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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인부 90% 중국동포, 사지로 내몰린다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3.08.01일 13:42

방화대교 남단 램프 공사현장에서 교각 상판 붕괴사고가 발생한 30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방화동 사고현장에서 소방 관계자 등이 매몰돼 숨진 인부의 시신을 수습해 사고 현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News1 유승관 기자

잇단 사망사고…대다수 불법체류라 위험 도맡아

(서울=뉴스1) 박현우 기자 = # "위험한 일은 (중국)동포들이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빨리 돈 벌어야 하니까. 돈 벌기 위해 한국 온거니까. 많이 힘듭니다" 건설근로자 조선족 김모씨(62)는 건설현장에서 위험한 작업은 주로 중국 동포들이 도맡아 한다고 했다. '방화대교 사고'로 숨진 고 최창희씨의 빈소에서 지난달 31일 만난 김씨는 "나도 언제 이런 일을 겪을지 모르겠다"며 불안해했다.

# 앞서 '노량진 수몰사고'로 숨진 고 박명춘씨 빈소에서 18일 만난 조선족 박모씨(50)도 "배수지 공사 중 위험한 입구 쪽 일은 주로 중국인이 도맡아 했다"고 했다. 2011년 노량진 배수지 공사가 시작되던 때 현장에서 근무했었다는 박씨는 "내가 현장에서 일해 봐서 누구보다 현장 상황을 잘 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1시4분께 방화대교 남단 연결램프 신설 공사현장에서 램프 상판구조물이 무너지면서 근로자 3명이 매몰됐다.

이 사고로 작업 중이던 인부 2명이 또 목숨을 잃었다. 공사 중이던 상수도관 배수지 공사현장에 한강물이 유입돼 작업 중이던 인부 7명이 숨진 '노량진 수몰사고' 발생 보름 만이다.

허동길씨(51)와 최창희씨(52)가 숨지고 김경태씨(58)가 중상을 입었다. 사고 현장에는 이들 말고도 근무자 한 명이 더 있었다. 다행히 나머지 한 명은 다치지 않았다.

특이하게 이날 사고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중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4명 모두 중국동포였다.

앞서 노량진 수몰사고 때도 사망자 7명 중 3명이 중국동포, 소위 조선족이었다.

지난달 공사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은 9명 중 5명, 56%가 중국 국적을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건설근로 종사 중국동포 약 30만명…위험에 내몰려

최근 건설현장에서 중국동포가 인명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당국은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중국동포 건설근로자수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H2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들어온 외국 국적 동포는 2013년 6월 현재 23만여명이다.

H2 비자는 중국과 구소련에 머무르는 동포 중 방문이나 취업을 목적으로 한국에 오는 동포에게 발급되는 비자다.

중국동포가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건설근로자로 근무하려면 H2 비자를 발급받아 산업인력공단이 실시하는 취업교육, 건설 관련교육 등을 모두 이수해야 한다.

그러나 법무부 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서 H2뿐만 아니라 방문동거비자 등 다른 비자로 들어와 있는 분들도 많고 건설교육 미이수, 체류기간 초과 등 불법으로 일하고 있는 동포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며 "불법으로 일하고 있는 중국동포들의 수치조차 추정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도 정확한 통계를 가지고 있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고용부가 6월17일 경기도 고양시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벌인 '취업등록증' 관련단속 결과를 통해 중국동포 노동자수를 가늠해 볼 수는 있었다.

단속 결과 건설근로자 80여명 중 중국동포는 62명 정도였다. 그러나 이중 H2 비자를 가지고 있고 건설 관련교육까지 받아 합법적으로 근무 중인 중국동포는 단 2명에 불과했다.

16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배수지 상수도관 공사 수몰사고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위한 배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News1 손형주 기자

총 80명 중 약 75%(60명) 정도가 다른 비자를 가지고 있거나 유효기간이 지난 취업등록증 등을 가지고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해당 현장에 근무하고 있던 중국동포 중 약 3%만 합법적으로 일하고 있었던 셈이다.

6월 현재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내·외국인 임시근로자(일용직 노동자)는 총 40만3000명이라는 고용부 통계와 "대개 단속을 나가면 다른 현장도 이와 비슷하다"는 담당직원의 말을 토대로 단순추정치를 구해보면 30만명 안팎의 중국동포가 건설현장에서 합·불법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일선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도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중국동포는 최소 20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회사 하도급 업체 관계자는 "현장 전체 인원 대비 골조공정이 진행 중인 현장은 약 50~60% 정도가 외국인"이라고 말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 한 간부는 "현장에서 보면 90%가 중국인"이라고 했다.

◇꼼수·악용 막아야…"H2 비자 체류기간 늘릴 필요있어"

기업 입장에서 건설현장에서 중국동포를 선호하는 이유는 한국인과 비슷한 외모, 소통의 용이성 때문이다.

한 건설회사 하도급 업체 관계자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중국인의 경우 생김새가 한국인과 구분이 잘 안되고 대화도 잘 통하기 때문에 중국동포를 선호하는 편"이라며 "불법(체류 혹은 고용)이라도 외모가 비슷해 설사 단속이 나와도 피해갈 수 있다"고 귀띔했다.

비자가 없거나 기간이 만료된 중국동포라도 불법으로 채용해 인건비를 아끼겠다는 '꼼수'가 숨어있다.

이렇게 현장에 투입된 중국동포 대부분은 구조상 위험한 일을 도맡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관계자는 "중국동포 등은 딱히 가지고 있는 기술 등이 없어 전기, 설비, 토목 등 공정에는 거의 투입되지 않고 골조공정에 집중 투입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전국건설노동조합 한 간부는 "중국동포 건설노동자 대부분 불법체류나 불법고용인 경우가 많아 업체 입장에서는 이들에게 위험한 일을 시켜도 반박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건설현장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중국동포 비율이 높은 주요 이유 중 하나다.

또 건설회사 측은 중국동포들이 한국 근로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든 일을 꺼려하지 않고 건설현장 숙소 등에서 오래 머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이들을 선호한다.

윤영순 고용부 외국인력정책과장은 "중국동포들이 (한국인에 비해)인건비가 낮게 들고 최근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힘든 일을 기피하는데 비해 중국동포들은 (돈을 벌려는)목적이 있기 때문에 힘든 일도 기피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방이라든지 이런 곳에서 공사를 하게 될 때 회사 입장에서는 회사 숙소 등을 제공해 주면 딱히 머무를 곳이 없다는 중국동포의 특성상 보통 오래 머무르기 때문에 선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재석 동포이주정책연구소장은 이런 일이 생기는 근본 이유가 "H2 비자가 허용하는 한국 체류기간이 짧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곽 소장은 "중국동포의 경우 돈을 벌려고 들어온 건데 다른 외국 동포와 달리 중국동포에게만 특수하게 H2 비자가 발급되고 있다"며 "한국에서 돈을 벌어 (중국에 있는) 애들 대학도 보내고 해야 되는데 그러기에는 3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이유로 체류 허용기간을 넘겨 불법체류하는 중국동포가 대부분이고 언제 중국으로 돌아가야 될지 모르기 때문에 짧은 기간 일해 돈을 벌 수 있는 그런(건설) 업종, 위험한 직무에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16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배수지 상수도관 공사 수몰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News1 손형주 기자

곽 소장은 "그러다 보니 건설현장에서 사고가 중국동포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 소장에 따르면 현재 일반 재외동포에게는 체류기간에 관계없이 한국에 머무를 수 있는 F4 비자가 발급되지만 유독 중국동포들에게만 체류기간이 3년인 H2 비자가 발급되고 있다.

곽 소장은 "궁극적으로 중국동포에 대한 출입국 비자정책을 자유롭게 완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한국에 있는 중국동포들에게 자유롭게 거주하고 취업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비자인 F4 비자를 전면적으로 주는 방법을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 소장에 따르면 중국동포에게만 H2 비자를 발급하는 정책은 현재 헌재에 위헌소송이 걸려있는 상태다.

◇중국동포 건설현장 유입 거스를 수 없어…안전교육 철저히

곽 소장은 또 "중국동포에게 한국에 무한정 거주할 수 있는 비자를 주면 한국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우려가 있다는 일부 지적이 있는데 이는 맞지 않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동포들이 한국 사람들의 일자리 빼앗아 갈 업종에서 일하고 있는게 아니고 한국 근로자들이 안하고 꺼려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곽 소장은 "중국동포 중 '생산가능인구'는 이미 다 한국으로 넘어왔고 지금 중국에 남아 있는 동포들은 한국에 넘어와도 우리나라 취업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며 "아마 지금 수준으로 한국에서 취업하는 중국동포수가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건설노동조합 간부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위험한 일을 안하려고 하고 실제로 공급도 없기 때문에 중국동포들이 그 부분을 '땜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말 그대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꺼려하고 있는 일을 중국동포들이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동포들이 건설시장에 유입된다고 우리나라 건설근로자의 일자리가 크게 위협받는 건 아니다“며 곽 소장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이 누군가는 해야할 위험한 일을 비교적 불리한 입장에 있는 중국동포들이 떠맡는 것일 뿐"이라며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동포 근로자들의 처우개선이 아닌 작업환경 전반의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중국동포의 건설노동시장 유입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는 기류가 강했다. 또 이들은 현장에서 지켜야할 안전교육 등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중국동포 인력이 우리나라 건설시장에 많이 유입되는 것은 1970·1980년대 우리나라 근로자가 중동에 가서 일했던 것처럼 수입과 공급 법칙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기본 훈련을 통해서 중국동포를 포함한 건설노동자들이 안전수칙을 지키도록 교육해야 한다"며 "근로자들이 해야할 일이 있고 감독관이 해야할 일이 있는데 지금 제도적으로는 이런 부분이 마련됐지만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문제는 인권문제라기 보다는 모두의 의식변화, 안전수칙 교육 등을 통해 서서히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형준 건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도 "건설시장의 기능인력 대부분이 사실상 중국동포"라며 "몇몇 사고의 경우 안전수칙을 설명하고 기본적인 부분을 숙지시켰으면 안 일어났을 사고"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건설노동자 중 중국인 근로자가 늘어나는 걸 막을 수 없는 만큼 현실을 받아들이고 안전수칙 교육 등을 철저히 해 다시는 방화대교 붕괴사고 같은 어이없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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