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인체에 치명적인 독을 가진 식물이 인터넷에서 아무런 규제 없이 팔리고 있다. 이런 식물을 이용한 범죄 방법도 버젓이 공개돼 있어 실제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도 있다.
무속인 박모(26·여)씨는 지인인 김모(35·여)씨를 살해한 뒤 사망 보험금 28억원을 챙겼다가 최근 경찰에 붙잡혔다. 범행도구는 맹독성 식물인 협죽도와 투구꽃이었다. 박씨는 지난해 9월 김씨에게 이 식물을 달인 물을 꾸준히 마시게 했고 김씨는 결국 같은 해 10월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경찰 조사결과 박씨는 인터넷을 통해 협죽도의 독성과 이를 이용한 살인 방법을 알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가 이 식물을 입수한 경로도 인터넷이었다.
국민일보 확인 결과 여러 인터넷 식물 쇼핑몰에서 협죽도가 판매 중이다. 그러나 식물의 독성에 대한 경고문구조차 없이 판매하는 곳이 많았다. 한 쇼핑몰은 “식물 전체에 독성이 있으므로 먹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문구가 있었지만 구입에는 제한이 없었다.
협죽도를 섭취하면 구토·복통·설사 증세가 나타나며 심할 경우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 있다. 독성이 청산가리의 6000배인 ‘리신’이 식물 전체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생잎이나 종자는 독성이 더욱 강하고, 어린이의 경우 미량으로도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신은 체중 60㎏ 기준 성인의 치사량이 18㎎에 불과하다.
협죽도 외에도 복용 시 중추신경 마비로 사망할 수 있는 디기탈리스, 옛날 사약 원료로 사용됐던 투구꽃, 접촉만으로도 알레르기가 생기는 잉글리시 아이비 등 다양한 맹독성 식물을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고 구입도 가능하다.
올해 1월에도 노래방 사장 강모(37)씨가 빚 1억원 때문에 친구 김모(37)씨에게 독초 달인 물을 먹이려다가 여의치 않자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강씨는 인터넷에서 일정량 이상 먹으면 사망하는 독초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제주도에서 해당 독초를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광대 원예학과 허북구 교수는 “일부 맹독성 식물은 예전부터 관상용으로 쓰였기 때문에 거래 자체를 규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거래에서만큼은 구매자와 사용 목적 등을 정확히 확인한 뒤 판매하고, 위험성도 사전에 경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또 “이 식물들의 독성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는 것도 큰 문제”라며 “인터넷을 보고 호기심에 독성 식물을 개나 고양이에게 먹여 실험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