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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장착한 精子, 암세포 잡으러 출동 (연구)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7.12.21일 09:45
[정자·박테리아 이용 로봇 개발]

獨 연구진, 자궁경부암 치료 입증

암세포에만 약물 전달할 수 있다면 정상세포 다치지 않고 약효 높여

국내선 식중독균에 항암제 붙인 생체 로봇 '박테리오봇' 개발

"48시간 만에 암세포 절반 죽여"

'정자가 항암제를 싣고 암세포로 돌진한다. 박테리아도, 면역세포도 사람이 조종하는 대로 암세포 공격에 동참한다.' 국내외 과학자들이 자체 운동 능력을 갖춘 정자나 박테리아 등을 이용해 몸속에서 암세포에만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살아 있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이동에 별도의 에너지가 필요 없고, 면역 거부 반응도 회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입증됐다. 머지않아 정자 로봇, 박테리아 로봇들이 무리 지어 암세포를 공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석 따라 이동하는 정자 로봇

독일 드레스덴 통합나노과학연구소 과학자들은 최근 미국화학회(ACS)가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ACS 나노'에 "항암제를 장착한 정자로 자궁경부암을 치료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배양 접시에서 키운 암세포 덩어리에 정자들을 풀어놓았더니 사흘 만에 암세포 87%가 죽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정자를 현재 암 치료에 자주 쓰이는 독소루비신 용액에 담갔다. 이러면 항암제가 정자 머리에 축적된다. 분석 결과 정자 하나당 15피코그램(1피코그램은 1조분의 1그램) 정도가 축적됐다. 독소루비신은 세포 성장에 필요한 효소를 차단해 암세포를 죽인다.

다음에는 정자 머리 부분에 철제 투구를 씌웠다. 투구는 4개의 금속 팔이 약간 밖으로 구부러진 채 앞으로 나와 있는 모양이다. 연구진은 초음파 영상을 보면서 배양 접시 밖에서 자석을 움직여 철제 투구를 쓴 정자를 암 덩어리 쪽으로 유인했다. 투구가 암 덩어리와 부딪히면 금속 팔이 밖으로 벌어지면서 정자가 앞으로 튀어나온다. 정자는 난자에 결합할 때처럼 세포막을 녹이는 효소로 암세포로 파고들어가 항암제를 전달한다.

항암제는 독성이 강해 암세포뿐 아니라 주변의 정상 세포에도 피해를 입힌다. 이런 부작용 탓에 항암제의 양을 마음대로 늘리지 못해 약효도 어느 정도 이상은 얻기 힘들다. 이번 정자 로봇처럼 암세포에만 약물을 전달할 수 있다면 정상 세포가 다치지 않고 약효도 높일 수 있다. 독일 연구진은 "정자는 여성 생식 기관에서 활동하도록 최적화돼 있어 자궁내막증, 자궁외임신 등 다양한 여성 질환 치료에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테리아 로봇도 치료 효과 입증

국내에서도 암 치료용 생체 로봇 연구가 활발하다. 전남대 마이크로의료로봇센터 박종오 교수 연구진은 지난 2013년 국제 학술지 '시이언티픽 리포트'에 독성을 없앤 식중독균 살모넬라균의 머리에 항암제를 담은 구슬을 붙여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살모넬라균도 정자 꼬리 같은 편모(鞭毛)를 채찍처럼 휘둘러 이동한다. 박 교수는 이 로봇에 '박테리아'와 '로봇'을 합친 '박테리오봇(Bacteriobot)'이란 이름을 붙였다.

연구진이 식중독균을 쓴 것은 암세포를 찾아가는 능력 때문이다. 식중독균은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서 산다. 몸 안에서 그런 곳은 암세포 주변이다. 암세포가 워낙 빨리 자라다 보니 산소가 늘 부족하다. 반면 영양 물질이 많고 면역 세포는 거의 없어 식중독균에게는 금상첨화다. 박종오 교수는 "지난해 세포 실험에서 파클리탁셀이라는 항암제를 장착한 박테리오봇이 48시간 만에 암세포 절반을 죽이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석호 전남대 교수는 지난해 7월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면역세포의 일종인 대식세포에 항암제를 장착한 로봇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항암제 입자와 산화철 입자를 고분자 구슬 안에 집어넣었다. 이것을 대식세포에 넣고 외부에서 자석을 갖다 대면 고분자 구슬 안의 산화철이 따라온다. 이 방식으로 암세포까지 대식세포 로봇을 이동시킬 수 있다. 박석호 교수는 "면역세포를 이용한 방식은 인체에 거부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캐나다 에콜 폴리테크닉 몬트리올의 실뱅 마텔 교수는 원래 자석이 있는 쪽을 선호하는 주자성(走磁性) 박테리아를 이용했다. 덕분에 산화철 입자를 주입하지 않아도 자석으로 쉽게 조종할 수 있다. 연구진은 지난해 '네이처 나노테크놀러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생쥐 실험에서 박테리아가 1초에 자기 몸길이의 200배 거리를 이동해 암세포에 치료 물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170㎝ 키의 성인으로 따지면 초속 340m로 음속에 맞먹는다. 말 그대로 암세포 공격용 유도미사일인 셈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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