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국회의장에 사퇴 편지 보내면 절차 시작…초안 이미 작성"]
지난 19일 밤 국영 TV에 출연해 연설하는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 /AFPBBNews=뉴스1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사퇴하기로 했다고 CNN이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무가베 대통령은 41세 연하인 자신의 부인에게 자리를 물려주려다 역풍을 맞았으며, 수도를 장악한 군부와 수만 시위대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다.
소식통에 따르면 무가베 대통령은 군부로부터 자신과 가족의 신변 안전은 물론 사유 재산을 보장받았다. 대신 지난 37년간 유지해온 대통령직에서 스스로 물러나기로 했다. 사퇴 절차는 국회의장에게 사퇴 의사를 담은 편지를 보내면 시작된다. 초안은 이미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무가베 대통령은 전날 밤 9시께 국영방송 ZBC에 나와 군부 주요 장성들과 나란히 앉은 모습을 연출했다. 이날 20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최근 발생한 정치적인 혼란 등에 대해 언급했지만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
그는 다만 군부의 수도 장악과 자신과 가족의 가택 연금에 대해 "헌법 질서를 위반한 것도, 국가와 정부 지도자인 자신에 대한 도전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군부 장성들도 자신들의 행위가 쿠데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무가베의 TV 연설에 대해 CNN에 제보한 소식통은 "군부가 자신들의 행위가 합법적이며, 무가베 대통령이 이를 인정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집권당인 ZANU-PF(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 연맹)는 전날 오전 주요 당직자 회의를 열고 무가베 대통령의 당 대표직을 박탈했다. 또 이날 오후 정오까지 무가베 대통령이 자진해서 사퇴하지 않으면, 탄핵 절차를 밟겠다고 경고했다.
군부와 ZANU-PF의 지지를 받는 에머슨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75)은 무가베 대통령으로부터 경질된 지난 6일 생명의 위협을 이유로 해외로 출국했으나, 이후 행방은 알려지지 않았다.
유희석 기자 heesuk@mt.co.kr
출처: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