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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사판 가면… 외국인 노동자가 '오야지' (작업반장) 한다는데

[기타] | 발행시간: 2012.03.11일 05:22
외국인 노동력 유입 20년… 변화하는 한국 노동시장 지형도

이젠 내국인이 소수? 조선족, 막노동으로 시작해 미장 등 전문 분야까지…

국가별 종사 업종도 달라… 불법체류자 17만명의 그늘

지난 7일 새벽 서울 가리봉동 남구로역 일대. 좁은 2차선 도로 5개가 만나는 로터리 주변으로 인력소개사무실 수십 곳이 밀집해 있는 거리 주변에 건설 일용직 근로자 300~400명이 일감을 구하기 위해 모여 있었다. N인력사무실에 들어서자 상담 카운터 위에는 일거리를 원하는 사람들이 접수시키느라 얹어둔 신분증 100여장이 쌓여 있었다. 절반은 주민등록증, 절반은 외국인등록증이었다. 외국인은 대부분 출신 국가가 중국으로 표시돼 있었다. 사무실 관계자는 "소개소를 찾는 사람의 70%가 조선족"이라며 "한국인은 점점 숫자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체뿐만이 아니다. 중소 제조업체와 음식·숙박업은 이제 외국인 노동력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 류재범 외국인력팀장은 "외국인 근로자가 없다면 해외로 사업장을 이전하거나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이는 중소기업이 속출할 것"이라며 "이제는 우리 산업 구조의 한 축을 담당하는 주체로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위상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한국어와 중국어로‘정리정돈’이라고 쓰인 입간판이 세워져 있고, 방글라데시어로‘진입금지' 및 ‘인화물 조심’을 뜻하는 문구도 쓰여 있다. 현장 인부들의 출신 국적이 다양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명원 기자mwlee@chosun.com

지난 1993년 산업연수생제도(2004년 외국인고용허가제로 바뀜)가 도입된 이래 국내에 외국인 노동력이 본격 유입되기 시작한 지도 20년째를 맞았다. 그 사이 한국 노동 시장은 큰 변화를 맞았다. 일부 업종에서는 이들이 '주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내국인 근로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고, 최근 혼인 건수의 11%를 차지하는 국제결혼을 통한 혼인 이주자 증가와 함께 외국인 노동력이 향후 사회 통합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유럽 국가들조차 경제 위기 이후 다문화 및 이주노동자 정책의 실패를 인정했는데, 굳이 우리가 이를 선진적 가치로 수용할 필요가 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오야지'까지 꿰찬 외국 인력들

건설업에 종사하는 김모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한 건설회사가 짓는 아파트 공사 현장에 국내 인력이 1인당 일당 12만원에 형틀목공(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목조 틀 짜기) 일을 하기로 했는데, 중국의 조선족 팀이 담합해 1인당 일당 9만5000원에 일감을 따내면서 이 현장에서만 한국인 목공 1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것. 막노동으로 시작한 조선족 인력이 10년 이상 공사 현장에서 기술과 경력을 쌓으면서 인맥과 노하우가 생겨 속칭 '오야지'(작업반장)급으로 진출했고, 이들은 다시 값싼 외국 인력이 들어오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김씨는 "철근공이나 미장공, 도장공 등 전문적인 분야까지 중국인들이 진출하면서 한국인들은 점점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며 "조선족 오야지들은 같은 조선족이나 한족을 더 선호하고, 직접 중국에 들어가 불법 체류로 일할 인력을 모집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비스 업종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종로의 H인력개발 관계자는 "음식·숙박업에서 조선족 비중이 늘면서 이 업종에서 내국인들이 밀려나고, 빈자리를 다시 외국인이 메우는 일이 10여년간 계속됐다"고 말했다. 일부 대형 식당에선 내국인 종업원이 '소수'가 되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외국인 얼마나 들어와 있나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일하려면 고용허가제를 통해 비전문취업비자(E-2)를 받거나 조선족이 주로 이용하는 방문취업비자(H-2)를 받아야 한다. 고용허가제 인력 송출 15개 국가 출신 중 법무부에 등록된 외국인의 숫자는 입국사유에 관계없이 한국계 중국인이 38만9000명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중국(14만7000명), 베트남(11만500명), 필리핀(3만8000명), 인도네시아(2만9000명), 태국(2만5000명), 우즈베키스탄(2만4000명), 몽골(2만1000명), 스리랑카 (2만명) 등의 순서다.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 인력은 줄잡아 71만4000명으로 이는 국내 총 취업자의 3%, 임금 근로자의 4.4%에 해당한다.

국가별로 종사하는 업종에는 차이가 크다. 언어 소통에 문제가 없고 외모에서도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한국계 중국인은 건설·서비스업에 주로 종사해왔고, 최근에는 베트남인이 대규모로 건설 현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외국인도 염색 등의 업종은 기피하는 분위기.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국가별 특징이 다양하기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의 특성을 감안한 채용이 이뤄지고 있다"며 "고용자들을 교육할 때도 국가별 특징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중기중앙회 자료에 따르면 몽골인과 태국인은 과음하는 습관이 있고, 필리핀인은 체력이 약한 것 등이 특징으로 지적되고 있다. 업종별로는 순발력이 뛰어나고 손재주가 좋은 베트남인들이 전자 관련 제조업에 주로 종사하고, 몽골인과 우즈베키스탄인들은 철강·기계 등의 업종에 많이 종사한다고 한다. 외국인 등록 거주지를 보면 캄보디아인은 농촌 지역 일거리 수요가 많은 전남 지역에서 일하는 비중이 높았고, 몽골인은 말 사육장이 많은 제주도에 등록된 인력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적신호' 켜진 외국인 고용 관리

정부는 고용허가제와 방문취업제 등을 통해 합법적으로 들어와 있는 외국 인력을 48만8000명, 불법 체류자 숫자를 16만90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작년부터 고용허가제 시한 만료 대상자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해 국내의 불법 체류자는 앞으로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는 6만7111명이 한국을 떠날 예정이고, 정부는 5만7000명을 새로 받아들일 계획이다. 하지만, 그동안 체류 기간 만료 후 돌아가지 않은 비율 29%를 적용하면 귀국 대상 외국인 근로자 중 올해만 최소 2만명가량이 떠나지 않고 불법체류자로 남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불법 체류자가 증가하면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노동력이 노동시장을 교란하게 되며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증가하게 된다. 정부는 고용 허가 쿼터를 통해 업종별 국가별 인력 수급을 조절하고 있지만, 수십만명이 불법 체류자로 주저앉을 경우 조절 자체가 힘들다. 최홍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소한 불법체류자 문제만이라도 엄격하게 단속을 해야 향후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숙련 인구 확대를 의미하는 외국 인력의 지속적인 증가는 내국인 저소득 계층과 갈등을 일으킬 소지도 크다.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의 92%는 주요 단순 기능 인력을 대체하고 있는데, 이는 OECD 국가의 외국인 단순 노동자 고용 비율 54%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외국 인력 70만명의 유입이 국내 중·고졸 미만 노동 인력과 대체재 관계를 이루면서 이들의 임금 상승률을 5~10% 정도 낮췄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국인과 내국인이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되면 내국인은 소비 수준이 높기 때문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외국인이 한번 진출한 업종은 이후 내국인이 기피하는 업종이 되고 계속 외국인력을 필요로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므로 외국인력의 취업을 허용하는 분야를 정할 때는 장기적인 일자리 수급 환경의 변화를 고려해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 신동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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