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을 앞두고 교육당국이 일선 초·중·고교를 중심으로 ‘암행감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교사들이 위축되고 있다. 스승의 은혜를 기리고 감사해야 할 스승의 날을 그저 ‘촌지에 취약한 날’로 규정해 단속반이 암행감찰을 다니고 교직원이 교문을 지키는 현실에 교사들은 “추락한 교권을 실감한다”는 반응이다.
14일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들이 스승의 날을 맞아 이달 초부터 일선 초·중·고교를 중심으로 ‘암행감찰’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지난 3일부터 스승의 날 다음날인 16일까지 본청 감사팀 4개조(1개조 2명씩 총 8명)를 투입해 일선 초·중·고교에 대한 교사들의 촌지 및 비위 행위를 감사 중”이라며 “이번 감사는 4월중순 ‘특별히 공직기강에 신경을 써달라’는 교육부 지시가 내려온 만큼 좀더 포괄적으로 진행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요 점검사항은 촌지 및 금품수수 행위, 복무점검, 근태 등으로, 파견된 감찰조들이 일선 학교 주변을 중심으로 촌지가 담긴 봉투나 고가의 선물을 받는 교사들이 있는지 감시하는 방식이다. 감찰조들은 그동안 스승의 날 민원이 많이 발생해온 서초·강남권 일부 학교들과 촌지 및 금품수수 관련 제보가 들어온 학교들을 중심으로 암행감찰에 나설 계획이다. 일부 학교들에선 선물을 든 학부모들의 방문을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교직원들을 교문 앞에 배치하는 고육지책을 쓰기도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만약 촌지수수 등 공직기강을 손상시키는 비위가 확인될 경우 징계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선 학교 교사들은 “암행감찰은 교사집단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매도하는 행위”라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의 한 사립초등학교 교사는 “스승의 날 종이 쇼핑백이나 큰 가방만 들고 다녀도 고가의 선물로 의심하는 시선이 느껴진다”며 “매년 스승의 날만 되면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과의 사이도 서먹서먹해진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의 한 고등학교 교사도 “교육당국에서 잘하는 교사들에게 정부포상을 주고 교권보호를 강조하고 있다지만, 매년 암행감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교사들의 사기가 꺾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존경과 감사는커녕 불신과 매도를 당하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