범행 후 교회 밖으로 나온 켈리는 한 주민이 자신을 향해 사격을 가하자 들고 있던 총기를 떨어뜨리고 자신의 차로 달려가 과달루페 카운티 방향으로 도주했다. 이 장면을 목격한 트럭 운전자 조니 랑겐도르프는 그 주민을 자신의 트럭에 태우고 시속 150㎞ 속도로 범인을 쫓았고 범인의 차는 얼마 못 가 도로를 벗어나며 멈춰 섰다.

랑겐도르프가 차를 세우고 경찰에 연락하는 동안 그 주민은 범인에게 달려가 제압하고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5∼7분간 현장을 지켰다. 이 주민의 신원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켈리는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나 주민이 쏜 총에 맞은 것인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무장한 이웃 주민이 켈리에게 대응하지 않았다면 더 많은 사람이 희생됐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켈리는 퇴역 군인으로, 서덜랜드 스프링스에서 북쪽으로 56㎞ 떨어진 뉴브라운펠스에 살았다"고 했다.

참극이 일어난 텍사스 서덜랜드 스프링스 교회. /AP 연합뉴스

미 공군 대변인 앤 스테파넥은 이날 "켈리가 2010년부터 뉴멕시코주의 한 공군기지에서 근무하다 2012년 자신의 아내와 아이를 폭행한 혐의로 군법재판에서 1년 구금형을 받은 후 2014년 불명예 제대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켈리와 테러 조직과의 연관은 드러나지 않았다"며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라고 했다. 켈리는 며칠 전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AR-15 소총 사진과 함께 '그녀는 나쁜 X'라는 욕설을 남겼다. 이 동네에는 그의 장모가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1일 58명의 목숨을 앗아간 라스베이거스 총격 사건 이후 불과 한 달여 만에 벌어졌다. 보스턴글로브가 비영리단체 총기사건아카이브(Gun Violence Archive)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 들어 미국에서 4명 이상 희생된 총기 난사 사건이 307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하루에 한 번꼴이다.

일본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사건 발생 직후 트위터에 "사상자와 주민들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이라는 글을 올리고 전 연방 건물에 조기를 게양하라고 지시했다.





[뉴욕=김덕한 특파원 ducky@chosun.com]

출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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