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제가 받은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돌려드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게 제 꿈이에요"
11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전신 3도 화상을 입고 세상 속으로 숨어든 최려나씨.
모자와 마스크 없이는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던 그가 편견과 고통을 딛고 당당히 대학교를 졸업해 새로운 삶을 꿈꾸고 있다.
6일 페이스북 페이지 '소셜스토리-JTBC'는 올해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한 26살 최려나 씨의 사연을 전했다.
2003년 7월 려나씨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던 해 집에서 가스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어머니와 집에서 자고 있던 려나씨는 폭발 사고로 몸 95%에 3도 화상을 입었다.
가망성이 없다는 의사와 달리 려나씨는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목숨은 간신히 건졌지만 려나씨가 눈을 뜨고 마주해야 할 현실은 더욱 가혹했다.
려나씨는 40번이 넘게 전신마취를 해야하는 위험한 수술을 받았다. 돈이 없어 도중에 치료를 멈춰야하는 여러움도 있었다.
무엇보다 려나씨는 처참하게 일그러진 자신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 려나씨에게 가장 중요한 건 남들처럼 '평범'해 보이는 것이었다.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꽁꽁 싸매고 다녔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시선은 쉬이 거둬지지 않았다. 호기심에 자신을 쳐다보는 타인의 눈빛은 모두 상처로 돌아왔다. 려나씨는 더욱더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학교에 진학할 수 없었던 려나씨는 검정고시로 초·중등 과정을 모두 마쳤다. 중국동포인 려나씨는 중국 톈진한국국제학교 교사와 유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대입시험을 준비했다.
놀랍게도 대입 검정고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고 그는 이화여대에 입학했다.
려나씨가 대학교를 가고 다시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운건 한동대학교 교수 이지선 씨였다.
'지선아 사랑해'라는 책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이지선 씨는 려나씨처럼 2000년 8월 음주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로 전신에 화상을 입었다.
고통스러운 나날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대학교수까지 된 이지선 씨는 려나씨에게 많은 용기와 희망이 됐다.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고 말해주는 소중한 사람들의 응원 덕분에 려나씨는 자신의 모습을 서서히 받아들이게 됐다.
남들보다 3년 늦게 대학에 진학한 그는 친구들이 자신을 보고 피하기보다 먼저 다가와 인사하고 좋아해주는 모습을 보고 더욱 마음을 열었다.
려나씨는 "제가 제 모습을 사랑하니까 누가 쳐다보든 신경 안 쓰고 다니게 됐다"고 웃어 보였다.
려나씨의 이번 이화여대 졸업이 더욱 뜻깊은 건 그에게 누구보다 소중한 엄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어머니는 가스폭발 사고에서 딸을 구하고 3일 뒤에 숨을 거뒀다. 어머니의 이름은 '이화'.
려나씨가 유독 이화여대에 진학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항상 힘들 때마다 학교 이름을 외치는데, 정말 (엄마가) 옆에 있는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앞으로 려나씨는 대학원에서 사회복지 공부를 시작한다.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살아왔듯,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힘든 시기를 보내는 많은 분들이 있는데 분명 지나갈 거고 여러분들을 응원하는,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조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