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설이 기자] 중국에서 지창욱의 인기가 갈수록 치솟고 있다. 몰려든 인파 때문에 약속된 행사까지 취소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지창욱이 중국에서 구름팬을 몰고 다니는 신 한류스타 반열에 오른 것은 그의 최신작인 KBS2 드라마 '힐러' 덕분이다.
'힐러'는 국내 방송 당시 시청률에서 썩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런데 주인공인 서정후 역의 지창욱은 중국에서 가장 '핫'한 한국 남자 배우가 됐다. 이유가 무엇일까?
◆ 온라인 동시 방송 불가…느려진 전달 속도
최근 중국신문망은 중국 당국에서 인터넷 방송에 대한 '제한령'을 하달해 외국 방송의 중국내 인터넷 동시 방영이 어려워졌다는 소식을 전하며 정책 시행이 업계에 미칠 영향을 진단했다.
보도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온라인 해외 방송 관리 관련 규정에 대한 통지'에서 언급한 제한령을 전했다. 수량제한, 내용에 대한 조건, 선심의 후방송, 통일된 등록 등이 주 내용이라고 보도는 덧붙였다. 해외 방송이 중국에서 동시에 인터넷 방영되는 일은 2015년 들어 종적을 감췄다. 우리 드라마에 대한 중국 시청자의 반응을 실시간 수치로 얻을 수 없다는 의미다. 이제 '드라마 중국 사이트 1억뷰 돌파' 따위의 기사는 자취를 감췄다.
지창욱을 한류 스타 반열에 올린 '힐러'는 심의가 실행되기 전 판권 수출 막차를 탄 한국 드라마다. '힐러'는 작품성과 배우의 호연, 캐릭터의 매력도 물론 충분히 인기의 요인이 됐다.
그러나 한중 동시 방영의 효과를 본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힐러'는 12월 첫 방송이 시작돼 하루 차이로 중국 온라인에 방영된 마지막 한국 드라마다. 볼 수 있는 새로운 한국 드라마가 적었던 까닭에 많은 한드 팬들의 관심이 '힐러'로 몰렸다. '힐러'는 심의 없는 인터넷 방영의 마지막 수혜자가 된 셈이다.
반대로 많은 여성 팬들을 '신세기 앓이'에 빠지게 했던 MBC 드라마 '킬미 힐미'의 중국 반응은 기대만큼 크지 않다. 동시 방영이 불가능한 탓이다. 중국의 여심을 사로잡을 만한 다중인격의 캐릭터는 실시간으로 접할 루트가 불법 다운로드뿐인 현실에서 중국 시청자의 빠른 반응을 얻기란 힘들었다. 중국 화책미디어가 드라마 제작에 참여한 만큼 현지 언론을 통해 지성의 연기 변신이 화제를 낳기는 했지만 결국 지성을 영상으로 쉽게 접할 방법이 현지 반응을 얻는 데 한계가 있었다. 결국 중국에서의 정식 온라인 상영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 방영 시기보다 더 큰 문제는 심의
늦어진 중국 반응은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라 치더라도, 심의의 벽은 어떻게도 피할 수 없다. '선심의 후방송' 정책이 도입된 뒤 한국 드라마는 당국의 심의를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인터넷 방영이 가능하게 됐다. TV 방영과 비슷한 절차를 밟게 된 셈이다. 심의가 나지 않으면 방송은 기약없이 미뤄진다. 심의 탓에 온라인 방영 가능 여부도 미리 알 수 없어 판매 가격이 하락하는 건 당연지사다. 얼마나 가위질을 당할지, 또 그에 따라 드라마의 재미가 얼마나 반감될지도 알 수 없다.
직접적인 수출길이 사실상 막힌 상황인 만큼, 보도는 한중 합작 시장은 더욱 성장세를 띨 것이라고 진단했다. 많은 한국 제작사들이 중국과의 합작을 통해 제작한 콘텐츠를 심의 없이 방송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도는 JYP엔터테인먼트가 최근 갓세븐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웹드라마 '드림나이츠'를 한중 합작으로 제작해 한중 온라인에서 동시 방영하고 있는 사례를 들었다.
'킬미 힐미'의 성공 여부도 낙관적이다. 중국 대형 제작사인 화책미디어가 제작에 참여했고, 로컬 기업의 제작 참여는 100% 한국 제작 드라마에 비하면 중국 심의 과정이 좀 더 수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한편 보도는 한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한국 드라마를 사들인 실폐 사례도 언급했다. 소위 한류 스타가 출연한다는 이유만으로 거액에 드라마를 구입했지만 시청률 면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당국의 심의가 이러한 현상을 개선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5년 온라인 외국 드라마 심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국내 드라마의 중국 판매 가격이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 시장은 광대하다. 드라마 판매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한류의 불씨를 다시 키워낼 타개책이 등장할지 주목된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TV리포트 DB, KBS2 '힐러', MBC '킬미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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