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필리핀이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ICC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추진중인 '범죄와의 전쟁'과 관련해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필리핀이 로마규정의 승인을 즉시 철회한다고 선언한다"고 밝혔다.
ICC는 집단살해죄와 인도에 반한 죄, 전쟁·침략범죄 등 중대한 국제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기 위한 최초의 상설 국제재판소로,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에 따라 2002년 네덜란드 헤이그에 설립됐다.
필리핀은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 재임 시기였던 2011년 로마규정을 비준했다. 지난해 4월 필리핀의 한 변호사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범죄자들을 적절한 사법적 절차 없이 살해해 왔다며 대통령을 ICC에 고발했다.
이에 지난달 ICC는 '범죄와의 전쟁'과 관련해 '인도에 반한 죄'가 범해졌는지 또 ICC가 이에 관한 관할권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예비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 ICC 재판관이 예비조사에 착수한 것은 필리핀이 유일하다.
경찰은 범죄소탕 캠페인의 일환으로 마약 거래범 약 4000여명을 사살했다고 밝혔지만 인권단체들은 사망자가 당국의 발표보다 약 3배는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ICC는 필리핀에 반하는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고 있음이 분명하다"며 "내가 행했다는 행위들은 집단학살이나 전쟁범죄가 아니다. 합법적 경찰작전의 과정에서 발생한 죽음은 살해 의도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외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