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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본의 원리와 조선족공동체의 생존방식

[중국조선족문화통신] | 발행시간: 2009.08.12일 23:53
조선족문화가 변연성을 띠고 있다고 해서 그것은 모국문화와 중국문화의 1대 1의 기계적 조합이라고 생각해서는 아니 된다. 더욱이 중국의 주류문화에 기울어져 자기의 전통을 망각해서는 더욱 아니 된다. 이와는 반대로 자기의 민족문화전통을 굳건히 지킴과 동시에 중국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물론 조선족의 민족문화전통과 중국문화― 이 둘 중에서 그 어느 한 쪽을 홀시해도 중국조선족문화는 변연문화계통으로 형성될 수 없다. 만일 중국조선족이 현지주류문화인 중국문화만을 수용하면서 자기의 문화전통을 포기했다면 13억 중국인 중의 하나로 되어 자기의 개성을 상실하게 되었을 것이고, 만일 자기의 민족문화의 전통만 고수하면서 중국문화에 대한 수용을 포기했다면 중국사회에 적응할 수 없었을 것이다. 중국의 성구를 빌어 표현한다면 “각답량지선(脚踏兩只船)”이라고 중국과 조선반도라는 이 “두 문화의 배”에 발을 붙이고 지금까지 살아온 셈이다. 이 점을 두고 정판룡 교수는 중국조선족문화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적중한 지적이다.

하지만 문화적인 성격으로 보면 중국조선족문화의 기반은 모국문화인 조선반도문화의 요소를 다분히 지니고 있는데, 그것은 민속, 생활방식, 사고방식, 언어 등 면에서 아직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므로 중국조선족문화의 주체(主體)는 여전히 조선반도문화의 요소라고 해야 할 것이다. 중국조선족의 문화는 총체적으로 볼 때 조선반도에서 갖고 온 모체문화의 접본(接本)에 중국문화라는 접목(椄木)을 가접시켜 새롭게 생겨난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김관웅,『사과배와 중국조선족―중국조선족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管見』,모이자 사이트: moyiza.net)



나무를 놓고 보면 그 생명의 바탕은 예외 없이 그 나무의 뿌리이다. 세계 제일의 품질을 자랑하는 한국 사과인 후지도 그 뿌리는 야생종인 매조의 일종이다. 그런데 매조의 열매는 크기가 도토리보다도 작다. 2차대전 후 세계 각국에서 여왕의 자리를 차지하였던 피스(평화)라는 유명한 장미꽃은 그 예술적인 색깔과 모양으로 세계인들을 매료했다. 2차대전이 끝난 후 열렸던 제1차 UN총회에 모인 각국 대표들은 모두 이 피스 장미꽃을 가슴에 꽂았다. 그런데 이 장미의 대목은 찔레뿌리였다.

이러한 의미에서 연변의 사과배는 중국의 조선족이라는 이 변연문화의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다. 사과배는 가접과수(嫁接果樹)이다. 말하자면 연변의 사과배는 북조선 함경남도 북청(北靑)의 배나무 가지를 연변의 산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야생 돌배나무에 가접(嫁接)해서 개발한 새로운 과수품종이다. 원예학에서는 북청의 배나무 가지를 접수(接穗)라 하고 연변의 야생 돌배나무를 접본(接本)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접본은 당지의 야생나무를 이용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품종이 그 지역의 기후와 풍토에 적응되어 잘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잡종강세(雜種强勢)는 사과배에서도 볼 수 있다. 가접을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배 품종 - 사과배는 연변의 야생 돌배보다 훨씬 크고 달며 심지어 북청의 배보다 도 더 크고 달뿐만 아니라 배 껍질이 두꺼워 오래 동안 저장할 수 있다. 중국 산동성 라이양(萊陽)의 배나 한국 전라남도 나주(羅州)의 배가 유명하다고 하나 연변 사과배의 맛에는 미치지 못한다.

한국의 후지사과거나 미국의 피스장미거나 연변의 사과배거나 간에 그 생명의 바탕이 되는 뿌리인 접본은 예외 없이 야생종이여야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커다란 계시를 준다. 그것은 나무의 생명의 바탕은 예외 없이 그 나무의 뿌리인 까닭이다. 한 식물의 종(種)이 아무리 인간에 의해 변이(變異)를 많이 일으켰다고 하더라도 그 원형은 자연상태의 야생으로부터 진화된 것이기 때문이다.

생물의 세계에서만이 아니라 인간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식물의 경우 줄기나 잎보다 뿌리가 중요하듯이 문화의 경우도 줄기나 잎보다도 뿌리가 중요하다.

그러면 한 민족의 정신문화의 핵과 뿌리는 어디에 있는가? 관념문화에 있고 그 관념문화를 담고 나르는 문자부호와 철학, 역사, 문학, 예술 같은 데 있다. 민족이나 나라가 아닌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첨단과학의 권위자라고 해도, 또 아무리 대단한 작가나 예술가라고 해도 그가 영원한 인간이 되려면 그 정신의 접본은 제 민족의 정신문화와 그 역사에서 찾아내야 할 것이다.

요컨대 약소민족은 다양한 문화와의 접촉과 융합을 지향하되 접본을 중요시하는 접목의 원리를 지킬 때만이 민족적 정체성을 지킬 수 있고 주변문화의 자양분을 흡수해 보다 강대한 민족으로 거듭날 수 있다.

중국에서도「갑신문화성명」을 발표했지만 지금은 작은 민족이 큰 민족에게 동화되어야 하는 시기도 아니며 세계가 하나의 민족으로 되어야 하는 대동세계도 아니다. 그와 반대로 다양한 민족문화가 개화, 발전해야 하는 시기이다. 즉 세계 각 민족문화의 다원공존의 시기이다. 하기에 중국조선족은 앞으로도 민족문화의 뿌리를 통해 부단히 자양분을 섭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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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신문화성명」:

최근 중국의 북경에서는 “글로벌화와 중화문화”라는 테마를 걸고 《2004문화고위급논단》을 개최하였다. 이 회의에서는 세계문명의 다양성을 고수하기 위한 《갑신문화선언》을 채택하였는데 이 선언의 요지는 두 가지로 개괄할 수 있다.

첫째, “그 어떤 국가나 민족이든지 모두 자기의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권리와 의무를 갖고 있으며 외래문화를 자주적으로 선택, 수용하거나 또는 비완전(不完全)히 접수하거나 일부 영역에서는 완전히 접수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류가 공동하게 관심하는 문화문제에 대하여 자기의 의견을 발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둘째, “중화문화에 고유한 인격, 윤리, 이타(利他), 화해를 중요시하는 동방품격과 평화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인문정신은 오늘날 세계의 개인지상주의, 물욕지상주의, 악성 경쟁, 약탈적인 개발 및 여러 가지 근심스러운 현상에 대하여, 인류의 안녕과 행복에 대하여 모두 중요한 사상적 계시를 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 中國 《文學報》, 2004年 9月 9日>

문명의 다양성과 공존을 주장하는 중국의 변화는 조선족의 정체성 찾기에 푸른 등을 켜주고 있다.『문학보』, 2004년 9월 4일 자 참조.)

김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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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대학교 교수.

Email: jhx53@hanmail.net

1953년 생.

저서:《재만조선인문학연구》

《문학비평방법론》

《문학과 인생의 진실을 찾아》

논문:《중국 조선족문학의 산맥―김학철》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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