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스포츠 > 축구
  • 작게
  • 원본
  • 크게

굿바이 브라질! 월드컵 잔치는 끝났다

[온바오] | 발행시간: 2014.07.14일 14:43



▲ 13일(현지시간) 저녁, 브라질월드컵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를 1대0으로 꺾은 독일 대표팀이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야구에서 지면 도박에서 지는 것 같은데, 축구에서 지면 어째 전쟁에서 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원시시대 사냥이 연상되어서일까? 마치 박수동 ‘고인돌 만화’에 나오듯 사냥감 멧돼지를 몰아 미리 쳐 둔 울타리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건 수비수, 공을 몰아 날카로운 스루 패스를 찔러주는 미드필더를 거쳐 상대의 멱을 따기 위해 급소를 겨냥하고 도끼를 던져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공격수까지가 그렇게 사냥터를 빼닮았을 수가 없다. 모르긴 하되 축구에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원초적인 본능을 일깨우는 그 무엇이 있나 보다.

소싯적 1970년 멕시코대회, 1974년 서독대회를 우리와는 무관한 남의 동네 얘기로 흑백TV를 통해 지켜보며 ‘프란츠 베켄바워’나 ‘요한 크루이프’, ‘게르트 뮐러’의 이름을 알았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월드컵은 어디까지나 먼나라 선진국 사교클럽의 고차원 이야기였고, 당시 꼬마였던 나와 또래 친구들은 그저 말레이시아의 메르데카배, 태국의 킹스컵대회같은 지역 축구대회에 참가한 우리 대표팀의 승패에 일희일비하곤 했었다.

월드컵대회에서 우리 대표팀의 성적이 사회적 이슈가 된 건 사실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잠시 우리 대표팀의 월드컵대회 참가를 의식하며 기억나는 역대 대회를 거슬러 가 볼까나? 이번의 브라질대회를 필두로 되짚어 2010년 남아공대회, 2006년 독일대회, 그리고 2002년 기억에도 생생한 한일대회, 그 대회는 결국은 우승을 차지한 브라질의 ‘호나우두’란 선수의 대회였다. 그리고 1998년 알제리출신 프랑스선수 ‘지네딘 지단’의 프랑스대회, 1994년 이탈리아선수 말총머리 ‘로베르토 바조’의 미국대회, 1990년 이탈리아대회, 1986년 아르헨티나 ‘디에고 마라도나’의 멕시코대회 등등. (가만, 대회가 모두 몇 개인가. 4년마다 열리니 대회수를 곱하기하면 햇수가……. 에이~ 나도 적지 않이 나이를 먹었다는 생각만 드니 이쯤 해야겠다)

한국대표팀이 초전박살난 것만 빼면 이번 월드컵만큼 재미있는 이전 대회를 보지 못했다. 이변이 없어도 '앙꼬 없는 찐빵' 같지만 지나친 이변 또한 항상 재미를 반감시키게 마련인데, 이번만큼은 도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야말로 적당한 이변이 이루어졌다. 이변도 이변 나름, 약체로 지목된 특정팀이 예상을 뒤엎고 상대팀을 눌러 승리를 거머쥐었는가 싶은데 아니나다를까 다음 경기에서 곧장 탈락해버리는 건 그간 종종 보아왔기에 다소 싱거운 일이다. 그저 공이 둥글다는 사실의 확인 외에 중뿔난 재미는 없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이길만한 팀이 올라가고 질만한 팀이 탈락하면서도 경기 내용면에서 적지 않은 이변이 일어났기에 신선한 충격으로 와 닿는 한편 충분히 재미를 느꼈다.

또 하나, 이왕 우리팀이 16강에 오르지 못하고 떨어질 것이었다면 미안하지만 다른 아시아팀들도 다행히 잘 떨어졌다는 생각이다. 고약한 심보이긴 하나 우리는 탈락했는데 다른 아시아팀이 승승장구해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심사가 무어 그리 편하겠는가. 이게 나만의 생각일까? FIFA에서 아시아 출전팀의 전반적인 경기력을 문제삼아 대륙별 참가티켓을 줄이네 어쩌네 하는 건 그 다음 문제이다.

또 그까짓 것 좀 줄이면 뭐 대순가? 그 사이 우리 대표팀이 준비를 잘 해 획기적으로 경기력을 높이면 되고, 사실 어찌어찌 그리 되어 봤자 어차피 16강에 아등바등 턱걸이하는 수준이 한달음에 준결승이나 결승에 진출할 리는 만무하니 적어도 당분간은 그게 그거다. 비즈니스 흐름을 보아하니 러시아와 중동을 거쳐 머지 않은 장래에 중국이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출전 티켓을 하나 거머쥘 듯도 한데, 아무래도 이번만큼은 한때 아시아 최강이라 자부했던 우리로서는 아시아 출전팀의 동반 탈락이 차라리 속 편하다.

중국에서 월드컵 중계방송을 중국TV를 통해 새겨보는 건 현지인이 아닌 이상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우선 나라이름부터 잘 파악이 안 된다. 화면에 등장하는 ‘거룬비야(哥伦比亚)’, ‘커뤄디야(克罗地亚)’까지는 그래도 통빡으로 ‘컬럼비아’, ‘크로아티아’ 팀인 줄 알겠는데, ‘버헤이(波黑)’ 이건 또 어느 나라인가? 한국뉴스를 대조해 보고서야 가까스로 ‘보스니아-헬체고비나’인 줄 알았다. 안 그래도 축구경기 고유의 전문용어가 귀에 익지 않은데, 중문 특유의 번역 방식으로 선수이름까지 발음을 뒤틀어 버린다. '뤄번(罗本)'이나 '판 페이시(范佩西)'는 그럭저럭 '로번(Robben)'이나 '판 페르시(Pan Persi)'로 들리지만 '웨이나얼둔(韦纳尔敦)'을 '바이날둠'으로 알아듣기는 어렵다. 게다가 경기 전개에 따라 빠른 속도로 말해 버리니 알량한 실력에 이건 숫제 포기하는 게 낫다. 반벙어리 반귀머거리 신세에 누굴 탓하랴.

재미있는 건 한국어깨나 한다는 중국 조선족들도 반대의 입장에서 똑같은 얘기를 하더라는 것이다. 나름 한국말에 자신있어하던 사람도 한국TV의 월드컵 중계를 보니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질 못하겠더라는 것인데, 십분 이해되는 일이다. 안 그래도 스포츠분야에는 영어 외래어가 대량 도입되어 있는데, 이번 대회의 경우 개최지가 브라질인지라 포르투갈어 지명과 인명도 대거 등장하고, 또 ‘스리백’이니 ‘포백’, ‘제로톱’같은 축구경기 고유의 전술적인 전문용어까지 범벅이 되니 실인즉 한국인인 나도 벅찬 판국이다. 이 방면에 따로 챙겨 공부하지 않은 이상 외국인이 제대로 알아듣는 게 오히려 비정상이다. 브라질이 독일에 1 : 7로 참패한 경기가 벌어진 도시이름도 ‘벨루 오리존치’였는데, 한글로 쓰여진 그 말을 통해 포르투갈어 ‘Belo Horizonte'가 ’아름다운 지평선‘이란 뜻인 걸 알아채기 어렵기는 한국인들도 마찬가지다. 중문 사이트를 들춰보니 ’베이뤄 아오리장(贝洛奥里藏特米内罗)‘이었다.

이번 대회 1차 지역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한 처지인건만 중국인들의 월드컵에 대한 관심은 지대했다. 때마침 여름인지라 골목마다 임시로 죽 늘어선 우리의 포장마차격 꼬치구이집에 내걸린 대형TV 앞에서 지인들이랑 먹고 마셔가며 ‘라오바이싱(老百姓)' 식객들은 경기 내용에 대해 제각각 나름 열심히 품평들을 하곤 했다. 축구에 대한 식견과 지략이 출중했다면 일찌감치 비싼 몸값으로 어디에선가 모셔갔겠지만 그러지 못한 걸 보면 필경 대가들은 아닌 모양이다. 하여간 일개 스포츠 종목 경기 하나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지구 반대편에 사는 소시민들이 하루 일상을 접는 자리에서 안주거리가 되고 먹거리 음식점 장사에도 보탬이 되니 이건 분명 지구촌의 축제 중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다.

어쨌거나 이제 축제는 끝났다. 열혈 팬과 매니아들은 자국의 경기 결과에 따라 기쁨을 만끽하거나 좌절, 분통의 한동안을 보내는 한편 제전이 끝난 후 스타선수들의 이적시장에까지 관심을 둘 터이지만, 보통 사람들이사 약간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먹고사는 문제에 분주하느라 많은 정력을 쏟을 겨를이 없기에 또다른 이슈와 재미거리를 찾아나설 게 분명하다.

끝난 축제는 끝난 축제, 제 3차 대전이 일어나지 않는 한 4년 후에는 어김없이 또 찾아올 축제, 그것이 끝났다. 혹 평범한 소시민인 내게 한마디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딱 한 마디, “다들 그거에 너무 목숨 걸지 맙시다요. 언제는 우리가 그거에 죽고 살았소?” (pjt00417@naver.com)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100%
10대 0%
20대 33%
30대 33%
40대 33%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애니메이션 '짱구'에서 봉미선, 즉 짱구엄마 목소리를 연기했던 성우 강희선이 4년 전 대장암을 발견했던 때를 떠올리며 근황을 전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7일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 에서는 짱구엄마, 샤론 스톤, 줄리아 로버츠, 지하철 안내방송 목소리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연극배우 주선옥, 연습 중 쓰러져 뇌사…장기기증으로 3명에 새 생명

연극배우 주선옥, 연습 중 쓰러져 뇌사…장기기증으로 3명에 새 생명

연극배우 주선옥, 연습 중 쓰러져 뇌사…장기기증으로 3명에 새 생명[연합뉴스] 연극 연습 도중 쓰러진 연극배우 주선옥(38)이 장기기증으로 3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 18일 유족 등에 따르면 주선옥은 지난 4일 연극 연습 중 뇌출혈 증세로 갑작스럽게 쓰

"역시 소문난 의리남" 이수근, 후배들 위해 '개그콘서트' 출격 방송 언제?

"역시 소문난 의리남" 이수근, 후배들 위해 '개그콘서트' 출격 방송 언제?

사진=나남뉴스 개그맨 대선배 이수근이 후배들을 위해 '개그콘서트' 지원사격에 나선다. 최근 이수근은 KBS2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녹화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촬영은 개그맨 후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훈훈함을 더했다.

"그때 그 월드컵 응원女" 오초희, '♥변호사' 결혼 발표 깜짝 근황

"그때 그 월드컵 응원女" 오초희, '♥변호사' 결혼 발표 깜짝 근황

사진=나남뉴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 국기가 그려진 원피스를 입어 유명세를 탄 오초희가 결혼 소식을 알렸다. 이날 18일 배우 오초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예비 신랑과 찍은 사진 여러 장을 공개하며 애정 어린 장문의 게시글을 게재했다.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