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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고 버리면 삶이 가벼워진다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7.12.21일 08:40
작성자: 박연희 (수필가, 전동포모니터링단장, 재한동포문인협회 운영위원회 부회장)

  (흑룡강신문=하얼빈)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등에 짐을 짊어지고 태어난다. 벌거 벗은 작은 육체가 무슨 짐을 가지고 태어나겠는가고 질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인간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짐이 있다.

  인간의 짐을 세 가지로 나누어 보았다. 첫째 몸으로 지는 짐이다. 손에 들거나, 등에 메거나, 온몸으로 밀거나 끌어야 하는 물질적인 짐 이른바 유형의 짐이다. 크기도, 무게도, 수량도, 가치도 다른 다양한 짐들을 지고 산다.

  둘째는 마음으로 지는 짐이다. 맡겨진 임무나 책임 또는 수고로움이 수반되는 비물질적인 짐 이른바 무형의 짐이다. 나이와 역할에 따라 변하기도 하고,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는 숱한 고난의 짐들을 지고 산다.

  셋째는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는 짐이다. 생로병사와 같은 원초적인 짐과 살면서 지은 수많은 죄와 업보인 이른바 영적인 짐이다. 인간은 자신만 알고 있는 깊고 푸른 무거운 짐들을 평생 지고 산다.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빈자는 빈자대로 부자는 부자대로, 권력자는 권력자대로 민초들은 민초대로 다들 한 짐 가득 지고 산다. 질병과 건강, 헤어짐과 만남, 미움과 사랑 역시 짐이다.

  그러고 보면 인생 그 자체가 짐이다. 살면서 부닥치는 일 중에서 짐이 아닌 것이 무엇이 있을까 싶다. 다만 짊어진 짐의 무게와 크기와 형태가 다를 뿐 짐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등짝에 악착같이 붙어있는 짐을 벗어버리려 아무리 애쓴들 그 짐이 쉽게 내려지지 않는다. 다리가 휘청거리고 숨이 가쁠지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짐이라면 기꺼이 짊어지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언젠가 그 짐을 풀 때가 되면 짐의 무게만큼 보람과 행복도 얻게 될지 모른다.

  어쩌면 내 등의 이 짐은 내 자신에게 선물이고 스승이고 인생의 조련사일지도 모른다. 주어진 짐에 대한 나의 생각이 자신의 행불을 좌우지한다. 잘 지면 성공과 행복이 찾아오고, 못 지면 실패와 불행이 찾아온다. 짊어진 짐을 멍에라고 여기면 고통의 짐이 되고, 짊어진 짐을 축복이라 여기면 기쁨의 짐이 된다. 세상에는 함께 질 수 있는 짐이 있고, 숙명처럼 혼자 짊어져야 할 짐이 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처럼 무겁고 힘든 짐도 맞들면 가벼워진다. 함께 지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위안이 된다.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다. 위기 때 달려와 거들어줄 우인이 지근거리에 있는 이가 축복받은 사람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아무도 거들어줄 수 없는 혼자가 짊어지는 짐이 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空手來空手去) 인생이다. 연약하고 병든 몸이 짐이 되고, 소유한 재산과 부질없는 욕심이 짐이 된다. 부질없는 미련 때문에 (떠나간 사랑), 다시 쓰지도 못할 것임에도 아까워서 (옷장에 한 번도 입어보지도 못한 옷들), 체면 때문에 (읽지도 않는 책들이 서재에 쌓여있는 것), 혹시나 해서 붙들고 사는 짐들이 우리의 어깨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음에도 우리는 감지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욕망의 짐, 미움의 짐, 분노의 짐, 집착의 짐들은 나 스스로 만들어낸 짐이다.

  그 짐은 주체할 수 없이 무거워져 인생을 힘들게 만든다. 나무가 겨울맞이를 하는 방식은 모두 놓아버리는 것이다. 나뭇잎을 놓아버리기 전, 자기 속에 품고 있던 색깔들을 드러낸다. 봄의 연록과 여름의 청록,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과정이 단풍이 드는 과정이다. 자기의 속내를 모두 보여준 후에는 나뭇잎을 전부 놓아버린다. 나뭇잎을 놓아버리면 광합성작용이 멈추고 열심히 물을 빨아들이던 나무는 이제 제 몸에 있는 물을 최소한만 남기고 모두 배출한다. 그렇게 배출을 해야만 추운 겨울에도 나무가 얼어터지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하는 것이 오로지 쌓아두거나 축적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나무는 몸으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삶에서 비워야 할 것들, 없어도 되는 것들이 많다. 그것을 소유욕이라는 바구니에 가득 채우려고 할 수 록 우리의 삶도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나뭇잎을 모두 놓아버린 겨울나무를 보면서 ‘텅 빈 충만’ 혹은 ‘비움’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비우고 버리는 것은 행복이 들어올 자리를 마련하는 일이다. 찌들고 지쳐서 뒷걸음치는 일상의 삶에서 자유를 얻으려면 자신을 부단히 비워둬야 한다. 나태해진 지성과 길들여진 관능을 조금씩 버리고 아름다움과 너그러움으로 채워가는 참다운 지혜가 바로 마음을 비우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비우고 버리는 일은 가장 긍정적이고 가장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최고의 지혜이자 유일한 방법이다. 머리에, 가슴에, 어깨에 돌덩이 같은 짐들을 컴퓨터저장파일 비우듯, 이사할 때 세간사리 버리듯 과감하게 비우고 버려야 우리의 삶이 가벼워진다. 비우고 버리면 생명이 되고 평화가 되는 것이 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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