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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가게 둘테니…"월세100만원 김밥집 쫓겨나

[기타] | 발행시간: 2012.02.24일 01:40
서울 대조동의 한 미용실이 높은 월세로 임차인이 나서지 않아 두 달째 비어 있다. 이 건물에서 두 층을 빌려 미용실을 하던 임차인은 경쟁 가게가 생겨 손님이 줄고 월세 는 오르자 한 층을 포기했다. 건물주는 "당분간 세입자를 못 구해도 월세를 올려 받겠다"며 버티고 있다. [김형수 기자]

전근미(54)씨의 김밥집은 원래 서울 신당전철역 인근에 있었다. 한 달 월세는 100만원. 그런데 상가 주인이 갑자기 200만원으로 올렸다. 그의 김밥집은 고작 23㎡(약 7평) 크기. "남아야 얼마나 남는다고 매달 200만원씩 월세로 내느냐"고 주인에게 읍소했다. "시금치와 당근 값이 올랐고 근처에 김밥집이 네 군데나 새로 생겨 장사가 예전만 못 하다"는 통사정도 했다. 매출 장부까지 보여 줬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빈 가게로라도 놔둘 테니 나가 달라"는 집주인의 통보를 받았다. 전씨는 결국 중심상권에서 뚝 떨어진 마장동에 새 점포를 냈다. 전씨가 나온 신당역 가게는 2주 만에 새로운 김밥집이 들어섰다. 전씨는 "신당역 근처에서 장사할 때는 그래도 입에 풀칠은 했는데 이제는 앉아서 굶어 죽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대조동에서 10년째 미용실을 하는 강모(48)씨 역시 전씨와 사정이 다르지 않다. 그는 건물 2~3층을 얻어 미용실을 운영했지만 연초부터는 3층 가게 문을 닫았다. 주인이 250만원씩 하던 각 층의 월세를 각각 30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강씨는 "코앞에 대형 프랜차이즈 미용실이 들어서고, 길 건너에도 미용실이 또 생겼다"며 "손님도 줄어 한 층만 올려 주기로 하고 한 층은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강씨의 미용실이 있던 3층은 두 달 가까이 된 현재도 미용실 분홍색 간판이 그대로 붙어 있고 각종 집기가 널려 있다. 높은 월세에 임차인이 나서지 않아 빈 상가로 을씨년스럽게 남아 있는 것이다.

 상가 전문 부동산회사 점포라인에 따르면 연초 서울의 상가 보증금은 지난해보다 14% 정도 올랐다. 하지만 월세는 50~60%씩 뛴 곳이 많다. 점포라인의 인터넷개발부 정대홍 과장은 "베이비부머 창업이 늘면서 상가 수요가 많아지니 자연스레 보증금과 월세가 뛰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서울은 물론 지방에서도 상가 보증금은 낮추더라도 월세를 올리는 추세다. 서울 여의도 칠성부동산의 공인중개사는 "건물주 입장에서는 은행 이자가 낮아 보증금을 받아 맡겨놔 봐야 이자가 몇 푼 안 된다"며 "그러니 상가가 일시적으로 비어도 좋으니 월세를 높게 받겠다는 매물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영업자 매출은 매년 내리막길이다. 자영업자 한 명당 영업이익이 2008년 월평균 179만원에서 2010년에는 149만원으로 감소했다(소상공인진흥원 분석). 이에 따라 부가가치세를 내야 하는 자영업자 186만 명 가운데 82%가 연간 2400만원을 못 벌어 세금을 면제받는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금재호 수석연구원은 "세금을 못 내는 자영업자 중 상당수는 신용불량자나 복지수혜층으로 전락할 위험이 높다"며 "그렇게 되면 결국 복지재정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영업자는 임금 근로자보다 나이가 많고 학력은 낮다. 특히 세금(부가가치세)을 못 내는 자영업자는 평균 연령이 55.9세로 임금 근로자(40.8세)보다 15세가량 높다. 또 중졸 이하 비중(64.1%)이 임금 근로자(18.6%)보다 훨씬 많다. 경기침체 때 가장 먼저 타격을 받지만 변변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최저생활보호대상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정부의 자영업자 대책은 미흡하다. 전국에 자영업자가 몇 명이나 되고 어떤 업종에서 창업하고 폐업하는지 등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이 안 된 상태다. 정부기관에서 거의 유일한 자영업자 지원기관인 소상공인진흥원은 자영업자의 규모와 업종, 매출액 등에 대한 통계를 만들기 위해 신청한 80억원의 예산조차 수년째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 광운대 임영균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자영업자 실태 파악조차 못 하고 있으니 마땅한 대책도 없는 것"이라며 "대책을 내놓은들 뜬구름 잡기 식 대책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위문희·이유정 기자

장정훈.위문희.이유정.김형수 기자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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