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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대신 양꼬치" 다문화 사회 꽃핀다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2.12.14일 10:38
'중국 명동' 영등포구 대림2동 가보니

  대림역 12번 출구로 나오면 눈앞에 차량 두 대가 지나다닐만한 골목길이 나온다. 출구에서 나와 대림2동 중앙시장 너머로 이어지는 500m가량 되는 거리에는 중국어가 적힌 간판들이 넘쳐났다. 도로 양 옆 건물들에는 중국요리집이 보였고 이따금 낯선 중국어로 통화하는 사람들도 지나갔다. 인근 주민들은 이곳을 '중국 명동'이라고 불렀다.

◇서울 속 중국…삼겹살 대신 양꼬치

  행정구역상 주소는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38길. 구 지역체계로 구분하면 대림2동에 속한다. 대림 2동 주민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외국인이다. 대림2동 주민자치센터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대림2동 주민수는 총 1만7491명이다. 그 중 8200명이 이주민이다. 거의 대부분이 중국인이거나 조선족이었다.

  언제부터 이곳이 중국인 타운이 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호형 목사는 "1999년에 이미 구로동과 대림동, 가리봉동 지역에 1만명 정도의 불법체류자가 있었다"며 "아마 이곳이 집값이 싸 자리잡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림동에 11년동안 살고 있는 중국 심양 출신의 옥기순 대림2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은 "과거 구로공단이 근처에 있었다"며 "그 쪽에 집들이 작고 싼 집들이 많고 교통도 편리하다보니 이곳에 자리잡은게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주변 풍경은 낯설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중국색이 강했다. 타향살이 하는 중국 동포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상점들이 즐비했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삼겹살집 대신에 양꼬치 전문점이 늘어서 있고, 각종 면류와 돼지고기 요리를 파는 중국 요릿집도 눈에 뗬다. 한국과 달리 붉은색 간판들이 자주 보였다. 붉은색은 중국에서 복을 기원하는 색으로 통용된다.

  시장의 풍경도 이국적이었다. 시장 좌판에 깔려있는 상품도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상품들이 많았다. 중앙시장에서 반찬가게 종업원으로 일하는 이모씨(40·여)는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돼지간 무침과 쇠심줄 무침, 피둥(돼지껍질로 만든 일종의 묵)반찬 등을 찾는 주부들이 많다"고 말했다. 과일노점상 박모씨(45)는 "중국인들이 많이 사는 과일은 토마토와 석류"라고 설명했다.

  한 요릿집에서 만난 중국인 일행은 고기완자와 당면을 돼지육수에 넣고 뚝배기에 끓인 음식과 소주를 들며 추운 날씨에 언 몸을 녹이고 있었다. 그들은 "하얼빈에서 왔다"며 "이곳에 오면 고향에서 먹던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행은 "한국 음식은 조금 매운데 이곳 음식은 입에 맞는다"며 "일감이 없는 눈이나 비올 때 더 찾는다"고 귀띔했다.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절약정신 강해···건물 사는 중국인도 종종 있어

  대림동에서 중국 음식점만큼이나 눈에 많이 띄는 것이 바로 직업소개소. 지난 2007 년에 도입된 방문취업비자(H2)를 가지고 있는 동포는 3년에서 최장 4년 10개월까지 머무를 수 있다.

  만일 국내에서 인정하는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지방 제조업체 한 곳에서 연 속으로 2년 동안 일하면 재외동포 비자(F4)를 얻을 수 있는데 F4 비자는 연장만 하면 계속 한국에 머무를 수 있는 자격을 준다.

  한 직업소개소 관계자는 "한국에서 직업을 갖는 것은 생계유지의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머무를 수 있는 주요 요건이 되기 때문에 동포들이 당연히 많은 관심을 갖는다"며 "식당일이나 제조업, 건설업 등에 종사하는 동포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대림동에서 만난 중국동포들은 대부분 "12시간 이상 일을 한다"고 말했다. 하얼빈에 서 한국에 온지 7년됐다는 김모씨(50·여) 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식당일을 한다"며 "그렇게 번 돈으로 생활비를 하고 중국 가족들에게도 송금한다"고 말했다 .

  대림동에서 한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이모씨 (55·여)는 "10년째 가게를 운영하는데 중국인들의 절약정신은 대단하다"며 "주부들이 상점에 와도 쌀이랑 깐두부, 장, 고수 등 최소한의 먹을거리만 사간다"고 말했다. 이씨는 "언제부터인가 이 근방 건물을 샀다는 중국인들도 종종 봤다"고 귀띔했다.

  ◇부정적 인식 벗고 다문화가 꽃피는 마을로 거듭나는 중

  원주민의 수와 이주민의 수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섞여 있다 보니 이들 사이의 갈등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한 분식집에서 만난 지역주민은 "중국인들은 질서의식이 없는 것 같다"며 "아무데서 나 침을 뱉고 꼭 싸우는 것처럼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중국 동포들"이라고 말했다. 이 주민은 "해가 지면 집 밖에 나오는 게 무섭다"고도 덧붙였다.

  대림2동에 위치한 한 파출소 경관은 "야간에 근무를 하면 폭행 등 시비로 이곳에 오는 사람들의 90% 이상이 중국 동포들"이라며 "현장에 경찰이 출동해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경관은 "그래도 지난해보다는 중국동포 관련 신고건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며 "동포들 사이에서도 질서의식에 대한 필요성이 생기고 있는 것 같고, 비자가 만료돼 중국으로 돌아간 사람들이 많은 것이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질서의식이 부족하다", "더럽다" 등 부정적 인식을 벗어던지기 위해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이 공동으로 노력하는 모습들도 엿보인다.

  조용준 대림2동 주민자치위원회 간사는 "동포와 원주민간 사는 문화나 방식이 달라서 예전에는 살인 사건 등 위험한 사건들도 많이 발생했다"며 "공생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다 지난 2006년부터 '다문화가 꽃피는 마을'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업은 서로를 알아가는 것부터 시작했다. 한국에 사는 중국동포들이 각자의 음식을 가져와 나눠 먹기도 하고 운동회나 노래자랑 대회도 열었다. '마을 안전망 구축' 을 핵심사업으로 내걸고 동포들로 구성된 자율방범대를 운영했다.

  그 결과 쓰레기 무단투기 현상이 점차 줄어드는 등 조그만 변화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림동의 미래 발전에 대한 구상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옥기순 대림2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은 "중국에서 한국에 온지 13년째이고 귀화한지 7년 됐다"며 "한국에 정착하는 이주민들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2세 일자리 문제와 3세 교육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옥 위원은 "번화가인 대림역 12번 출구 앞 골목을 중국인 특화 골목으로 만들어 관리한다면 환경정비나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재학생 중 중국출신 아이들이 1/3 이상 되는 대동초등학교의 경우에는 아예 외국인 학교로 만들어서 중국어를 체득할 수 있는 교육기관으로 만든다면 교육수준도 높아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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