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권지영 기자]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춘을 조명해 케이블채널 tvN 인기 드라마 ‘미생’을 떠올리게 했던 ‘파랑새의 집’에서 ‘장그래’ 역으로 볼 수 있는 이준혁의 배경이 ‘회장님 아들’로 드러났다. ‘미생’의 지상파 버전이 생긴다면 아마 그러리라고 예상했던 우스갯소리가 실제 KBS 주말극에서 펼쳐지고 있다.
지난 7일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파랑새의 집’에서는 태수(천호진 분)의 회사에 입사해 왕따를 당하는 지완(이준혁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지완은 태수의 회사에 수석 합격 했지만, 태수의 농간으로 추가합격자로 입사한 상황. 이에 회장 아들 현도(이상엽 분)의 친구라 낙하산으로 입사했다는 꼬리표가 붙은 지완은 동기들에게 무시당했다. 또 상사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가 “현도가 돋보여야 한다. 회사의 주인이 누구냐. 나서지 마라”고 혼이 나기도 해 애잔함을 안겼다.
이는 ‘미생’에서 고졸 검정고시가 경력의 전부인 장그래(임시완 분)가 낙하산 입사해 겪던 일과 비슷한 모습으로, 지완이 편견을 깨뜨리고 능력을 발휘할 것을 기대하게 했다. 지완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입사를 거부했었지만, 어려운 형편의 가족들 때문에 생각을 돌린 상황. 어려운 결심으로 입사한 지완은 자신을 대놓고 무시하는 사람들 앞에서 입을 굳게 다물고 당하고만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날 방송 말미에는 태수의 회사 전신이 지완의 아버지 회사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익숙하지만, 미처 기대하지 못했던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됨을 알렸다. 지완은 “지금 내가 다니는 이 회사가 저희 아버지 회사였다는 이야기냐”라고 물으며 오묘한 미소를 보였다. 또 태수가 죽은 지완 아버지의 재산을 가로챘다는 것이 암시되면서, 친구인 현도와의 대결 구도도 뚜렷해졌다. ‘파랑새의 집’은 지완 아버지에 열등감이 있는 태수가 지완을 치졸한 방법으로 괴롭히고, 지완이 그에 맞서면서 아버지의 회사를 되찾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랑새의 집’이 직장인의 현실적인 고민과 업무 내용을 깊이 있게 다루며 인기를 끈 ‘미생’과 같은 길을 걷길 바라는 시청자는 없을 것이다. 주말 저녁 온가족이 둘러앉아 보는 가족극, ‘파랑새의 집’은 ‘미생’과 타깃 시청층부터 다르기 때문. ‘파랑새의 집’은 그보다 더 통속적인 내용으로 훈훈한 감동을 도출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에 출생의 비밀과 아버지대의 악연, 복수, 재벌 등 시청자에게 익숙한 소재가 등장하며 이야기를 편안하지만 지루할 틈 없이 이끌어가는 중이다.
하지만 취업난에 시달리며 수십차례의 면접을 보고, 학벌 때문에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고민하던 지완이 한순간 회장 아들이었다는 배경을 얻고 표정부터 달라지는 모습은 그에게 공감하고 몰입하려 했던 시청자에게는 다소 배신감이 들 수 있는 캐릭터의 숨겨졌던 설정으로, ‘파랑새의 집’이 지완의 고군분투를 응원하게 만들기 위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한편 '파랑새의 집'은 취업난에 시달리며 꿈을 포기하고 현실만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젊은이들과 그들 부모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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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파랑새의 집’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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