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운명에 없을 것 같던 2년 동안의 슈퍼리그 시즌은 진한 울림으로 남았다.
강등이라는 결과를 납득 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무언가 불쾌감을 주는 울분이 욱하고 치밀 때가 있다. 프로 축구는 어디까지나 실력과 결과로 승부를 가른다. 강등으로 끝난 시즌을 추억으로 접어야 하는 지친 가슴은 무엇으로도 위로가 안되는 같다.
무모하게 희망을 힘주어 말하기도, 주체할 수 없는 낙담을 넋두리하기도 흐리터분한 시기이다.
‘우리들은 죽어가고 있는가, 우리들은 살아가고 있는가, 우리들의 목숨은 자라나는 돌덩이인가, 꺼져가는 꿈인가, 현실의 삶은 죽어가는 빛인가, 현실의 죽음은 뻗어가는 빛인가.’
(마광수, ‘자유에’ 전문)
연변축구가 여러 원인으로 인하여 슈퍼리그에서 탈락하는 불운을 겪었지만, 우리의 청빈한 축구리념이 중국특색의 축구풍토에서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은 축구서민들의 고통이다. 고스란히 축구에 대한 폭력으로 행해지는 만행에도 열광하는 중국축구팬들은 ‘즐거운 마조히스트’로 길들여진 듯하다. 또한 여러 팬들이 푸념하는 중국축구가 전반 중국사회의 축소판이란 론조에 큰 공감을 갖는다.
연변축구는 흙탕길을 ‘말쑥하게 가는 나그네’이다.
시내물의
흐름을
찬히 보아라
천리만리
먼먼 길도
자신만만타
흐르고
흐르고
내처 흐르며
한평생
말쑥하게
가는 나그네
(김성휘 ‘시내물’ 전문)
말쑥한 ‘나그네’에게 동정이나 련민을 보내도 어차피 어지러운 환경에서 이단아로 분류되는 것이야말로 보편적 가치이다. 그래서 연변축구팬들의 마음은 더욱 아프고 힘들어야 했는지 모른다. 더우기 틈새의 소수자들에게 연변축구는 곧 ‘고향’이고 ‘민족’이였으며 진정한 ‘나’를 비추어 보여주는 깨끗한 거울이 였다.
래년의 갑급리그 복귀를 어떤 형식으로 준비해 나갈지 모든게 미지수이다. 여러 주축 선수들의 이적설 등 여러 소문들이 무분별하게 나돌기 시작했다. 소리소문과 추측으로 어지러운 나날이 련속 될 것이다.
그러나 겨울이 아무리 춥다 해도 봄은 반드시 다가온다. 말쑥한 나그네 마음속에 봄이 오면 묵은 상처와 아픔들이 어떤 꽃으로 피여올라 어떤 향기와 악취를 남길지 장담은 어렵다.
연변팀이 강등하게 됨은 어디까지나 내적인 결함이 제일의 화근이다. 구단 운영에서 획기적인 개선을 가져오길 바랄 뿐, 별 기대 않는 것이 솔직한 심경이다.
기적의 갑급리그 1년과 짜릿한 슈퍼리그 2년은 꿈처럼 흘러가 옛말이 돼버렸다.그래도 연변축구가 한결같이 꿈속을 거닐 듯 말쑥하게 가는 시내물로 흐르길 바란다.
흙탕길 가는 ‘나그네’의 꿈이 현실로 피여나면 ‘봄’은 말쑥하게 단장하고 깨여나 올 것이다.
아직은 음산한 겨울이지만…
글: 모동필 | 酕冬筆
출처: 중국조선어방송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