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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과찬

[인터넷료녕신문] | 발행시간: 2019.03.15일 09:17



차사고란 생각 밖에 일어나는 법이다. 일요일날 아침이였다. 나는 손자를 데리고 낚시질을 가려고 로년용 전동차를 몰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낚시터로 가는 길에 지렁이를 사려고 어구점 앞에 주차했다. 그리고 급급히 차에서 내려 어구점에 들어갔다. 그런데 지렁이를 사들고 뛰여와

보니 이게 글쎄 웬 일이겠는가. 내 차가 남의 차를 부딪쳐놓았던 것이다. 차에서 내릴 때 그만 급하다보니 브레이크를 밟아놓지 않고 내려서 생긴

사고였다.

보아하니 정지상태에 있던 차 안에서 손자녀석이 좀 움직였는지 차가 그만 뒤로 굴러간 것이였다. 길이 약간 경사졌다는 것을 깜빡 잊었던

것이였다. 부딪쳐놓은 남의 자가용차를 보니 헤드라이트가 깨지고 아래 쪽이 우그러들어갔다. 우리 차도 후미등이 깨지고 아래 부분이 쭈그러들었다.

허 이걸 어쩌나, 손자녀석을 보니 겁에 질려 멍하니 서서 어쩔바를 모르고 있었다.

어쩐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뛰자! 급해난 나는 차를 몰고 냅다 뛰려고 생각했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엄청난

큰 손이 내 덜미를 꽉 틀어쥐는 느낌이였다. 이 놈, 남의 차를 망그러뜨리고 어디로 도망쳐? 그건 다름아닌 손자의 당황한 눈길이였다. 그 순간

손자가 보는 앞에서 차마 도둑놈의 행세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뇌리를 탁 치는 것이였다. 안돼, 손자에게 좋은 본보기를 못 보일망정

도둑놈의 행세를 하다니! 나는 급기야 차를 멈춰 세웠다.

“전룡아, 남의 차를 망가놓고 이대로 뛰면 안되지, 주인을 찾아 배상금을 물고 가야 한다.”

“어떻게 물어요?”

“우리 여기서 좀 기다려 보자, 차주인이 올 때까지.”

손자는 울상이 된 얼굴에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데…”

“그래두 안되지, 사람은 솔직해야 되는 거다. 알겠니?”

그 말에 손자는 무안해서 얼굴을 붉히는 것이였다.

나와 손자는 차주인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반시간 너머 기다려도 차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고기가 잘 물리는 시간은 오전 9시 전인데

이미 시간은 6시를 넘기고 있었다. 이 시간은 고기가 잘 물리는 황금시간이다.

“전룡아, 우리 차 번호를 기억해두고 낚시질하러 가자.”

“차번호를 기억해서 어떻게 차주인을 찾아요?”

손자는 여전히 눈이 동그래서 나를 쳐다보았다.

“교통대에 가서 차번호만 대면 당장 차주인의 전화번호를 알 수 있다. 아무렴 남의 차를 망가놓았으니 응당 배상해야 하지 않겠니? 그래야

좋은 사람이지. 사람은 어릴 때부터 정직해야 한다.”

“할아버지, 알겠어요!”

그날 나는 낚시터에서 돌아오는 길에 차수리소에 들려 차를 맡겨놓고 왔다. 이튿날 수리소에 가서 차를 찾아왔는데 수리비 500원을

지불하였다.

“할아버지, 우리 차와 부딪친 차주인을 찾았어요?”

학교에서 하학하고 돌아온 손자녀석이 수리한 차를 찬찬히 눈여겨보더니 우리 차와 부딪친 그 차가 걱정되는지 묻는 것이였다.

“오냐, 내가 아는 교통경찰을 찾아 우리 차가 부딪쳐놓은 그 차의 전화번호를 주면서 차주인을 찾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남의 차를 그렇게

만들어놨으니 배상을 해주어야지.”

나는 배상금을 물었다고 말하려다가 차마 그 말은 못하고 능청스레 손자를 얼려넘겼다. 그러고 보니 속이 께림직했다. 이제 손자녀석이 다시

물으면 배상금을 물었다면 일은 거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겠는가?

그런데 낮일은 새가 보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이튿날 학교에서 하학하고 돌아온 손자녀석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보고 하는 소리에 나는

그만 속이 덜컹 했다.

“할아버지, 우리 차가 부딪쳐놓은 차를 제가 봤어요. 그 차가 우리 학교 교장선생님의 차인 것 같았어요”

“뭐라고? ”

“학교 주차장에서 봤는데 그 차가 우리 교장선생님의 차가 맞았다니깐요.”

“그래? 수리했더냐?”

“했어요, 차번호를 보니 틀림없어요.”

허, 이러니 무슨 수로 또 손자녀석을 얼려넘기겠는가? 그날 저녁 나는 온밤 잠을 설치면서 생각해봤다. 아무리 생각해봐야 교장선생님을

찾아가서 수리비를 물어주는 것밖에 다른 수가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튿날 교장선생님을 찾아가서 솔직하게 차를 부딪쳐놓은 이야기를 했다. 원래는 교통대에 가서 차번호를 대고 주인을 찾아 수리비를

물려고 했는데 손자가 먼저 그 차를 발견하고 집에 와서 말해주었기에 이렇게 찾아왔다는 이야기도 했다. 교장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소상히 듣고 나서

일어서더니 내 손을 잡았다.

“그러니까 손자도 저의 차번호를 기억하고 있었단 말이지요?”

“예, 차번호를 기억해두었다가 교통대에 가서 차주인을 찾아 꼭 수리비를 갚아주자고 손자녀석과 약속을 했었지요.”

“아, 그랬었군요.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데 수리비를 물려고 이렇게 찾아오시다니, 정말 흔치 않은 일입니다!”

내가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교장선생님께 드렸더니 오히려 교장선생님 쪽에서 미안해하며 사절하는 것이였다. 자신도 주차표시가 없는 길옆에

너무나 오래 차를 세워놓았으니 불찰이 더 크다고 하면서 굳이 받지 않았다. 그렇다고 꺼낸 돈을 도루 호주머니에 넣을 수도 없었다. 나는 한참이나

교장선생님과 밀고 당기고 하면서 겨우 절반 수리비만 드리고 일을 마무리지었다. 이젠 떳떳하게 손자녀석에게 차주인을 찾아 수리비를 물어주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였다. 어느덧 기분도 상쾌해졌다.

그런데 학교의 어느 선생이 이 사실을 알고 통신을 써서 석간신문에 발표했을 줄이야. 그것도 손자녀석이 먼저 알고 신문을 들고 다니며 우리

할아버지가 신문에 났다면서 자랑을 했던 것이다.

이라는 제목으로 된 글에는 내 차가 사고를 낸 사실을 보도하였다. 사고를 저지른 과정을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는 데도

사고를 저지른 내가 주동적으로 피해자 차주인을 찾아가서 수리비를 갚아준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행위는 모든 사람들의 귀감이 되는 고상한 품성이라는

과찬이였다.

이제 소학교 2학년밖에 안되는 손자녀석이 우리 할아버지가 신문에 났다면서 자랑하는 걸 보는 내 마음은 참말이지 착잡해나기만 했다. 김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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