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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立席이면 어떠랴" 열차와 달리는 청춘

[기타] | 발행시간: 2013.08.16일 03:01

좌석 뒤편에 쭈그려 앉았어도 ‘V’자를 그린다. 지난 8일 전남 여수행 무궁화호 안에서 만난 황혜영(21·농협대·사진 아래쪽)씨는 “이렇게 여행하는 게 젊은이들의 특권”이라고 말했다. 황씨처럼 일주일간 자유롭게(KTX 제외) 열차를 탈 수 있는 ‘내일로’ 티켓을 활용해 전국을 여행하는 학생들인 ‘내일러’가 지난해 17만명을 넘었다. /노상균(서울대) 인턴기자

[25세 이하면 일주일간 무제한 열차 여행… '내일로' 티켓 올해 10만명 육박]

유레일 패스 본떠 만든 티켓, 방학 기간 5만6500원이면 KTX 제외 모든 노선 이용

역안 편의점 "매출 3배 올라"… 승객들 "힘들지만 기억 남아"

지난 8일 오전 전남 여수행 무궁화호 열차. 객차 7량은 평일인데도 승객들로 꽉 찼다. 카페 칸의 문을 열자 땀 냄새가 훅 났다. 50㎡ 공간에 40명이 넘는 대학생들이 떠들거나 벽에 기대 졸고 있었다.

기온이 섭씨 35도를 넘었지만 기관차와 객차 사이 2㎡ 공간에도 남학생 4명이 돗자리를 펴고 웅크려 자고 있었다. 어둡고 에어컨도 안 나왔다. 젖은 수건을 덮어쓴 명세훈(19·인하대)씨는 "물류 창고와 마트에서 19일 동안 하루도 안 빼고 일해서 여행 경비를 모았어요. 젊은데 더위가 무슨 상관이에요"라고 했다.

이들은 입석(立席)으로 전국을 여행하는 이른바 '내일러'들이다. 코레일은 2007년부터 만 25세 이하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학 기간 7일 동안 KTX를 제외한 나머지 열차를 자유롭게 탈 수 있는 '내일로' 티켓을 팔고 있다. KTX 개통으로 승객이 줄어든 지방 노선을 활성화하기 위해 유럽의 '유레일 패스'를 본떠 만든 것이다. '내일러'는 내일로 티켓을 이용해 기차 입석 여행을 하는 학생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5만6500원으로 일주일 동안 전국을 다닐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2007년 7868명이었던 '내일러'가 지난해 17만명을 넘겼다. 올해는 폭염 속에도 지난달까지 벌써 9만4854명이 열차를 타고 전국을 돌고 있다.

이날 오후 전남 순천역 대합실에 있던 52명 가운데 28명이 대학생이었다. 이들은 시티투어 버스를 타거나 역 앞에서 1000원을 주고 자전거를 빌려 7㎞ 떨어진 순천만으로 떠났다.

남창우 순천시 문화관광해설사는 "6월 들어 확 줄었던 시티투어 버스 승객이 7월 이후 학생들로 매일 꽉꽉 찬다"고 말했다. 성갑섭 순천역장은 "역무실에 학생들 배낭을 하루 300개씩 맡아주고 있다"며 "젊은이들이 찾아오는 덕분에 역 분위기가 활기차게 변했다"고 말했다. 여수엑스포역 안 편의점 점주 구영남씨는 "7월 말부터 삼각김밥이나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려는 대학생들이 몰려 매출이 3배 뛰었다"고 했다.

'내일러' 이정훈(22·한국교통대)씨는 "힘들게 여행하지만, 낯선 젊은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게 이 여행의 매력"이라고 했다. 전우정(24·공주대)씨는 "인터넷 카페에 '전주에서 막걸리 한잔 할 사람 모이자'고 올리니 그날 저녁에 12명이 모였다"면서 "일정이 맞으면 같이 다니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 우연히 만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영주(22)씨는 이번이 네 번째 여행이다. 작년 겨울 전북 완주의 대둔산에 들렀는데 눈 덮인 모습이 멋져 이번엔 여름 대둔산을 보러 간다. 그는 "서울과 부산 친구 집에 신세도 지면서 일주일 동안 20만원으로 버틸 계획"이라며 "기차 값이 싸서 몇 번을 와도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젊은 기차 손님이 늘어난 게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다. 코레일 직원 장모씨는 "술 먹고 자리 싸움하는 학생들도 있고, 카페 칸을 점령하다시피 해 영업에 지장을 줘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최종석 기자]

[김예지(이화여대) 인턴기자]

[노상균(서울대) 인턴기자]

[박선주(서울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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