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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늦었다고 30분치 時給 깎아… 30분 더 일해도 초과수당 안줘

[기타] | 발행시간: 2015.07.20일 09:53
[長·靑 대타협, 청년에게 일자리를] [3] 내가 당한 甲질

월급120만원 계약직 합창단원, 실적 나쁘면 재계약 못할까봐 월급의 3분의 1 표사는데 써

대형병원 계약직 간호조무사, 회사 떠난다고 하자 "네가 나가봤자 뭘 하겠나"

"삶을 돌이키고 싶네요. 성악을 전공한 걸 때때로 후회하고 있어요."

서울의 한 사립대 성악과를 나온 임승희(가명)씨는 지방의 한 시립합창단에서 일하고 있다. 해마다 계약을 갱신하며 수년째 일하지만 월급은 120만원밖에 안 된다. 실제로 수중에 떨어지는 돈은 이보다 20만~30만원 더 적다. "예술계가 어렵잖아요. 시립합창단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도 적고요. 결국 단원들이 표를 사실상 강제로 팔아야 하는데, 한 달에 보통 월급의 3분의 1(40만원)을 제 돈 주고 표를 사요. 이 중 10만~20만원만 팔고 나머지는 공짜로 표를 주고 있어요."

◇"표 팔아라" "1분 늦으면 30분 시급 깎는다"… 난무하는 '갑질'

임씨가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순하다. 격년으로 재계약하는 임씨 같은 비정규직들에겐 '표를 몇 장 팔았느냐'가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노래를 아무리 잘해도 소용없어요. (단기 계약직들은) 표를 팔아야 좋은 평정을 받을 수 있어요. 의무적으로 몇 장을 팔아야 하는지 정해져 있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경우도 있어요."



임씨는 "부족한 생활비는 객원 성악가로 뛰며 근근이 충당한다"면서도 "강제로 표를 팔아야 하는 날이 오면 심한 두통에 소화불량으로 하루를 꼬박 굶을 만큼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말했다.

청년 비정규직에 대한 '갑질'은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김모(26)씨는 서울의 한 식당에서 7개월째 시급 6000원짜리 하루 7시간(일주일 3번) 서빙 아르바이트를 한다. 취업난에 시달리다 보니 일단 생활비부터 벌기 위해서다. 처음엔 서빙만 하는 줄 알았는데, 사장은 청소·설거지 등 다른 잡무도 맡겼다. "그래도 돈을 제대로 주면 기쁜 마음으로 일할 생각이었다"는 김씨는 최근 생각이 달라졌다. "어느 날 정해진 시간보다 1분 늦게 출근했어요. 사장이 '1분 늦을 때마다 30분치 시급 깎는 거 알지? 너 오늘 시급 3000원 깎는다'라고 하더군요. 30분 더 일하면 초과수당은 절대 안 주면서 이렇게 마구 대하는데 어떻게 견딜 수 있겠어요?" 김씨는 "이달 중 일을 그만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상 명백한 부당 노동행위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올 3월까지 서울의 한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오모(23)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지난해 한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시급 5500원 레스토랑 알바' 채용 공고를 보고, '최저임금이 5210원(2014년 기준)인데, 5500원 받으니 할 만하다'는 생각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업주가 내민 계약서에 적힌 시급은 5210원이었다. 오씨는 "시급 5500원으로 돼 있던데 왜 계약서엔 5210원이냐고 묻자, 업주가 '4대 보험료가 포함된 시급 수준이라 그런 것'이라며 얼버무렸다"고 말했다. 레스토랑 일이 바쁠 때 연장 근로를 해도 추가 수당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는 김씨는 "(생활비를 계속 벌어야 했지만) 이렇게 나쁜 사람들과 일할 마음이 도저히 들지 않아 4개월 만에 일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에게 하인 부리듯 횡포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서 비정규직(간호조무사)으로 일하는 손지영(가명·23)씨는 최근 계약 연장을 포기했다. 상여금 포함해 2300만원 되는 연봉이 맘에 들지 않은 데다, 정규직 동료들의 '횡포'를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안과·내과 등 과마다 정규직들은 일부이고, 대다수는 비정규직이에요. 그런데 비정규직을 하인 부리듯 하고, 심지어 야근 수당까지 정규직들이 마음대로 정하는 거예요." 오후 6시를 넘어 근무할 경우 추가 수당 지급을 10분 단위로 할지, 30분 단위로 할지 결정하는 것도 "정규직 마음대로"라는 것이다. 하지만 손씨가 병원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은 결정적인 계기는 따로 있다. 정규직 간호사와 면담한 자리에서 "네가 나가 봤자 무얼 할 수 있겠냐"는 말을 듣고 직장을 그만뒀다고 한다. "비정규직들은 죄다 똑같아요. 일하면서 상처받고, 나올 때도 상처를 또 받아요."

한 IT업체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최근 그만둔 김승모(가명·27)씨는 회사 측 갑질에 혀를 내둘렀다. "출근길 사고로 다리를 다쳐 전치 4주 진단을 받은 선배가 2주 뒤부터 택시 타고 목발 짚은 채 출근하더군요. 회사 측에서 '2주만 쉬어라. 안 그러면 그만두고'라고 했어요. 그 선배는 '내가 나이가 많아 이렇게라도 (회사를) 다녀야 한다'고 했는데, 그걸 보고 회사에 대한 정이 더 떨어졌어요."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신이 일하는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인 청년 비정규직들은 임금 교섭을 할 때 사측 눈치를 많이 보는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는 공공기관·기업 등이 근로계약서를 제대로 쓰는지, 보이지 않는 갑질은 없는지 확실히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요즘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는데,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이 알바생들의 근로 조건을 제대로 지켜주는지 등에 대해 감시하도록 정부에서 더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김지연 기자 delaykim@chosun.com] [김정환 기자] [손호영 인턴기자(이화여대 작곡전공 졸업)]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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