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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이란 그 이름으로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9.02.15일 09:24



김정화 (할빈시동력조선족소학교)

  (흑룡강신문=하얼빈) 창밖에서 쏟아지는 시원한 비줄기에 찌는듯한 무더위도 잠시나마 사라진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하염없이 내리는 비가 정말 고맙게 생각되기도 한다.

  1993년 9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처음 교단에 오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26년이라는 세월이 여울목 강물 흐르듯 지나가버렸다.

  기말이 다가오면서 여러 과임선생님들이 내주는 복습문제에 애들의 초롱초롱하던 눈동자는 점점 생기를 잃어간다. 오전 네번째 수업시간에 교실로 들어간 나는 한참을 망설이였다. 세번째시간에 이어 계속 복습을 할 것인가? 아니면 홀가분한 학습분위기를 만들어 애들을 좀 휴식시킬 것인가? 곧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나는 '아름다운 동년'이란 주제를 가지고 자기의 생각을 말해보게 하였다. 한참을 생각하던 학생들이 너도나도 말하였다. 준호는 해마다 운동회를 해서, 천림이는 친구들과 함께 생일을 쇨수 있어서, 영희는 6.1아동절마다 소풍을 가서 동년이 아름답다고 말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현우가 일어서더니 "선생님, 동년은 아름답지 않아요."라고 하는 것이였다. 나는 너무도 놀라 "왜?"라고 되물었다. "우리의 부모님들은 공부밖에 몰라요. 그래서 너무 힘들어요."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불평의 목소들이 터져나왔다.

  "맞아요. 주말에도 학원 때문에 늦잠을 잘 수가 없어요."

  "학원 때문에 실컷 놀 수가 없어요."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니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학생들의 학업부담이 큰데 부모들은 자기들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들에게서 실현하려고 갖은 노력을 한다. 자식들이 '금맥'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동년시절을 떠올려보게 된다. 자연에 봄이라는 아름다운 계절이 있다면 우리 인생에도 아름다운 계절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동년시절이 아닐가 싶다. 티없이 깨끗한 마음으로 친구들과 어울리며 근심걱정을 모르고 뛰놀 던 나의 동년시절은 지금의 도시 애들과 비교하면 너무나 행복했던 것 같다.

  내가 공부할 때는 학교에서만 지식을 배우는 것으로 생각했었지 학원이라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하였었다. 그래도 배울 지식은 다 배운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우리 학생들을 바라보면 너무나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때 가 많다. 학교에서 배우는 외에도 휴식일이면 학원에 다녀야 따라갈 수 있다는 부모들의 잘못된 생각 때문에 우리 애들은 쉬는 날이 따로 없다. 영어학원, 서법학원, 작문학원, 피아노학원 별의별 학원에 다 다녀야 하기에 그들은 놀 시간이 따로 없다. 솔직히 지금 애들은 하루 일정이 어른들보다 더 바쁘다. 지금 학부모들은 애들의 놀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 10년, 20년이 지난후 그들에게 남는 동년의 기억이란 그저 공부하고 학원에 다닌 기억 밖에 남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비록 힘들지만 그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남겨주고 싶어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하여 왔다. 전반이 넓은 운동장에서 축구를 차던 일, 함께 김밥, 김치를 만들던 일, 눈이 펑펑 오는날 함께 눈싸움을 하던 일, 언 손을 호호 녹이며 눈덩이를 굴려 눈사람을 만들 던 일, 함께 아리랑양로원에 가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문하던 등등의 일들이 그들에게 아름다운 동년의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어릴 때 나는 선생님이 제일 멋있어보여 그 막연하고 소박한 꿈만 마음속에 간직한 채 교원이란 직업을 택하였다. 그리고 세월이 흐를수록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글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참된 인간을 키우는 성스러운 원예사라는 것을 깊이 깨달았고 그래서 청춘과 열정을 쏟아부어 더욱 열심히 하고 있다.

  그날도 나는 아침 일찍 출근길에 올랐다.

  복도에 들어서려는데 마침 우리 반급의 명수(가명) 학생이 운동장으로 나오고 있었다. 나를 보더니 예전과 마찬가지로 인사를 하고 책을 주문한다면서 돈을 주는것 이였다. 나는 돈을 받은후 "얼마예요?"라고 물어보았다.

  "70원이예요."

  뽈을 찰 욕심에 그는 부리나케 운동장으로 뛰여갔다. 근데 이게 웬 일일가? 교실에 들어와 돈을 세여보니 80원이였다. 애가 돈을 잘못 세였을가? 아니면 할머니가 돈을 줄 때 잘못 들었을가? 속으로 이런 저런 궁리를 하고 있었는데 인걸이가 울상이 되여 내앞으로 와서 "선생님, 어제 책상안에 넣어둔 돈이 없어졌어요." 라고 하는 것이였다.

  "얼마를 잃어버렸어요?"

  "80원요"

  나는 속으로 흠칫 놀랐다. 그러자 옆에 있던 친구들이 어제 하학후 수학올림픽을 할 때 명수 학생이 거기에 앉아 공부했으니 그가 가져갔을 것이라고 하였다. 나는 아이들에게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고 제지시켰다.

  그 학생을 조용히 불러서 돈을 얼마 가져왔냐고 물으니 또 70원이라고 하였다. 나는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와 세여보니 80원인데 어찌된 영문인가고 물었다. 누가 돈을 주었나 하였더니 할머니가 주었다는 것이였다. 내가 할머니께 전화를 하려고 하자 못하게 하면서 자기에게 있었던 돈을 가져 왔다는 것이였다. 말을 바꾸는 것을 보니 그 학생이 가져간 것이 분명했다. 화가 울컥 치밀었지만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물었다. 공부도 잘하고 각 방면에서 우수한 아이인데 정말 생각 밖이였다. 필경은 어린아이인 만큼 꼬리가 잡히니 이내 눈물을 뚝뚝 떨구는 것이였다. 왜서 다른 사람의 돈을 가져 갔는가 하는 나의 물음에 과외서적을 주문하고 싶어서였다고 하였다. 책을 주문하고 싶으면 할머니께 말하면 되는데 왜 이런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하였을가? 그 학생은 할머니께 말하였는데 할머니가 주문해주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만… 나는 그 친구의 마음을 리해할 수 있었다. 돈을 가져는 갔지만 겁이 났기 때문에 도대체 얼마인가를 똑똑히 확인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학생의 위신을 지켜줘야 했다. 특히 명수 학생에게 돈을 훔쳤다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그의 성장에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그 학생과의 담화를 끝내면서 이번 일은 선생님이 처리할 테니 걱정을 하지 말고 다음부터는 다시는 이런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다짐을 받고 돌려보냈다. 그리고 돈을 잃어버렸다는 학생을 다시 불렀다. 그 학생에게 들고 온 돈이 어떤것이냐고 확인했다. 그리고 마침 수업종이 울렸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 나는 인걸 학생을 향해 돈을 보이며 "이 돈이 인걸이 돈이 맞나요?"

  돈을 들여다보던 인걸이가 "네, 그런데 어떻게 선생님한테 있어요?"라고 되물었다.

  나는 거짓말을 꾸며대기 시작하였다. 어제 하학후 선생님이 우연히 책상밑을 보다가 돈이 떨어져있는것을 보았어요. 그래서 오늘 아침 학교에 와서 친구들한테 물어보려 하였는데 공교롭게도 친구들한테 물어보기도전에 이런 일이 발생했어요. 나의 말을 들으면서 놀라는 표정을 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안도의 숨을 쉬는 학생도 있었고 머리를 갸웃거리는 학생도 있었다.

  나는 학생들에게 한번 한 말은 다시 주어담을 수 없기에 언제나 신중히 생각해서 말해야지 함부로 말해서는 안된다고 학생들을 일깨워주면서 아침에 일부 학생들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명수 학생이 돈을 가져갔다고 말했는데 다음부터는 꼭 주의해야겠다고 모를 박았다.

  이 일이 있은 후 두달 쯤 지나가고 5호학생을 선거하게 되였다. 생각밖으로 명수 학생의 표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학생들은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 순간 나는 참 다행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거짓말'이 한 학생의 자존심을 지켜주었으니… 그래서 가끔은 선의적인 거짓말이 필요할 때가 있는 것이구나 하고 느끼게 되였다.

  도행지선생님의 '고명한 교육지혜'가 생각난다.

  나는 언제나 사랑의 참뜻을 새기고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학생의 잘못을 관용하고 학생을 리해하고 신임하면서 학생들의 훌륭한 인생의 길잡이로 그들에게 동년의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김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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