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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중국서 전재산 잃었지만 다시 힘차게 재기했죠"

[온바오] | 발행시간: 2015.09.13일 08:05

오뚝이처럼 재기에 성공…유정무 아이알티코리아 대표

"여보, 가족만 생각해요"

후배의 배신으로 중국 공장 폐쇄…50대 초반에 하루아침에 '낙오자'로

딴마음 먹지 말라는 아내 말에 용기

'또 한번의 절망'서 기회 포착

대리운전하다 어렵게 들어간 중기

정년 축소에 1년만에 퇴사했지만 제품 영업하며 재창업 희망 봐

올해 2월 첫 매출에 눈물이 뚝뚝

2년 매달려 초소형 불꽃감지기 개발, 지멘스도 인정…중국 시장 다시 도전

재기 기업인 돕는 멘토 되고 싶어

[한국경제신문 ㅣ 이현동 기자] 2010년 유정무 아이알티코리아 대표(58·사진)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다. 프린터 부품 제조업이었다. 어느 날 아침 공장에 출근한 그는 뭔가 잘못 본 게 아닌가 하고 눈을 비볐다. 덜덜 떨리는 손에서는 땀이 배어나왔다. 공장 정문에 ‘폐쇄’라고 적힌 표지판이 걸려 있었다. 공장 안에는 차압 딱지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그는 중국에서 성공한 기업인이 되고 싶었다. 꿈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현지 관리를 찾아갔다. 이럴 순 없다고 하소연했지만 차가운 응답이 돌아왔다. “류셴성, 저스 중궈(유 선생, 여기는 중국이야).”

집으로 돌아왔다. 숨이 막혔다. 발코니로 나갔다. 사업 구상을 할 때 몇 시간씩 앉아 있던 곳이었다. 아파트 6층에서 내려다본 땅은 까마득했다. ‘떨어지면 잊을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있는 어머니가 떠올랐다. 전화를 걸었다. 마지막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였다. 아내가 받았다. 신기했다. 별말이 없었는데 모든 것을 안 눈치였다. “여보, 가족만 생각해요. 딴마음 먹지 말고 한국으로 와요.”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전화기를 잡고 펑펑 울었다. 모든 걸 포기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2010년 중국의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6년간 모두 7억원 정도를 쏟아부었다.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빚쟁이’란 이름표뿐이었다.

‘삼성맨’에서 홀로서기

유 대표는 한때 잘나가는 ‘삼성맨’이었다. 1983년 공채 24기로 입사해 삼성전관(현 삼성SDI)에서 기술영업 업무를 10년간 했다.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고, 인사고과도 좋았다. 승승장구했지만 마음 한쪽은 허전했다.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더 커졌다.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1992년 경기 구리시에 66㎡ 규모의 삼성전자 대리점을 열었다. 연 10억원 정도 매출을 꾸준히 올렸다. “동네 아주머니들한테 5만원짜리 밥솥을 파는 것이 40억원대 프로젝트를 수주하기보다 어렵더군요. 제품에 대해 철저히 공부하고, 싹싹함으로 무장해야 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사업이 자리를 잡아갈 무렵, 1997년 말 외환위기가 찾아왔다. 경쟁업체도 주변에 속속 들어섰다. 파는 제품은 비슷했고, 가격을 내리는 것 말고는 차별화할 방법이 없었다. ‘나만의 제품’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친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중국 사업에 ‘도전’

2004년 기회가 왔다. 친한 후배가 중국 사업을 함께 하자고 제안한 것. 프린터 부품인 롤러 샤프트에 화학도금을 해 삼성전자 등에 납품하는 사업이었다.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에 공장을 차렸다. 20억원 매출을 올리면 10억원 이상 이익이 남을 정도로 짭짤했다.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동업자와의 갈등이 첫 번째였다. 믿었던 후배는 현지 깡패를 고용해 유 대표를 협박했다. 정관 등 계약서를 꼼꼼하게 챙기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 중국인 통역사가 하는 말만 믿고 서류에 서명했는데, 이는 회사의 모든 공식 권한을 동업자에게 주는 내용이었다. 하루아침에 회사에서 쫓겨날 뻔했다. 하지만 2년에 걸친 법정 분쟁 끝에 회사를 되찾았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동업자가 유 대표 모르게 빌린 돈이 많았다. 중국인 채무자들이 매일같이 찾아왔다. 회사 허가도 취소됐다. 공장 설립을 도운 현지인이 절차를 무시하고 허가받은 것이 뒤늦게 적발됐다.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됐다. 시 정부, 법원 등을 매일같이 쫓아다녔다. ‘반전’은 없었다. 유 대표는 “의욕만 앞섰지 현지 언어와 사정에 무지했던 게 문제였다”고 말했다. 53세. 적지 않은 나이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쫓겨나면 안 된다’는 절박함

‘어디로 갈 것인가, 어떻게 갈 것인가, 오늘은 무엇을 할 것인가.’ 유 대표의 사무실에 붙어 있는 글귀다. 그는 “당시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고 말했다. “집은 날아가고,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어요. 어머니를 모실 수 없게 돼 요양원에 보냈지요. 어머니는 제가 재기하는 것을 못 보고 얼마 안 돼 돌아가셨어요. 평생 한(恨)으로 남을 거예요.”

대리운전,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 등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돈 만원 버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인지 처음 알았다. 30군데 이상의 회사에 이력서를 냈다. 하지만 나이 탓에 취업이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2011년 한 중소기업에 입사하게 됐다. 화재를 감지하는 불꽃감지기 제조업체였다. 중국 영업 업무를 맡았다.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좋아하던 술도 끊고,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났다. 출근 시간은 9시였지만, 7시면 출근해 새벽 2시에 퇴근했다. 주말에도 텅 빈 사무실을 지켰다. 파워포인트도 이때 배웠다. ‘쫓겨나면 죽는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하지만 1년 만에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가 55세 정년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또 한 번 절망했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회사 제품을 보면서 ‘더 작은 크기로, 저렴한 값에 생산할 수 있겠다’란 확신이 들었거든요. 재창업을 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됐습니다.”

100만원 들고 다시 차린 회사

유 대표는 우연히 ‘재도전 중소기업경영자 힐링캠프’란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2013년 초, 경남 통영시에 있는 재기중소기업개발원 연수원에서 한 달간 교육을 받았다. 유 대표는 “인생을 바꾼 한 달”이라고 했다. “매일 명상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았어요. ‘나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것을 보는 것보다 새롭게 보는 것이 중요하다’ 등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캠프에서 나올 때쯤 재창업 기업인을 지원하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재기를 돕는 사회적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국민행복기금 등을 통해 채무도 탕감받았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유 대표는 2013년 7월, 화재예방용 불꽃감지기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수중에 있는 돈 100만원을 들고 ‘아이알티코리아’ 법인을 등록했다. 중소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했다. 창업진흥원의 창업맞춤형 지원사업을 신청해 7000만원을 받았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는 초기 설비자금 9000만원을 비롯해 총 5억원 이상을 지원받았다.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선 ‘기술’이 필요했다. 일할 때 안면을 튼 협력업체 대표를 찾아가 도와달라고 매달렸다. 회사 최고기술경영자(CTO)로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지멘스·포스코도 인정

1년 반 동안 제품 개발에 매달렸다. 기존 제품은 크기가 컸다. 가격도 비쌌다. 더 큰 문제는 오작동이 잦은 것이었다. 사람의 움직임, 담뱃불 등을 화재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존 업체는 적외선 센서 감도를 낮추는 방법을 주로 택했다. 화재 초기 진화에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사무실에서 먹고 잤어요. 실패가 계속됐지만, 그때만큼 즐거운 때가 없었어요. 법정 싸움보다는 쉽더라고요. 실패가 자산이 된다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아이알티코리아는 올 1월 초소형 제품을 내놨다. 유 대표는 “오작동 확률은 낮추면서 초기 화재를 감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3개 센서가 적외선 파장을 감지하고,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비화재성 불꽃은 무시한다. 가격은 기존 제품 대비 30% 수준으로 낮췄다. “지난 2월 첫 매출을 올린 순간을 잊지 못해요. 한 방재회사에 5대를 팔았습니다. 통장에 찍힌 350만원이란 글자를 보는데 눈물이 뚝 떨어지더라고요.”

회사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제품 양산 8개월 만에 매출 10억원을 돌파했다. 지멘스, 포스코 등 ‘굵직한’ 회사에도 제품을 납품하는 데 성공했다. 해외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스웨덴, 스코틀랜드 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했다. 앞으로 중국시장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내년 목표는 매출 75억원입니다. 최근 회사 자본금도 5000만원으로 늘렸습니다. 100만원짜리 회사가 2년 만에 50배로 큰 셈이죠. 직원도 어느덧 9명이 됐습니다. 대출한 돈도 차근차근 갚아나갈 것입니다.”

“재기 돕는 멘토 되고 싶어”

유 대표는 꿈이 있다. 회사가 궤도에 오르면 재도전을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멘토’로 활동하고 싶다는 것. 지난 4월에 한 ‘작지만 큰 기부’는 그 출발점이다. 유 대표는 본인이 거친 힐링캠프에 기부금 200만원을 전달했다. 자신처럼 다시 일어서는 후배 기업인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실패를 한 기업이 재기에 성공하는 확률은 초기 창업 기업보다 높다고 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눈앞의 일을 꾸준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실패를 통해 배웠습니다. 현재에 충실하고, 끝없이 도전하세요.”

■ 기업인 재도전 지원 받으려면

재기지원시스템 예약하면 교육·재창업 자금 지원…4주 무료 합숙 프로그램도

실패를 맛본 기업인의 재도전을 돕는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을까.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다양한 기관이 재도전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재창업을 원하는 기업인을 대상으로 심층 상담을 하고 교육부터 신용 회복, 재창업 자금 제공까지 ‘전방위 지원’을 한다. 재기지원시스템(www.rechallenge.or.kr)에 접속해 상담을 예약하면 된다.

‘재도전 중소기업경영자 힐링캠프’도 있다. 실패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무료 합숙 프로그램이다. 경남 통영시에 있는 죽도연수원에서 4주 동안 교육을 받게 된다.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명상과 심리치료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사업 계획을 세워보기도 한다. 2011년 첫 교육을 시작한 뒤 기업인 300여명이 다녀갔다. 재기중소기업개발원 홈페이지(www.jaegi.org)에서 신청할 수 있다.

자금이 필요하다면 재창업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노려보자. 재창업에 필요한 시설 및 운전자금을 낮은 금리로 6~9년에 걸쳐 대출받을 수 있다. 단 고의 부도, 회사자금 유용, 사기 등으로 인한 폐업이면 신청할 수 없다. 한도는 시설자금 연 45억원, 운전자금은 10억원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 홈페이지(www.sbc.or.kr)에서 신청하면 된다.

신용회복위원회도 재창업 의지가 확고하고, 사업 계획이 충실한 사람을 선발해 혜택을 제공한다. 이자 전액 그리고 채무 원금을 최대 50% 감면한다. 상환기간도 연장해준다. 30억원 안팎의 사업 자금을 융자받는 것도 가능하다.

민간재기지원펀드의 문을 두드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민간펀드 운영사들은 경쟁력 있는 재창업기업에 자금을 투자해 수익을 얻는다. 큐브벤처파트너스, 캡스톤파트너스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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