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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접경 르포] 1. 약동하는 훈춘-나선, 고민하는 단둥-신의주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4.09.08일 13:27

지난 1일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의 훈춘시 퐝촨(防川)과 북한 함경북도 원정리를 잇는 취안허(圈河) 세관에서 물자를 실은 트럭들이 북한으로 넘어가기 위한 통관절차를 기다리고있다. 2014.09.04/뉴스1 © News1 서재준 기자

두만강 하류 훈춘을 중심으로 북-중-러 무역 각축전

전통적 북-중 '무역 중심' 신의주-단둥은 상대적으로 '정체'

중국 동북 3성(랴오닝, 지린, 헤이룽장) 일대의 동남쪽 모서리를 이루고 있는 북한-중국 접경지역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따라 장장 1400km 가량 이어진다.

중국의 대표적 낙후지역으로 꼽히던 이곳은 그러나 북중 간 무역의 주요 거점인 압록강 하류의 신의주(北)-단둥(中)을 포함하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엔 두만강 상류의 옌벤조선족자치주의 훈춘지역을 중심으로 한 북-중-러 3각 무역의 새로운 출발지를 품고 있다.

북한 및 남북 문제를 담당하는 12명의 국내 취재진이 지난 8월28일 압록강 최하류인 중국 단둥을 시작으로 9월2일 두만강 최상류 옌볜조선족자치주 훈춘에 이르기까지 5박6일 간 1400km의 북한-중국 접경지역을 거슬러 오르는 답사를 진행했다.

북중 간 무역의 주요 거점인 신의주(北)-단둥(中)과 옌벤조선족자치주의 훈춘지역을 중심으로 북-중-러 3각 무역의 신 거점을 각각 양끝으로 하는 북중 접경지역의 사뭇 대비되는 경제활동의 폭과, 1400km 동안 이어지는 2014년 9월 현재의 북한 곳곳의 생생한 모습, 중국을 통해서나마 조금씩 감지되는 북한의 변화의 양상들을 세차례로 나눠 가감 없이 전한다. (편집자 주)



훈춘은 옌볜조선족자치주의 가장 동쪽에 위치한 시(市)로 북한과 중국, 러시아 3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일한 지역인 팡촨(防川)을 관할하고 있다.

팡촨은 북러간의 나진-하산 경제협력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북한의 나진항과 러시아의 하산 사이를 마치 비집고 들어온 듯 자리잡고 있다. 비집고 들어온 꼭지점엔 퐝촨의 취안허(圈河) 세관이 있다. 북한 나선지역과의 경협에 있어 중국과 러시아가 각축전을 벌일 수밖에 없는 지형이다.

취안허 세관은 두만강을 건너 북한의 함경북도 원정리와 닿아있으며, 나진·선봉 경제특구로 들어가는 관문으로 훈춘시에 속한 4개의 세관(북-중 2개, 중-러 2개) 중 하나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지난 1일 오전에도 북한으로 들어가기 위한 화물트럭과 승용차들이 취안허 세관 앞에서 줄을 지어 서 있었다.

북한, 러시아와 통하는 훈춘시의 4개의 세관 중 유일하게 하루도 쉬지 않고(오전 8시~오후 5시) 가동되는 취안허 세관의 분주함을 체감할 수 있었다.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처럼 극동아시아 지역으로 직결되는 항구를 가지고 있지 못한데서 오는 갈증을 바로 북한과 러시아의 항구를 이용해 해소하는 전략을 세워왔다. 이른바 '차항출해(借港出海·항구를 빌려 바다로 나간다)' 전략이다.

1년 365일 쉬지 않고 가동되며 북한 나진항으로 물건을 실어나르는 취안허 세관은 가히 이같은 중국의 전략이 실현되는 교두보에 해당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훈춘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북-중 간 무역규모는 북-중 무역의 중심지인 신의주-단둥에서 형성되는 양에 비하면 아직 많이 모자른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북-중 교역액 약 65억4000만달러의 70% 가량인 약 45억7800만달러는 신의주-단둥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훈춘시 관계자에 따르면 나머지 북-중 교역액의 80% 가량이 훈춘과 나선 간 무역에서 발생한다고 하니 약 15억6960만달러 가량의 무역 규모가 이곳에 형성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훈춘 지역의 교역 성장율은 매년 거의 100% 가량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성장세는 가파르다.

아울러 동북아변경물류센터가 2016년까지 훈춘에 건설되는 등 이 지역이 새로운 북-중 무역의 핵심 지역이자 동북 3성을 기반으로 하는 중국의 극동아시아 경제전략의 시작점이라는 평가는 결코 무리가 아닌 듯 보였다.

취재 중 만난 박일봉 훈춘시 발전ㆍ개혁국 부국장으로부터도 의미있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박 부국장은 "나선을 거쳐 취안허 세관을 통해 중국으로 들어오는 북한 측 물량은 수산물이 가장 많은데 이 수산물은 북한의 여러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 모인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집권 이후 북한이 주력하는 북한의 수산물 수출의 주요 창구 중 한 곳이 취안허 세관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으로 북한도 이곳에 꽤 공을 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런가 하면 취안허 세관이 위치한 퐝촨 지역은 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철도가 놓인 '북-러 친선대교'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북-러 우정교 위에 놓인 철도가 바로 최근 나진-하산 경제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최근 개보수가 진행된 54km 길이의 석탄용 철도다.

이 철도는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항의 제3부두를 곧바로 연결하는 길로 우리 기업들도 컨소시엄 형태로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우리의 입장에서도 훈춘 지역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는 요인이다.



북-중-러 3국의 접경지역인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 훈춘시의 퐝촨(防川) 지역에서 담은 "북-러 친선대교"의 모습. 북한과 러시아의 경제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에서의 목줄기 같은 곳으로 양측은 최근 친선대교를 지나가는 철도의 개보수 공사를 마쳤다. 2014.09.04/뉴스1 © News1 서재준 기자

반면 이번 취재를 통해 전통적으로 북중 무역의 거점으로 위치를 공고히 하던 신의주-단둥 접경지역의 무역 성장세가 최근 다소간 정체됐음을 시사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가 이곳을 방문한 지난달 28일엔 압록강을 가로지르는 '북-중 우의교'를 통해서 양측의 차량이 오가는 모습이 수시로 목격됐다. 이 다리는 비록 단선이지만 열차와 차량이 교대로 운행하며 북-중 교류의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다.

단둥 지역에서의 북-중 교역액은 여전히 두자릿수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등 표면적으로 무역 거점으로서의 입지는 변화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이곳에서 무역 사업을 하는 중국 측 사업가들의 생각은 이같은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단둥 지역의 한 대북 사업가는 "북한의 리스크가 상당히 큰 것은 여전한 사실"이라고 말해 상당수 기업들이 대북 사업에 대해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상당수 중국 사업가들이 북한의 사정에 대한 이해 부족 및 사전지식 부족으로 인해 많은 사업실패를 겪고 있다며 북측의 폐쇄성이 여전한 장애요인으로 남아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북-중 우의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은 황금평 경제개발특구에선 이같은 분위기가 더욱 두드려졌다.

황금평 특구는 압록강 북-중 사이에 있는 북한의 비단섬등에 조성되는 것으로 지난해 처형된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주도로 체결된 사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장성택 본인도 2011년 이곳에서 진행된 기공식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공식 이후 3년여간 진행된 공사는 아직도 미완성인 관리사무소 건물의 일부와 북-중 경계를 나타내는 철책 공사, 대략적인 수준의 터닦기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북한과 중국의 경제개발특구인 중국 단둥의 황금평 특구 일대는 2011년 기공식이 진행된 이후 사실상 전혀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방치' 돼 있었다. 2014.09.04/뉴스1 © News1 서재준 기자

이곳에서 만난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장성택이 사망하기 수개월전부터 이미 이곳에서 진행되는 공사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중국의 관심도가 떨어졌다는 방증으로 여겨졌다.

실제 65만 인구의 단둥 지역 곳곳에선 호화 주택 및 고층 건물의 공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다수 진출할 것으로 보였던 황금평엔 여전히 잔디와 흙 뿐이었다.

또 황금평 특구와 동시에 착공된 '신압록강대교' 양쪽으로 나타나는 북한과 중국의 대비되는 발전 모습은 단둥 지역에 조금씩 스며드는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대한 의문부호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듯 했다.

북-중은 단시간에 많은 물동량을 소화하지 못하는 우의교의 한계를 극복하고 황금평 특구 개발 박차를 위해 우의교에서 10km 가량 떨어진 곳에 신압록강대교를 건설 중에 있다.

지난 2010년 착공한 신압록강대교는 당초 올 9월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북한 측은 신압록강대교와 연결되는 세관과 검역 등 출입국 통관 시설 공사를 아직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중국 측의 지원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한 탓이라고 한다.




중국 단둥시에 건설 중인 북한 신의주와 단둥을 연결하는 신압록강대교 좌우로 북한(좌)과 중국(우) 지역의 개발 속도의 극명한 대비가 엇갈린다. 2014.09.04/뉴스1 © News1 서재준 기자

양측은 단둥서 진행되는 '제3회 중·조(북한) 경제무역문화관광박람회'가 끝난 뒤인 오는 10월30일 신압록강대교를 개통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중국 측의 미지근한 반응으로 인해 황금평 특구 등 단둥 지역의 신 무역지대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은 불투명해 보인다.

단둥과 옌볜에서 만난 중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황금평 특구에 대해 하나같이 "북-중이 약속한 사업이기 때문에 언제든 진행이 되긴 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근거나 확신을 표하진 못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둥 지역에서 중국의 미지근한 움직임이 김정은 집권 이후 다소 거리가 벌어진 북중 관계의 일시적 반영일 뿐이라고 분석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미 북중 무역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신의주-단둥을 중국이 이대로 방치할 리는 없으며 황금평을 중심으로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경제협력으로 가기 위한 일종의 과도기를 겪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이 드레스덴 구상에서 밝힌 '신의주를 중심으로 한 남-북-중 3각 협력 사업 추진'도 주목할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추진 방안에 따라 우리 기업들의 단둥 진출 모색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맞춰 북-중 간 경협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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