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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기구는 음주가 간암과 대장암을 비롯해 식도암, 구강암 등 7개 암의 원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음주와 암과의 구체적인 연관 관계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영국 캠브리지대 분자생물학 MRC 연구소 케탄 파텔 박사 등 연구진은 3일(현지시간)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음주가 어떻게 암을 일으키는 지 구체적인 설명을 해냈다. 연구진은 실험용 쥐에 희석된 알코올을 투입시킨 뒤 염색체와 DNA 분석을 통해 알코올을 분해시키는 과정에서 생성된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어떻게 유전자 손상을 일으키는 지를 분석했다.
이번 연구를 지원한 영국 암연구 센터는 성명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조혈줄기세포 내 DNA를 파괴, 손상시킬 수 있고 결과적으로 염색체를 재배열해 영구적으로 DNA 서열을 바꾼다는 사실을 연구진이 밝혀냈다”고 밝혔다. 센터는 “건강한 줄기세포가 손상될 경우 암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줄기세포 내 DNA 변화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DNA 손상은 세포의 ‘죽음’으로 이어지고, 인체의 자가 회복 기제를 발동시킨다. 하지만 DNA가 잘못 회복되면서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파텔 박사는 “DNA 손상은 우연히 발생할 수도 있지만 우리 연구 결과 음주가 이러한 DNA 손상의 위험을 크게 증가시킬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와 함께 인체가 알코올 손상에 대응하는 방식도 규명했다. 인체는 ALDH를 통해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세포의 에너지원인 아세테이트로 바꾼다. ALDH가 없는 실험용 쥐는 알코올을 섭취했을 때 DNA 손상 정도가 일반 쥐에 비해 4배에 이르렀다. 주로 남, 동아시아인 중에는 알코올 분해 효소가 없거나 작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파텔 교수는 “우리 연구의 핵심은 알코올을 효과적으로 분해할 수 없는 경우 알코올 관련 DNA 손상 위험이 높아지고, 그 결과 특정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