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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조 석유 주식 내다판다는 석유대국 노르웨이, ‘석유의 종말’ 내다보나

[기타] | 발행시간: 2017.11.18일 09:01

운용 자산 1조달러로 세계 최대 규모인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석유·천연가스 관련 주식을 처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유가 하락 등으로 인한 리스크에 미리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세계 석유시장의 큰 손으로 서유럽 최대 산유국이기도 한 노르웨이의 이같은 행보에 ‘석유의 미래’를 둘러싼 논쟁이 다지 불거지고 있다.

국부펀드 관리를 맡고 있는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16일(현지시간) 재무부에 보낸 서한에서 투자 다각화가 필요하다며 석유·천연가스 관련 주식을 처분하자고 제안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현재 보유 중인 석유·천연가스 관련 주식은 370억달러(약 40조7000억원) 규모다. 로열더치셸과 엑손모빌 지분을 각각 2.33%, 0.82% 보유하고 있다. 지분가치는 54억달러, 31억달러에 이른다. 셰브론과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주식도 20억달러씩 가지고 있다. 중앙은행은 “이번 제안이 향후 에너지 업종이나 유가 변동에 대한 구체적 전망에 따른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석유·천연가스 주식을 처분하면 유가 하락에 덜 취약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노르웨이 정부가 국영 에너지기업 스타토일 지분 67%를 보유하는 등 이미 관련 분야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 있는 상태기 때문에 투자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은 “유가 안정기에는 석유·천연가스 주가가 시장 전체와 함께 움직이지만, 하락기에는 다른 종목에 비해 훨씬 가파른 하락세를 보인다는 분석 결과를 근거로 했다”고 덧붙였다.

노르웨이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합해 하루 370만배럴을 생산하는 나라다. 경제에서 석유·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넘는다. 뉴욕타임스는 “유럽 최대 석유생산국조차 석유의 미래를 확신하지 못한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지난 20년간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석유 투자를 계속해서 늘려왔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텍사스대 에너지연구소 마이클 웨버 부국장은 뉴욕타임스에 “석유와 가스로 돈을 버는 나라가 주식 처분 계획을 세웠다는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에드워드존스인베스트먼트의 에너지 분야 수석연구원 브라이언 영버그는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결정을 뒤따르는 움직임이 커진다면 실질적인 충격이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의 금융전문 온라인매체 브레이킹뷰스는 대형 투자기관 사이에서 석유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4년 이후 유가가 급락한 반면, 재생에너지 비중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늘면서 화석연료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압력 또한 커지고 있다. ‘원조’ 석유재벌 록펠러가의 가족펀드는 지난해 엑손모빌 주식 전부를 처분하고 석탄과 캐나다 오일샌드 투자도 모두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과 캘리포니아교원연금(CalSTRS)도 올해부터 석탄화력발전 투자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계 석유·천연가스 주식의 1.5%를 보유한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관련 주식 처분 계획을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앞서 다른 기관투자자들의 주식 처분을 초라하게 만드는 규모”라고 보도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의 이번 발표로 화석연료 퇴출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한층 더 커질 전망이다. 벨기에 브뤼셀 소재 싱크탱크 리디파인 소장 소니 카푸어는 “석유·가스업계의 강력한 로비에 맞선 상식의 뒤늦은 승리”라면서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앞으로 녹색 투자를 10배는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환경보호단체 세이프클라이메이트켐페인 대표 댄 베커는 “그간 화석연료 퇴출 운동은 환경단체와 대학, 소규모 기업 등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이뤄졌지만 노르웨이의 이번 발표로 크게 더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주식 처분을 두고 ‘석유의 종말’이 임박한 징후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중앙은행의 이번 발표도 제안일 뿐 실제 처분은 빨라야 내년 가을에나 점진적으로 가능할 전망이다. 재무부 검토를 거쳐 의회 승인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수 년 사이 석탄 산업은 급속히 위축됐지만, 이를 석유 산업에 단순대입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이터는 “엑손모빌, 셰브론, 셸, BP, 토탈 등 상위 5개 석유기업의 시장가치는 1조달러가 넘는다”면서 석탄기업에 비해 규모가 훨씬 더 크다고 지적했다. 덩치가 큰 만큼 변화의 폭과 속도 또한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독일 금융사 알리안츠의 에너지 애널리스트 로한 머피는 로이터에 “노르웨이의 이번 발표가 다른 주요 투자기관들까지 동참하는 광범위 추세의 시작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석유의 미래는 결국 수요와 가격에 달렸다고 보도했다. 석유기업들은 앞으로도 한동안 석유의 시대가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존 왓슨 셰브론 CEO는 “석유 수요가 최고점에 이르렀다는 징후는 없다”면서 “앞으로 10~20년 동안은 수요가 계속 늘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범위는 제한적이며, 자동차 수요가 급격히 늘 것으로 전망되는 인도나 나이지리아 같은 신흥발전국가가 가까운 시일내 전기차 인프라를 갖출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셰브론은 전망했다. 설사 전기차 비중이 커진다 해도 여전히 석유를 필요로 하는 항공과 철도 운송 또한 커질 것이기 때문에 상쇄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엑손모빌은 2040년까지도 운송 산업의 90%가 석유에 의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출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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