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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점심값 `홀랑`…돈 떼가는 이유 3000개

[기타] | 발행시간: 2012.02.25일 11:03
특파원 리포트

1만위안 찾으면 116위안 떼가…수수료가 전체 이익의 20%

사실상 시장 독점해 '돈잔치'

대출문턱은 높아 최소 한 달 대기…열악한 서비스에 불만 쏟아져

베이징에 있는 한 중국은행 지점 앞을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중국의 은행들은 서비스 수준이 낮으면서도 수수료는 비싸 고객들의 불만이 높다. /한경DB

요즘 중국에서는 은행들이 국민들의 ‘공적’으로 떠올랐다.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여서 예금자들은 앉아서 손해를 보고 있지만 은행들은 정부가 보장해준 안정적인 예대마진과 수천가지나 되는 각종 수수료 수입으로 돈잔치를 하고 있다. 서비스 수준은 형편없어 고객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의 독점구조를 타파하고 불합리한 수수료를 강제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가 내놓는 정책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네티즌들과 소비자단체는 내달 15일 소비자의 날을 앞두고 이번 기회에 은행들을 손봐야 한다며 벼르고 있다.


◆수수료 3000여종

베이징에서 대학을 다니는 왕쓰(王思) 씨는 최근 고향인 산둥성에 가서 현금을 인출하다가 깜짝 놀랐다. 농업은행 현금입출금기(ATM)로 1만위안(180만원)을 찾았는데 수수료만 116위안(2만원)이 빠져 나간 것이다. 그는 “일주일치 점심 식사비를 수수료로 냈다”며 “은행을 이용하기가 겁이 날 지경”이라고 말했다.

중국 은행들의 수수료는 금액이 크고 종류도 많기로 악명이 높다. 거의 모든 업무에 수수료가 붙어 있다고 보면 된다. 가장 많은 수수료를 받는 서비스는 다른 지역에서 다른 은행을 통해 돈을 찾거나 보낼 때다. 보통 원금의 1%를 수수료로 떼고 업무처리비 형식으로 별도로 1~5위안을 더 받는다. 예를 들어 5000위안(90만원)을 상대방에게 송금하면 50위안(9000원)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

은행에서 현금카드를 발급받을 때도 수수료가 붙는다. 은행은 카드제작비로 5위안을 받고 업무처리비로 10위안을 더 받는다. 계좌를 갖고만 있어도 수수료를 내야 한다. 예금자는 관리비로 매년 5~10위안을 뜯긴다.

한국의 은행들이 무료로 제공하는 소소한 서비스에도 수수료가 따라붙는다. 가령 분기마다 일평균 예금잔액이 300위안 이하인 경우 분기별로 3위안의 소액계좌관리비를 별도로 받는다. 은행의 비밀번호에도 관리비가 붙는다. 비밀번호를 분실했거나 다른 이유로 바꾸려고 해도 10위안을 내야 한다. 계좌에서 돈이 빠져 나가거나 입금됐을 때 알려주는 휴대전화 메시지서비스 역시 매월 3위안을 받는다.

최근 발간한 우한대학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의 수수료 항목은 2003년에 300여개에 불과했지만 7년후인 2010년에는 10배인 3000여종으로 불어났다. 중국 주요 은행들의 수수료 수입비중은 2008년 은행전체 수익의 15% 안팎에서 지난해에는 20%를 넘어섰다. 한국 은행에 비해서도 두 배 가까이 높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중국 은행들은 직원들의 노동력이 들어가는 업무에 대해서는 무조건 그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점이익 누리는 은행
지난 23일 오후 송금을 위해 베이징에 있는 공상은행 쓰윈차오(四云橋) 지점을 찾았다. 입구에 있는 번호표를 뽑으니 171번이 나왔다. 일반 고객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창구는 모두 5개. 기자 앞에 약 20명이 대기하고 있었고 분위기도 한산한 편이었다. 한국의 은행이었다면 10~20분 정도면 일을 끝낼 수 있는 상황. 그러나 꼬박 1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업무를 볼 수 있었다. 번호표 종이에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세요’(請耐心等候)라는 말이 괜히 쓰여져 있는 게 아니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베이징 우리은행 왕징지점의 경우 6명의 창구직원이 1인당 매일 평균 40여명 고객들의 업무를 처리한다”며 “중국 은행들은 아마도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는 엉망이지만 대출 문턱은 턱없이 높다. 이미 중국의 많은 중소기업들은 은행에서 돈을 못 빌려 사채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주택이나 자동차 대출을 받으려면 적합자라고 해도 기간이 최소 한 달이 걸린다. 고객에 대한 횡포도 심하다. 예를 들어 고객이 신용카드를 쓰고 돈을 일부만 갚았을 경우 은행은 연체이자를 못 갚은 돈에 대해서가 아니라 원금 전체에 대해 물린다. 케니 램 홍콩 맥킨지 파트너는 “중국 은행들의 고객 충성도는 아시아에서도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은행들의 서비스 수준도 크게 뒤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중국 은행들이 열악한 서비스와 과도한 수수료로 횡포를 부릴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은행들은 금리경쟁을 하지 않는다. 1년 예금이자는 연 3.5%로 고정돼 있다. 반면 대출 기준금리는 1년에 6.56%다. 이를 기준으로 대출자의 신용도에 따라 90~120%의 금리를 적용해 돈을 빌려준다. 이 범위를 벗어나면 불법이다. 경쟁없이 3% 이상의 예대마진이 보장되는 것이다.

외국은행과의 경쟁도 제한적이다. 중국의 최대은행인 공상은행은 현재 지점이 1만6000여개다. 외국계 은행은 중국에서 1년에 최대 3개까지만 지점을 낼 수 있다. 외국은행이 중국시장에서 공상은행과 같은 영업망을 갖추려면 5000년이 넘게 걸리는 셈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은행들은 수십년 동안 고객만족을 생각할 필요없이 우월한 지위를 누려왔다”며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박할수록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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