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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20년 취업난이 낳은 '40代 결포 세대'… 출산이 끊겼다

[기타] | 발행시간: 2018.09.17일 03:08
출산 절벽이 된 '중년 독신층'

"여러분, 간곡히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결혼이란 딱 한 번쯤은 해볼 만한 일이라는 겁니다. 두 번까진 할 필요 없을 수 있지만, 한 번 정도는 해봅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마음에 들었던 이성의 이름을 꼭 적어내 주세요."

7월 21일 토요일 오후 3시 일본 수도권 기타이바라키(北茨城)시의 한 관광호텔 홀. 시청과 상공회가 주최한 '관제(官製)' 맞선 파티의 하이라이트, 이성 찍기 순서가 한창이었다. 참가자들이 마음에 든 이성의 이름을 적어내면, 주최 측이 상대방 의사를 확인해 '라인' 아이디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라인은 일본에서 가장 많이 쓰는 SNS 서비스다.

참가자들이 선뜻 빈칸을 채우지 못하자, 가토노 다다히로 상공회 사무국장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당장 결혼하라는 게 아닙니다. 토요일 아침 9시부터 오셨는데, 라인 아이디 하나 못 따가면 시간이 아깝잖아요. 새로운 이성과 메시지만 주고받아도 기분 전환이 됩니다!"

읍소와 격려를 오가는 장광설 끝에 참가자 전원이 종이를 제출했다. 총 16쌍이 서로 라인 아이디를 주고받았다. 가토노 국장이 "대성공"이라고 했다.

◇장기 불황이 양산한 '중년 독신층'

이바라키현은 2006년 현 예산을 투입해 '이바라키현 만남서포트센터'라는 결혼정보회사를 차렸다. 가입비 1만엔을 내면 3년간 현이 주최하는 단체 맞선 파티와 일대일 맞선에 무제한 참가할 수 있다. 민간 결혼정보회사의 10분의 1 가격이다.

이날 행사도 센터가 준비했다. 시청과 함께 두 달 전부터 '45세 미만 미혼 남녀 25명씩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다. 행사 당일 남성 24명, 여성 19명이 모였다. 평균 연령이 각각 39세, 36세였다.

일본에선 이 또래를 '아라포 세대'라고 부른다. '어라운드 포티(around 40)'라는 영어를 줄인 말이다. 원래는 단순히 마흔 전후 남녀를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지난해 12월 NHK가 '아라포 크라이시스(아라포 세대의 위기)'라는 심층 취재 프로그램을 내보내면서 '잃어버린 20년'(1993~2013년) 때 대학을 졸업한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 이들은 '취업 빙하기'에 사회에 나와 아르바이트·비정규직을 전전했다. 아이다 가즈 센터 매니저가 "(이 세대는) 한창 결혼할 나이에 안정된 직업이 없어 결혼을 안 하거나 못한 사람이 많다"고 했다. 취업난·집값에 치여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한국 '삼포세대'의 선배 격이다.

이렇듯 장기 불황을 거치며 두툼하게 형성된 중년 독신층이 일본 저출산의 큰 원인 중 하나다. 내각부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일본 남성 세 명에 한 명(35%), 여성 네 명에 한 명(24%)이 독신인 채 30대 후반이 되고, 그중 많은 이가 여전히 홀로인 채 쉰을 넘긴다. 지자체까지 결혼 중개업에 뛰어드는 게 그래서다.

◇노후는 더 막막하다

이날 참가자뿐 아니라 센터 남녀 회원 2500여 명 대부분이 아라포 세대였다. 40대 참가자 다카가와(가명)씨가 "1990년대 후반 이 지역에서 제일 좋다는 현립대학을 졸업했는데, 저도 친구들도 취업을 못했다"고 했다. 10년 이상 아르바이트만 한 친구도 있고, 파견 회사를 못 벗어난 친구도 있다. 그도 뒤늦게 취업해 정신없이 일했다. 문득 돌아보니 마흔이었다.

30대 여성 호소노(가명)씨도 "20대 초반, 세상이 정말 어려웠다"고 했다. 지금은 중소기업에서 경리 일을 하고 있다. 월급도 박하고 평생 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서로 의지하며 늙어갈 수 있는 상대와 진짜 결혼하고 싶은데 사귀는 데까지 발전하질 않는다"고 했다

문제는 아라포 위기가 '4070 문제'와 세트로 온다는 데 있다. 아라포 세대의 부모도 슬슬 노년에 접어든다. 40대 독신 자녀의 어깨에 70대 부모를 돌볼 책임이 추가로 얹힐 공산이 크다. 부모가 떠나면 더 막막해진다. 그땐 아라포 세대도 초로(初老)일 텐데 자식도, 연금도 없는 사람이 위 세대보다 너무나 많다.

[기타이바라키시=최은경 특파원]

ⓒ 조선일보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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