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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으로 살짜기 옵서예

[기타] | 발행시간: 2012.03.31일 11:05
[머니투데이 장태동 여행작가][[머니위크]장태동의 여행일기/나무와 숲과 돌과 바람의 나라 제주]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제주에 가면 ‘비자림’에 꼭 가보라고. 유채꽃 피는 봄날 제주로 가는 ‘하늘길’에 올랐다.

공항 유리문을 열고 나오면서 숨을 들이마셨다. 제주 공기는 다른 나라 같았다. 바람에 습기가 많았지만 눅눅하지 않았다. 바람에서 무게가 느껴졌다. 흰구름 몇점 떠 있어 하늘은 더 파랬다.

아침 비행기에서 내린 일행과 미리 예약한 렌터카를 살피고 있는데 바로 다음 비행기로 오기로 한 또 다른 일행이 ‘여이’하며 손을 흔든다. 복잡한 서울 도심의 어느 어두운 골목길에서만 만나다가 이른 아침 제주의 파란 하늘과 찬란한 햇빛 아래서 만나니 사람들이 달라보였다.

이야기를 들으니 한명은 어제 밤 새워 일하고 잠 한숨 못 잤고, 또 한명은 새벽까지 술을 먹고 간신히 비행기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단다. 우리는 어제와 이어지는 오늘을 위해 제주의 아침을 열고 여행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미니미니랜드 에펠탑과 걸리버여행기 주인공 모형

◆비자림으로 가는 길


제주공항을 출발해서 미니미니랜드에 도착했다. 2박3일 여행 일정 중 첫날 첫 여행의 문을 연 것이다.

미니미니랜드는 에펠탑, 자금성, 오페라하우스, 타지마할, 빅벤, 불국사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유명 건축물을 그 모양 그대로 축소해 놓은 곳이다. 한번에 세계일주를 하는 셈이다. 남자 어른 셋이 그곳을 거닐기에 좀 어색하기도 했다. 다음에는 아이들과 함께 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곳을 나와 다음 목적지인 산굼부리로 향했다.

산굼부리는 기생화산이다. 가을 억새밭으로 유명하지만 봄 풍경도 볼만하다. 분화구의 최고 높이와 바닥의 표고차가 132m나 되는데 이는 한라산의 백록담보다 17m가 더 깊다고 알려졌다. 엄청난 규모의 기생화산이다.

산굼부리의 넓은 초원과 돌담은 바람 많은 아일랜드 어느 언덕 마을의 풍경을 닮았다. 언덕을 따라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시야가 넓어진다. 가을이라면 일렁이는 억새의 물결이 끝도 없이 펼쳐졌을 그곳에 봄의 신록이 이제 막 돋아나기 시작했다. 움푹 들어간 분화구에 이름 모를 나무와 풀들이 가득했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초원을 내려보았다. 푸른 풀밭과 풀밭의 경계쯤 되는 곳에 나무들이 줄을 맞춰 서 있다. 그렇게 줄 지어 선 나무들이 눈앞에서부터 저 멀리까지 겹겹이 놓여 있다. 제주가 아니면 보지 못할 풍경 하나를 마음에 담았다.

산굼부리를 나와 1112번 도로를 타고 비자림을 향해 간다. 하늘로 쭉쭉 뻗은 이름 모를 침엽수림이 그 길가에 빼곡하다. 차창을 여니 푸른 풀의 풋풋한 향기가 차 안에 가득 찬다. 달리던 차를 멈추었다. 그 땅을 밟아 보고 싶었다.

민들레꽃이 풀밭에 성기게 피어났다. 성벽처럼 높게 솟구친 키 큰 가로수 안에 도로와 풀밭과 민들레꽃이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간혹 가로수가 없는 길에는 돌담에 둘러싸인 유채꽃밭이 펼쳐졌다. 제주의 돌만이 가진 독특한 질감과 유채꽃의 강렬한 색채가 대비되면서 흔한 유채꽃이 낯설게 보였다.

샛노란 유채꽃에 홀려 있는데 지붕 없는 차가 굉장한 속도로 달려간다. 젊은 남녀 한쌍이었다. 언제였던가, 저보다 더 빠르게 질주했던 나의 젊은 시절이 떠올랐다. 이제는 순해진 마음 저편에 저들과 같았던 한때가 어떤 모습으로 잠들어 있을까 생각하는 사이 차는 비자림 앞에 도착하고 있었다.

비자림 숲

◆820년 된 비자나무


비자림은 500~800여년 된 2800여그루의 비자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있는 숲이다. 그 중 ‘천년의 비자나무’라고 알려진 가장 오래된 비자나무는 수령이 820년 이상으로 알려졌다.

누군가 내게 산호가 부서진 옥빛바다, 성산의 일출, 한라산의 설경과 함께 제주의 자연 중 꼭 봐야 할 곳이 비자림이라고 말한 게 생각났다. 특히 안개에 휩싸인 비자나무숲을 제주 여행지의 으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가 비자나무숲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한낮, 안개는 없었다.

숲으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갔다. 오르막길 없는 숲은 천천히 걷기에 좋았다. 고목의 회갈색과 신록의 푸르름이 어우러진 숲의 색은 신비로웠다. 그 숲에는 간혹 단풍나무도 있었지만 대부분 비자나무였다.

숲길을 따라 더 깊숙이 들어간다. 구불거리는 줄기와 가지들이 괴기스럽게 느껴진다. 나뭇가지가 하늘을 덮었다. 빛도 걸러 들고 바람도 수직으로는 불지 않았다. 자연 그대로의 숲이 몸을 감싸는 듯했다. 길을 벗어나 숲으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일기도 했다.

이 숲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가 820년이 넘는다고 했으니 비자나무숲이 그렇게 사람들의 발걸음을 유혹한 세월은 최소한 820년. 이미 죽고 썩어 거름이 되어 새 생명을 일군 더 오래된 나무들의 세월을 더 하면 이 숲의 유혹은 아마도 천년은 넘었을 것이다.

2800여그루의 비자나무와 몇몇 다른 종류의 나무들 그리고 비자란, 풍란, 콩짜개란 등 각종 난들이 서식하는 이곳은 세계 최대의 비자림 군락. 그러나 비자나무숲이 여행자를 유혹하는 것은 세계 최대의 그 무엇이 아니라 숲이 내뿜는 기운 때문일 것이다. 느긋한 걸음으로 걷다가 멈추고 쉬다가 다시 걷는다.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에 눈길을 준다.

내가 서 있는 지금 여기에 땅에서 풀숲에서 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면 어떨까. 누군가 내게 이야기 했던 ‘안개 피어나는 비자나무숲의 아름다움’을 상상해 본다.

안개가 미처 숲을 빠져나가지 못했을 때 왔어야 했다. 이른 아침 하늘을 가린 나뭇가지 사이로 내려오는 햇볕 기둥이 안개에 닿아 퍼질 때 그 숲을 보았어야 했다. 땅으로, 수풀 위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안개에 숲만 남고 길은 사라진 비자나무 숲이어야 했다. 그래야 세상 사람들은 또 하나의 전설을 이야기하며 제주를 찾을 것만 같았다.

성산 일출봉

◆성산일출봉 그 아래 해녀의 바다


비자숲을 나와 1112도로를 타고 성산일출봉으로 향한다. 1132도로를 만나 우회전해서 성산일출봉 아래 마을에 도착했다.

성산일출봉은 일출 명소로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곳이고 몇번 왔지만 볼 때마다 아름답다. 일출봉이 바다 속에서 폭발한 화산체로 바다 위 182m나 솟구쳐 지금의 봉우리가 완성됐다. 분화구 지름이 600m, 면적이 8만여평이라고 알려졌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성산일출봉 앞에 섰다. 하늘 아래 푸른 들판 위에 우뚝 선 일출봉의 듬직한 모습은 믿음직스럽다. 일출봉 아래 펼쳐진 푸른 풀밭에는 말들이 풀을 뜯고 어떤 여행자는 말을 타고 초원을 달린다. 목책이 있는 곳까지 말을 달렸다가 다시 돌아온다.

우리는 언덕으로 이어진 초원길을 따르지 않고 옆으로 난 바닷가로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목책 밖으로 키 작은 꽃들이 피어있었다. 성산일출봉이 바다로 뻗어나가 절벽으로 우뚝 선 풍경이 작은 꽃들 앞에 펼쳐진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 바다 앞에 섰다. 해녀들이 자맥질을 하며 무엇인가 건져 올린다. 한번 물속에 들어가면 2~3분 동안은 물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안내방송이 스피커를 통해 ‘웅웅’ 울려 퍼진다. 코발트빛 바다와 갯바위에 부서진 하얀 포말이 해녀의 머리 뒤에서 솟구쳐 오른다. 사람들은 해녀의 자맥질과 건져 올린 해산물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일출봉 아래 바다에서 파도가 높아진다. 바람도 더 거세게 불어온다. 검은 모래밭이 부채처럼 펼쳐진 그곳까지 바닷물이 들고 난다. 바다에 나갔던 해녀들이 뭍으로 다 올라왔다.

여행자들은 너도나도 박수를 쳤다. 중국말 일본말 한국말 영어 등이 섞여 있었으나 해녀들을 향한 환호의 소리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해녀가 나온 바다는 이내 잠잠해 졌다. 우리도 바다가 보이는 식탁하나를 꿰차고 앉았다. 해녀가 건저올린 전복에 미역 멍게를 안주로 상쾌한 봄 바다를 향해 건배!

[여행정보]


<길안내 및 요금>

*미니미니랜드(입장료 4000~7000원. 문의 : 064-782-7720)

제주공항 - 1131번 도로 - 1112번 도로 - 미니미니랜드

제주공항 - 97번 도로(번영로) - 1118도로 상 교래 사거리 - 미니미니랜드

*산굼부리(3000~6000원. 문의 : 064-783-9900)

제주공항 - 1131번 도로 - 1112번 도로 - 미니미니랜드 - 산굼부리

제주공항 - 97번 도로(번영로) - 1118도로 상 교래 사거리 - 1112번 도로 - 미니미니랜드 - 산굼부리

*비자림(입장료 800~1500원. 문의 : 064-710-7911)

제주공항 - 1131번 도로 - 1112번 도로 - 미니미니랜드 - 산굼부리 - 비자림

제주공항 - 97번 도로(번영로) - 1118도로 상 교래 사거리 - 1112번 도로 - 미니미니랜드 - 산굼부리 - 비자림

제주공항 - 1132번 도로 - 함덕 - 김녕 - 평대리 - 1112번 도로 - 비자림

*성산일출봉(입장료 1000원~2000원. 문의 : 064-783-0959)

제주공항 - 1131번 도로 - 1112번 도로 - 미니미니랜드 - 산굼부리 - 비자림 - 1132번 도로 - 성산일출봉

제주공항 - 97번 도로(번영로) - 1118 도로 상 교래 사거리 - 1112번 도로 - 미니미니랜드 - 산굼부리 - 비자림 - 1132번 도로 - 성산일출봉

제주공항 - 1132번지방도 - 함덕 - 김녕 - 성산일출봉

<음식> 미니미니랜드 - 산굼부리 - 비자림 - 성산일출봉 코스를 돌아보고 성산일출봉 아래 해녀의 집에서 제주 바다에서 건져 올린 해산물을 맛본다. 성산일출봉 아래 마을에 각종 회와 식사류를 파는 식당이 있다.

<숙박> 성산일출봉 마을에 민박집이 많다. 다음날 성산 일출봉에 올라 일출을 감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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