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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야 할 조선족 음식문화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8.02.07일 10:27
작성자: 박연희

  (흑룡강신문=하얼빈) 중국인들의 관념에는 배고픈 귀신이 제일 비참하다. 백성에게는 먹는 것이 하늘이고 세상 사람들에게 밥을 먹여주는 사람은 하늘을 대신해 천명을 받은 眞命천자이다. 조선족 음식문화도 이런 중국의 음식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조선족 음식문화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은 한국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어 시간이 좀 흐른 뒤였다. 연변사람들의 음식상을 보면 한사람이 한 가지 반찬을 주문하고 10여명이 한상에 앉았을 경우에도 반찬 8개와 탕 하나는 있어야 하며 그 반찬들 속에는 돼지고기, 소고기, 생선 등이 꼭 있어야 한다. 이왕이면 브랜드 술도 한상에 한 병씩 진열해놓는 것이 관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장에 근무할 때 길림성텔레비전방송국에서 2박 3일 동안 머무른 적이 있다. 손님을 열정적으로 접대하는 습관이 있는 중국인들인지라 한 상에 두층 세층으로 쌓여진 볶음반찬을 삼시세끼를 차려주는 바람에 속이 느끼해서 죽는 줄 알았다. 포식한 우리는 할 수 없이 뜨거운 차를 마시면서 놀란 위를 달래줬고 회의 중에 내내 졸음이 와서 무슨 연설을 들었던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마지막 날에는 우리가 연변에서 선물한 배추김치를 다시 그 사람한테 한 포기만 집에서 가져다 달라고 부탁해서 한 끼 식사만은 김치에 밥을 먹었다.

  그런 중국인과 조선족은 다르다고 생각했었는데 한국에 와보니 우리도 별로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한국사장의 후원으로 수필집을 출판하고 출간 식을 가지게 됐는데 그때도 음식상을 너무 거나하게 차려서 먹고 마시고 하는 바람에 그 후원자는 3년 약속을 깨버렸고 우리는 그 한번으로 끝을 내렸다. 지금 재한조선족들도 모임에서 3만원 좌우의 밥값을 내고 음식을 먹는데 예전처럼 넘쳐나게 차려놓고서는 절반도 먹지 못하고 버리기가 일쑤이다. 명절날 8만원이란 돈에 유혹되어 대림의 한 중국식당에서 파출을 하게 됐다. 길거리가 미여터지게 몰려다니는 조선족들, 식당에서 상다리 부러지게 음식을 갖추어 놓고 먹어라 마셔라 소리치는 조선족들, 노래방에서 나와 다시 양고기 뀀점으로 행하고 마지막에는 다방에서 술잔을 부딪치는 조선족들, 뒤따르는 술주정과 싸움과 행패....... 보기 싫고 무섭고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지만 한국인들의 음식상은 우리와 상반된다. 지성인들이 모이는 한 한국인들의 모임에 가보니 비싼 음식이 여러 가지가 진열돼 있었고 와인과 함께 과일도 있었다. 참여자들은 작은 일회용 그릇에 담아서 조용히 서서 먹고 있었고 술이 거나해서 꼴불견인 사람은 있을 수도 없는 장소였다. 너무 멋지고 고급스럽고 문명한 모임이라는 인상을 가졌다. 우리도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족문인들이 20여명이 모임을 하게 되었는데 적은 회비를 받고 한상에 여섯 가지 반찬에 탕 하나를 올렸지만 모자라지도 않았고 나머지도 별로 없었다.

  지난해 추석날 연변에서 온 한 지인과 함께 대림에 있는 초두부집에서 식사를 하게 됐다. 소고기 오이 냉채, 느타리 돼지고기 볶음과 초두부 몇 개가 전부인 밥상을 마주하고 그 지인은 곁에 앉아있는 한국인한테 먹고 싶은 음식을 추천하라고 옆구리를 찌르고 있었다. 정작 한국인은 맛있게 먹고 있었고 너무 풍성하다고 난리인데 우리 연변 식으로 말하면 다섯 명이 먹는 음식상으로는 너무 초라하다는 뜻이었다. 마침 거의 끝나갈 무렵에 중국에서 전화가 걸려오자 그 지인은 자기가 지금 한국에서 초두부로 손님접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 말속에는 환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만이 아닌 어떤 놀라움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서로를 만나는 것은 음식을 통해서 서로 소통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앞으로 좀 더 멋진 미래를 가꾸기 위한 것이지 결코 단순히 먹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먹지 못했던 시절에 잔치집이나 초상난 집을 기웃거리며 음식을 얻어먹는 식으로 허겁지겁 음식을 먹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하고 정작 소통이 아닌 불통으로 시간을 보낸다. 우리도 노력하면 음식문화를 개변할 수 있다. 낡은 관습만 고집하지 말고 체면만 돌보느라 하지 말고 좋은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먹고 마시고 놀고 즐기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대신 돈을 벌더라도 조금은 여유로운 모습으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신문을 읽고 서점에 가서 책을 뒤적이고 음악을 듣고 여행을 하며 우아하지는 않지만 주어진 삶에 부끄럼 없는 인간으로 살려고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의 음식문화도 개선해야 할 때다. 음식낭비는 결국 돈 낭비이고 시간낭비로 이어진다. 너무 넘쳐나게 차리지 말고 적당하게 갖추고 2차, 3차로 이어지지 말고 고급적인 음식만 뷔페식으로 갖추고 다음은 커피숍에서 간단하게 커피로 마무리하는 센스도 가졌으면 한다. 누가 공짜로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제 호주머니 돈을 값없이 낭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생각을 바꾸면 먹는 것쯤은 문명하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문명한 한국에 와서 우리도 문명한 인간으로 되는 길을 모색하면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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