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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가까운 거리에 있는 반짝이는 세계/남영선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3.06.13일 11:16
남영선 칼럼

  지난 겨울 선전에 있는 동생네 집으로 갔던 차에 홍콩으로 다녀오게 되었는데, 떠나기 전부터 홍콩이란 이름만 머리에 떠올려도 공연히 마음이 부풀면서 설랬다. 전에는 홍콩이라면 실로 세외도원 같아 머리로만 그려만 볼 수 있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공안국에서 발급한 통행증만 소지한다면 얼마든지 다녀올 수 있는 도시가 되었다. 본래부터 중국 영토의 일부이었지만 당시 조정의 무능함으로 150여 년이나 영국에 넘겨주었었다. 정말 금만 건느면 닿을 수 있게 너무도 가까웠지만, 그렇지 못하여 너무도 멀리 있었던 것 같다.

  홍콩이 중국의 품으로 돌아왔으니 해관검사 쯤은 아주 쉽고 빠를 것이리라 생각했었는데, 정작 부딪쳐 보니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선전 황강해관의 크지도 않은 대청에는 몇십 개의 여행사에서 조직한 여행팀들로 말 그대로 콩나물시루안 처럼 빼꼭했었다. 큰 숨도 바로 쉬지 못할 정도로 몰려서서 한 시간이나 단지고음을 하고 나니 정말 홍콩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당장이라도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이 났다. 그래도 여행사 측이나 해관 측 공무원들은 낯색 하나 변치 않고 무표정한 얼굴들이다. 정말 '태연자약하다'는 말은 이럴 때 써야 할 듯 싶었다.

  한 시간동안 단지고음을 당하고 당금이라도 그 자리에 물러 앉을 것 같은 상황에, 겨우 해관검사가 시작되었는데 또 반시간이 걸렸다. 특히 마약밀매로 하여 해관검사가 각별히 까다로웠는데 그건 이해가 갔지만, 그 서비스 태도는 정말 눈뜨고 볼 수 없었다. 돈 팔고 좋은 유람을 가자고 온 것인데 그들의 나무람을 듣고 괄시를 받고 보니 기분이 너무 찜찜했다.

  황강해관에서 홍콩해관까지는 버스로 3분거리 밖에 되지 않았다. 홍콩출입국사무소의 검사창구는 모두 22개였는데, 그가운데서 18개가 가동되었지만 역시 반시간이 걸렸다. 재차 까근한 검사가 있었던 것이다. 거기서 다시 뻐스로 2분을 가니 락마주황바역이였는데, 때는 10시20분이다.

  아침 6시에 집을 떠나서 장장 네시간반이나 걸렸는데 차타고 걸린 시간은 집부터 시작해야 반시간도 되지 않았으니 나머지는 곧게 서서 기다렸던 것이다. 생각해도 허구픈 웃음만 나왔다.

  락마주황바역에서의 법륜공선전과 반공 삐라들을 보면서 한 나라 두 가지 제도라는 의미를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10시35분에 황바역에서 다시 홍콩 여행버스에 탑승하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정식 여행가이드가 나오고 모든 것이 편해졌다. 여행 가이드는 이제 20세초반의 처녀인 듯 싶었는데 성은 왕씨로서 보통 한어를 아주 유창하게 잘하였다. 친절하고 가슴이 뜨거운 사람임을 인차 알아 볼 수가 있었다. 차에 오르자 그는 우선 차번호와 자신의 핸드폰번호를 알려주면서, 혹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절대 조급해 말고 연락을 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를 했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홍콩은 260여 개의 크고작은 섬들로 이루어졌는데, 총 면적은 1100평방키로메터이고 인구는 700만으로서 세계적으로 상위권에 들어선다고 했다. 산으로 이루어진 섬에 인구가 많으니 당연히 땅값이 금값보다도 더 비싸지 않을 수 없었다. 보통 아파트 한평방에 2,5000원이고 고층은 한평 방에 십만 위안도 하는데, 보통 면적이 40평방이고 제일 큰집이라야 80평방인데 부자들이 산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홍콩의 아파트들은 거의 모두가 베란다가 없는데 거리를 가다도 머리를 들어 쳐다보면 모두가 바지랑대에다 옷을 걸어서는 창문에서 밖으로 내밀어 말리우는 정경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정경을 보노라니 앞뒤로 베란다가 두 개씩이나 있는 나의 집이 머리에 떠오르면서 자연 어깨가 으쓱해나는건 어쩔 수 없었다.

  홍콩에서 보통 월급이 7000원 이하는 저수입계층이라고 하는데, 홍콩에서 자기의 집을 장만하고 산다는 건 참으로 힘겨운 일이 아닐 수가 없으며, 평생의 꿈이 아닐 수가 없다. 세집은 40평방 짜리가 한 달에 5,000원이라니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버스를 타고 좁은 길에 들어설 때면 일부러 목을 빼들고 아파트의 창문으로 들여다 보이는 집안을 살펴보면 평수가 정말 작아보였다.

  홍콩은 우리와 달리 좌측 통행을 하고있었는데 길은 어디로 가는 길이든 모두 일차선으로서 오가는 차가 스쳐지나갈 수 있는 정도였다. 땅이 귀하니 자연 3,4차선으로까지 넓힐 수가 없은 것 같았다. 그러나 그렇게 좁은 길에 그렇게 많은 차량과 행인들이 다니고있었지만 한번도 차가 막히거나 접촉사고가 나는걸 보지 못하였으며 모두가 질서정연히 경적소리도 없이 잘도 빠져나고 있었다.

  홍콩의 영화나 연속극을 보면 도처에 경찰이고 도처에 악한들이었는데, 정작 홍콩에서는 경찰제복을 입은 사람을 보자고 눈을 씻었지만 볼 수 없었으며 악한들은 어디에 숨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거리의 작은 음식점이나 즉석음식을 파는 곳에는 모두 조용히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정경을 볼수가 있어 자연히 머리가 숙여지군 하였다.

  홍콩에서는 거리에서도 아무 곳에서나 담배를 피울 수 없다. 일단 그 누구나 이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제보하면 2천 원의 홍콩돈을 벌금해야 한다. 하기에 상점문앞이나 수리부문앞 같은데는 쓰레기통이 있었는데, 그 쓰레기통 위에 담배재털이가 달려있었다. 그런 곳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있으며 피워도 재털이에 담배재를 털고 비벼꺼야 한다는 것이다. 간혹 그런데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보았지만 많지는 않았으며 함부로 피우는 사람은 종일가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나도 돌아가면 꼭 담배를 끊어야겠다고 나름대로 다져보는 시간이 되기도 하였다.

  홍콩은 땅이 귀한 곳이기때문에 집들을 산꼭대기 위에도 지었는데, 그런 정경을 볼 때마다 참 사람이 못하는 일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인간의 위대함을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 태평산정은 해발 550메터의 높이인데 그런 산꼭대기까지 고층건물을 줄을 지어 지었으니 말그대로 감탄만 흘러나왔다. 더욱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은 태평산정의 집은 한평방에 50만원이란 것이다. 산꼭대기까지 오르자면 많은 굽이를 돌아야 하는데 매 10초에 굽이가 하나였는바 올라 갈 수록 밑을 굽어보면 아찔하여 손에 땀이 날 지경이였다.

  여행이란 건 모두가 알다싶이 면세점에 가서 면세품을 사는 것은 필수인 만큼 우리도 면세점에 가야 했다. 나는 면세점에 들어가지 않고 그 시간에 면세점 근처의 골목들을 돌아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반갑게도 우리 글로 된 음식점 간판들을 보게 될 줄이야. 아마도 한국인들이 차린 음식점 같았다. 그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리며 서있다가 아쉬운대로 돌아서서 몇걸음 걷는데 너무도 귀에 익은 우리 말이 들려와서 머리를 돌려보니 스무나문살 쯤 되는 처녀애 둘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걸어가고있었다.

  우리 말을 들어보지 못한지가 하루도 채 되지 않았지만 꼭 마치 몇십 년만에 들어보는 것같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나는 미친 사람처럼 무작정 그들을 향해 달려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공연히 의심을 사서 애매하게 몰리지는 않을까, 하는 위구심이 들어서였다.

  다시 차가 세워져있는 면세점쪽으로 발길을 돌리는데 달려가는 공공버스의 밖에 광고로 씌여진 글이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목단강경박소진'이라고 씌어져 있었던 것, 목단강경박소진은 내가 사는데서 얼마 떨어져있지 않는 곳이였기 때문이다. 차가 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난 그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 세상은 참으로 하나가 되고 지구가 촌으로 된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 어떤 사업에서든지 광고의 효능이 얼마나 큰가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저녁을 먹고 구룡도와 향항도사이의 부두에서 배를 타고 홍콩도와 구룡도의 야경을 보는 멋은 참으로 무어라 형언할 수 없었다. 항구로 살아가는 부두인데 그 맑고 깨끗함은 그저 한마디로 푸르고 순수하다면 어떨가? 색다른 전등으로 조화된 야경은 많이는 광고판이였는데 삼성이나 LG같은 한국기업의 광고판도 보여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였다.

  지난 20세기 아세아 네 마리 룡중의 하나로 급부상하여 우리에게는 말 그대로 천국이나 다름없이 안겨 왔던 홍콩이 지금은 우리의 곁에 있으며 천국도 지옥도 아닌 너무도 평범한 곳이라는것을 나는 실감하였다. 그러면서 심심하게 느낀 점이라면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이란 무엇이며 양자는 상부상조, 불가분리의 관계여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결론도 가져보았다.

  멀리 있지 않고 실제로 가까운 곳에 있으니 서로 배우고 교류하는 것도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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