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1위는 러시아…美중동정책 변화 촉각]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근원물 선물가격 추이(단위: 배럴당 달러)/자료=블룸버그
미국이 연내에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러시아 다음 가는 세계 2위 산유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미국의 중동정책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낸 보고서에서 미국의 산유량이 올해 하루 1040만배럴로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셰일업계가 최근 유가 상승세에 힘입어 산유량을 대거 늘리면서 미국 전체로 하루 26만배럴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비해 사우디는 하루 1200만배럴까지 생산할 수 있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로 산유량을 하루 1000만배럴 미만으로 줄였다. 러시아도 다른 비OPEC 산유국과 OPEC의 감산 합의에 동참했다. 그럼에도 최근 산유량이 하루 1100만배럴에 이른다. OPEC과 러시아 등이 감산 합의를 올해 말까지 연장하기로 한 만큼 IEA의 예상대로라면 미국이 연내에 사우디를 제치고 세계 2위 산유국이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사우디의 산유량 역전이 양국 외교관계에도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봤다. 그동안 미국은 사우디의 저렴한 원유를, 사우디는 미국의 군사 지원을 필요로 했다.
브루스 리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사우디가 국제유가를 정하는 데 더 이상 결정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건 엄청난 변화"라며 "1970년대 초로 되돌아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1975년 원유 금수 조치를 발동했다. 1973년 발발한 4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사우디를 비롯한 아랍 국가들이 미국에 대한 원유 수출을 금지한 데 따른 반격이었다. 이후 미국은 자국산 원유의 일부만 캐나다에 수출했을 뿐 대부분 국내에서 소비하고 나머지는 전략비축유로 쌓아뒀다.
사우디의 산유량은 1980년대 들어 급감해 1990년대 초까지 다시 늘지 않았다. 그 사이 미국은 걸프전을 통해 중동을 장악했다.
미국은 2015년 말에야 원유 금수조치를 해제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셰일혁명으로 국내 산유량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은 유럽과 중국 등지로 원유 판로를 확대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mt.co.kr
출처: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