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목동 24km 왕복에 전기료 480원 소요, 비싼 차값 · 충전소 부족 여전히 문제
[CBS 권민철 기자] 지난 5일 과천시청내 전기차 충전소에서 충전을 마친 전기차 블루온에 시동을 걸었다.
시동 방식은 일반차와 똑같았다. 그러나 '부릉부릉' 시동음 없이 계기판에 'READY'라는 신호만 들어왔다. 엔진대신 모터로 가기 때문에 엔진 폭발이 없어서다.
계기판엔 전기의 사용 또는 충전 상태를 보여주는 파워게이지가 RPM 대신 달려있다.
연료게이지 대신 20개 눈금으로 이뤄진 배터리게이지가 설치돼 있다. 오토로 돼 있는 기어에는 'E' 단계가 하나 더 붙어있었다. 'D'와 비슷한 기능이지만 전기효율을 좀더 높여주는 장치다.
왼쪽에는 전기차 고유의 소음을 내는 VESS라는 버튼이 붙어있다. 전기차 주변에서 차의 존재를 인지할 수 있게 일부러 만든 소음 장치다. 그만큼 정숙하다는 뜻이다.
가속 페달을 밟자 계기판에 전기가 사용되고 있다는 표시가 들어왔다. 승차감은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카트처럼 매우 부드러웠다.
충전소에서 나와 도로를 내달리니 10초만에 시속 50km로 내달린다. 코너링, 제동도 일반차와 다르지 않았다.
과천에서 목동으로 퇴근하는 길목인 남태령에 접어들었다. 'E'로 놓고 가니 좀 힘이 부치는 듯 했다. 그러나 D로 바꾸니 곧바로 탄력이 살아났다.
남태령 정상을 지나 내리막길이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니 파워게이지에 충전되고 있다는 표시가 들어온다.
이에 대해 환경부 박광칠 전기차 보급추진팀장은 "전기차는 관성으로 달리는 경우 회전력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올림픽대로에 접어들었다. 시속 90km를 찍는데 별무리가 없었다. 이 차의 최대 시속은 130km라고 했다.
고속주행시 차량 밖에서 나는 소음이 차 내부로 파고들어와 다소 시끄러웠다.
박 팀장은 이에 대해 "차 내부에서 엔진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에 타이어에서 나는 주행 소음이 다른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들린다"고 말했다.
과천시청에서 목동 CBS 사옥까지 거리는 24km. 전기료로 단순 계산하면 240원이 든 셈이다.
다음날인 6일 오전 목동에서 과천까지 출근길에 올랐다. 배터리게이지의 눈금은 15개 그대로였다.
만약 모자란다면 충전을 해야 한다. 서울시내에 설치된 급속 충전소는 30여 곳이다. 급속 충전의 경우 한번에 20분정도 걸리는데 이걸로 최대 130km를 주행할 수 있다.
충전하는데 6~7시간 정도 걸리는 완속 충전기의 경우는 전기차 구입자에게 설치해 준다.
퇴근길과 같은 코스로 운행해 과천에 도착하니 배터리게이지의 눈금이 7개나 없어졌다. 전날보다 배터리 소모가 많았던 것이다. 이는 출근길에 히터를 켰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 팀장은 "일반차는 엔진에서 나오는 열로 실내 난방을 하지만 전기차는 배터리를 이용해 별도로 열을 만들어 내는 시스템이라 히터에서 전기 소비가 많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이 차는 전기료 100원으로 평균 10km를 주행한다. 그러나 전기차 시대의 도래는 아직은 멀어 보인다.
우선 비싼 가격 때문에 보급이 저조하다. 지난해 현대차 블루온만 260대가 보급되는데 그쳤다. 그것도 대부분 공공기관에만 보급됐다.
블루온의 경우 5천만 원이다. 정부는 올해를 전기차 보급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전기차를 구입하는 공공기관에게 최대 2000만 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반인에 대해서는 아직은 지원 계획이 없다.
게다가 배터리(용량 16kwh)의 수명이 다되면 바꿔야 한다. 따라서 가격이 얼마나 떨어질지가 관건이다.
박 팀장은 "5년 뒤면 현재 배터리 가격의 60%정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배터리 가격이 650만 원 정도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충전소도 문제다. 급속 충전소의 경우 서울 시내에 30여개가 설치되는데 그쳤다. 따라서 올해 신규로 2500대의 전기차를 보급하겠다는 정부의 목표는 다소 버거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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