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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기능식품보다 이것 먹는게 더 효능 입증'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7.11.25일 09:04
명승권 국립암센터 교수 “건강기능식품, 효능 입증될 때까지 ‘식이보충제’로 불러야”

[이형삼 전문기자의 人]‘메타분석’ 전문가 명승권 국립암센터 교수

명승권 교수는 “가장 확실한 암 예방법은 생활습관 개선”이라며 근거가 불분명한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지말라고 거듭 강조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형삼 전문기자


명승권 교수(49)의 일상은 암(癌)으로 시작해 암으로 끝난다. 명 교수는 국립암센터 병원 가정의학과와 암예방검진센터에서 진료하고,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에서 강의하며, 국립암센터 연구소에서 암역학을 연구한다. 그러니 누구든 그를 만나면 “암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가 첫 질문이다. 그의 대답은 언제나 같다.

“금연, 절주(주 2회, 한 번 마실 때 남성은 소주 3잔, 여성은 1잔 반 이하), 표준체중 유지, 규칙적인 운동(주 3∼5회 30분 이상 걷거나 뛰기), 과일과 채소 고루 섭취, 주 2회 생선 섭취, 싱겁게 먹기, 붉은색 고기 적게 먹기(주 510g 이하) 같은 생활습관 개선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워낙 상식적인 얘기라 물어본 사람이나 답한 사람이나 좀 멋쩍긴 마찬가지다. 그가 말미에 이 한 마디를 덧붙이기 전까지는.

“그리고… 건강기능식품 드시지 마세요.”

명 교수는 한동안 TV 건강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해 얼굴이 알려졌다. 방송에서 눈길을 끈 장면이 여럿 있었다. 함께 출연한 의사들이 “고혈압 예방엔 ○○이 좋다” “혈당 낮추는 데 △△가 도움이 된다”며 이런저런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하면 그는 “먹을 필요 없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비타민C, 종합비타민, 오메가-3, 글루코사민, 칼슘보충제, 홍삼 등 한국인이 애용하는 건강기능식품 대부분이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확실한 근거가 없으며 일부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명 교수의 건강기능식품 무용(無用)론은 그의 전문분야인 ‘메타분석’을 기반으로 한다. 의약 연구의 첫 단계는 실험실 연구와 동물실험이다. 여기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면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그런데 똑같은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으로 임상시험을 해도 ‘효과가 있다’ ‘효과가 없다’ ‘효과는 없고 부작용만 있다’ 등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메타분석은 이처럼 같은 주제에 대한 다양한 개별 연구 결과를 종합해 분석하는 연구 방법이다. 한두 편의 임상시험 논문만을 근거로 삼는 것보다 신뢰도 높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 최근 여러 임상의학 분야에서 질병의 예방, 진단 및 치료 권고안을 만드는 중요한 근거로 활용한다. 명 교수는 메타분석을 하면서 ‘질적 수준이 높은 연구’에 특히 주목한다.

“우선 연구 대상자의 수가 많을수록 좋다. 1개 연구의 대상자가 최소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은 돼야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다(개별 연구를 종합하는 메타분석은 연구 대상자 수를 크게 늘리는 효과가 있다). 또한 진짜 약과 가짜 약(플라세보)을 투여할 그룹을 성별, 나이, 흡연, 음주, 운동, 사회경제적 상태 등의 차이가 없도록 무작위로 나눠야 한다. 누가 진짜 약을 먹고 가짜 약을 먹는지는 연구 대상자는 물론 연구자도 몰라야 한다(이중맹검·double blind). 그렇지 않으면 행동과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해당 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 제조회사의 연구비 지원 여부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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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런 요인들을 고려해 각종 건강기능식품을 메타분석한 결과는 놀랍다. 몇가지 사례를 보자.

△종합비타민제의 주요 성분인 항산화 보충제(비타민A, 비타민C, 비타민E, 셀레늄 등)가 암과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는 관찰되지 않았다. 오히려 방광암 발생률을 조금 높였다.

△비타민C 보충제가 혈압을 떨어뜨린다는 임상적 근거는 불분명하며, 감기 예방이나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도 희박하다. 일각에서 권하는 고용량 비타민C 요법은 위장관 장애, 신장결석 등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오메가-3 보충제를 먹어도 돌연심장사, 심부전,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발생이나 이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낮추지 못했다.

△글루코사민의 관절염 통증 감소 효과는 연구의 질적 수준에 따라 달랐다. 이중맹검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은 연구에선 효과가 있었고, 반대의 경우엔 효과가 없었다. 글루코사민 제조회사가 연구비를 지원한 연구에선 효과가 있었지만, 비영리기관에서 연구비를 받은 연구에선 효과가 없었다. 국내에선 글루코사민이 골관절염에 도움이 된다는 임상적 근거가 부족해 2012년부터 건강보험 적용이 중단됐다.

△칼슘 보충제가 골다공증을 예방해 골절을 막는다는 근거는 불충분하며, 오히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홍삼은 면역력 증진, 피로 개선, 혈액 흐름 및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졌으나 이러한 기능성은 주로 실험실 연구나 동물실험, 혹은 소규모 임상시험 결과에 근거한다.

눈여겨볼 것은 이들 성분의 섭취 방법이다. 문제가 되는 건 보충제 형태로 섭취하는 경우다. 하지만 과일, 채소 등 음식을 통해 천연 비타민, 천연 항산화제를 섭취하면 암과 심혈관질환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 오메가-3도 등푸른생선 같은 음식으로 섭취할 때는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칼슘 역시 유제품, 녹색 채소, 뼈째 먹는 생선 등 음식으로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성분은 같은데 왜 이런 차이가 날까. 명 교수는 이렇게 추정한다.

“체내 활성산소는 암, 심혈관질환, 노화의 원인이 되지만 세균이나 바이러스, 암세포를 죽이는 긍정적 기능도 한다. 항산화 보충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활성산소 농도가 너무 낮아지면서 면역기능이 떨어져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합성 비타민이 몸 안에서 천연 비타민과 다르게 작용하면서 기능과 효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또한 우리 몸이 이로운 효과를 얻으려면 다양한 영양물질을 함께 섭취해야 한다. 흔히 ‘오렌지=비타민C’로 알고 있지만 오렌지엔 비타민C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성분이 함께 들어 있으며, 생선을 먹으면 오메가-3 말고도 여러 영양성분이 인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

그러나 건강기능식품을 먹고 몸 상태가 호전됐다는 생생한 ‘육성증언’을 주변에서 자주 접하는 건 사실이다. 이에 대해 명 교수는 ‘증언’ 대신 ‘증거’를 요구하며 달리 해석했다.

“상당수 증상과 질병은 치료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다. 그 과정에 건강기능식품을 먹었다면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 플라세보 효과도 무시 못한다. 가짜 약을 줘도 심리적 안정을 느껴 증상이 개선될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을 먹는 동안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등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해 건강이 좋아졌을 수도 있고.”

건강기능식품 예찬론자들은 ‘현대인이 음식으로는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하기 어려워 따로 보충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예컨대 농약과 화학비료 남용, 과잉 경작 탓에 토양의 지력이 쇠퇴해 요즘 과일 한 알에 들어 있는 영양소가 50년 전 과일의 절반도 안 된다는 것. 명 교수는 “농산물의 영양소 함량이 과거보다 못한 건 맞다”면서도 처방은 달랐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각종 비타민, 단백질, 칼슘, 칼륨, 나트륨, 인, 철 등 거의 모든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고 있다. 일부가 권장량보다 10∼20% 모자라지만 문제 될 게 없는 수준이다. 많이 부족하다고 알려진 비타민D는 적정 권장량을 놓고 갑론을박이 있다. 이렇게 영양 상태가 좋은 것은 식단이 채식 위주여서다. 세계보건기구는 건강을 위해 과일과 채소를 하루 400g 이상 먹으라고 권장하는데 우리는 더 많이 먹는다. 다만 김치의 비중이 높아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므로 좀더 다양한 색깔의 채소를 많이 먹으면 된다. 옛날 사람들은 영양분이 많은 농산물을 먹었어도 평균수명이 짧았다. 지금은 먹을거리가 훨씬 다양해지고, 검진도 많이 하고, 술·담배가 건강에 안 좋다는 걸 알고 자제하니까 오래 산다. 건강은 뭐 하나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각각 ‘질병의 예방과 치료 목적’과 ‘건강의 유지 및 개선 목적’으로 구분하는데, 그는 “질병의 예방과 치료 없이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고 개선할 수 있나. 이건 앞뒤가 안 맞는 비과학적, 비논리적 개념”이라고 지적한다.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명칭 때문에, 의약품처럼 ‘건강’에 도움을 주면서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식품’으로 오해하기 쉽다는 것. 따라서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질적 수준이 높은 임상시험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될 때까지는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미국처럼 ‘식이보충제(dietary supplements)’ 제도로 가야 한다는 게 그의 대안이다.

식약처는 건강기능식품을 질병발생위험 감소기능, 생리활성기능 1·2·3등급 등 총 4등급으로 분류해왔다. 시판 중인 건강기능식품의 약 90%가 생리활성기능 2등급인데, 그 기준은 ‘연구자료를 통해 가능성 있는 생리학적 효과를 추측할 수 있고, 일관성 있는 바이오마커(체내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 개선 효과가 1건 이상의 인체적용시험에서 확보됨’이다. 명 교수는 “효과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상시험이 단 1건만 있어도 된다는 건 너무 느슨한 기준”이라고 꼬집는다. 식약처는 지난해 11월 기능성 등급제를 폐지하기로 했으나 그 이전에 허가 받은 제품들은 계속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명승권 교수는 서울대에서 가정의학을 전공했다. 암과 음식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다 건강기능식품으로도 외연을 넓혔다. 서울대 대학원 예방의학교실에서 메타분석 이론을 접하고 흥미를 느껴 독학으로 의학통계를 공부했다. 2007년 메타분석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는데, 그해 미국의학협회지에 비타민과 항산화제를 복용한 시험군의 사망률이 5% 높았다는 충격적인 메타분석 결과가 발표된 것을 계기로 진로를 확실하게 잡았다. 2011년에 쓴 박사학위 논문의 주제도 비타민과 항산화 보충제의 심혈관질환 예방 효능이다.

석사논문 이래 74편의 논문을 썼는데 그중 45편이 메타분석 논문이다. 다수의 논문이 SCI급 국제학술지에 실렸다. 오메가-3 보충제가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안 된다거나, 휴대전화와 뇌종양 위험성 관계 연구가 연구비 출처에 따라 판이한 결과를 낳았다는 등 대중적 관심이 큰 주제의 메타분석 논문은 ‘뉴욕타임스’ ‘LA타임스’ ‘가디언’ 등 유수 언론매체들도 비중 있게 기사화했다.



그는 환자를 볼 때도 최신의 연구 결과를 반영한 ‘근거 중심 진료(EBP·evidence based practice)’를 강조한다.

“많은 의사들이 20, 30년 전 의대 다닐 때 배운 지식, 자신이 경험한 환자들, 그리고 기껏해야 최근 논문 몇 개만을 근거로 진료한다. 이걸로는 부족하다. 의학 지식은 계속 변한다. 이전에 옳다고 믿은 것이 틀릴 수 있다. 바쁜 진료실에서 최신 논문을 죄다 뒤질 시간이 없다면 개별 임상논문을 종합한 메타분석 논문을 찾아보라. 그것도 다 읽기 어려우면 초록(abstract) 1쪽만이라도 읽어 보라. 이렇게 간단한 방법을 모르는 의사가 의외로 많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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