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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문학상 응모작품] 그리움의 향기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3.06.17일 12:47
●(연길)박송천

기다림의 끝자락에 잔잔히 약동하는 묘한 감정은 다소곳이 피여나는 쓰라림을 새김질하며 담배에 불붙인다. 흩어지는 연기에 너라는 사람이 기억의 틈새로 비비고 들어온다. 비로소 그리움은 가슴을 적신다.

스무살 문턱에 들어설 무렵 어깨 무겁게 느껴지는 대학입시의 부담이 날 괴롭게 했다. 그러던 와중에 담배에 손을 댔다. 길게 들이빤 한모금의 연기가 산산히 공중에 흩어질 때 그속에 도취되여 이제는 담배피우기가 복잡한 일상을 달래주는 향수로 자리매김하게 되였다. 그런 나를 넌 싫어했지…

《제발 내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마!》 그 쌀쌀한 한마디의 여운이 매번 담배에 불을 붙힐 때면 가슴을 두드린다. 하여 네 눈을 피해가며 담배를 피우곤 했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어렵게 담배를 피우는 자신이였지만 행복을 느낄수 있었다. 내 건강을 챙기려는 너의 마음을 읽어버렸으니까!

한달전 부터 담배를 피우는 일이 많이 쉬워졌다.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훌쩍 날아가버린 너, 이제는 아무리 담배를 피워도 모르게 되였으니까. 그런데 한가한 날 여유롭게 담배를 피우며 너의 잔소리를 그리워하는건 웬 영문일까?

음악을 켜놓고 담배가 타들어가는 동안 컴퓨터앨범을 뒤진다. 우리둘만의 추억이 숨쉬는 공간이다. 멈춰선 지난 시간을 뒤적이며 감상하는 음악은 아름답기만 하다. 아름다운 음악에 아름다운 추억, 그리고 가슴을 적시는 그리움마저 아름답게 다가온다.

담배를 물고 길게 한모금 들이 빤다.

《담배를 적게 피워!》

곁에 있을때 늘 해오던 너의 잔소리가 들리는듯 싶다. 얼굴에 미소가 빙그레 번져진다. 잔잔한 감동의 파문이 일어 가슴엔 사랑의 전류가 흘러지난다. 난 어쩌면 감정에 나약한 사람인가보다. 네가 떠날 때 혼자 남겨둔다고 투덜거리며 다시는 안 본다고 말했지만 지난날의 작디작은 추억에도 감동을 받으니 말이다.

습관처럼 핸드폰을 잡고 너에게 카톡을 보낸다.

《머하고 있어!》

분명 네가 무슨 말로 회답할지 알면서도 눈 깜빡이는 시간도 놓칠세라 핸드폰을 뚫어지게 들여다본다.

《니 생각하고 있었지롱~》

《난 담배를 피우는데…》

억지로 욕을 사서 먹을 문자를 보내는 나는 정말 고약한 놈이다.

《내가 담배 적게 피우라고 했잖아!》

분명 잔소리인데도 잔소리가 아닌 나에게는 아름다운 멜로디로 느껴진다. 너의 관심이 아직 식지 않았음을 확인하고서는 제멋에 좋아하는 난 사랑에 빠진 바보인걸까!

바보여도 좋고 멍청이여도 좋다. 사랑에 충실하다는건 언제까지나 나쁜 일은 아니니까! 너에게 관심을 받고싶은것도 어쩜 어리광부리는 나의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 분명 나도 그만큼 사랑하고 있는것임이 틀림없다. 이러고 보면 아직도 난 철 못든 놈이구나…

담배 한대가 다 타들어간다. 이 한대 만으로 족하다. 어쩌다 가끔씩 이렇게 담배를 피우며 너를 그리는 시간이 봄날의 망울터치는 꽃의 향기처럼 나에게는 그윽한 순간이니까!

오늘도 기약없이 찾아오는 그리움을 향기로 만끽하며 사랑의 울타리에 피여나 곱게 장색해줄 모닝글로리를 꿈꾼다.

올해 봄은 잔잔한 바람속 꽃향기도 좋고 따사로운 봄볕의 간지럽힘도 좋지만 조용히 담배한대로 너를 그릴수 있음이 더더욱 좋다. 그림움의 향기는 만나는 날까지 바래지 않을 여운으로 남아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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