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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던 촌락에 '장닭'이 홰를 친다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6.04.18일 09:26
화남현 영창촌 허명훈촌주임의 이야기

  (흑룡강신문=하얼빈) 160여세대 800여명의 인구를 가진 화남현 영창촌은 한때 많은 자랑거리를 만들어냈는데 영창촌의 전임 촌장인 김영만씨는 흑룡강성에서 처음으로 '벼재배대왕'이 되였고 대학입시제도가 회복되자 마을에서는 북경대학을 비롯하여 47명의 본과생과 23명의 중등전문학교생을 배출하기도 하였다.

  개혁개방이 시작되고 한국문이 열리면서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이 생겼는데 마을의 300여명 사람들이 해외로, 연해지구로 나가게 되였다. 20여년 사이 마을의 젊은이들이 모두 외지로 나가다보니 마을에서 촌주임을 할 사람이 없어 우왕좌왕 할 때가 많았다. 이 몇년 사이 몇번이고 촌주임을 재선거했지만 코기러기가 없는 마을은 나날이 쇠퇴해가고 황페해졌다. 마을의 중임을 떠메고 나갈 적임자가 없는가?



  허명훈촌주임(우)이 리철균지부서기(가운데), 리성식회계와 촌 사업을 토론하고 있다./김동규

  (1)

  허명훈(55세)씨는 작년 1월 어머니의 병세가 위급하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에서 고향마을로 돌아왔다. 8년만에 찾은 고향땅이였다. 마을에 돌아오니 마침 새로운 촌주임선거를 시작하고있었다. 허명훈씨가 한국에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너도나도 그를 찾아왔다.

  "명훈이, 자네가 촌장직을 맡아주게." 고향사람들의 간절한 부탁이였다. 실농군으로 마을에서 착하고 마음이 너그럽고 의협심이 강한 그를 잘 알고있는 마을 사람들이였다.

  허명훈씨는 고민하지 않을수 없었다. 한국에 있으면 한해에 10여만원은 쉽게 벌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년간 마을은 경제장부로부터 시설까지 모두 엉망이 되여버렸다. 더우기는 주변에 있는 타민족들이 마을로 들어오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있었다. 마음이 아프고 욕망이 꿈틀거렸지만 소홀하게 촌민들의 요구를 들어줄수가 없었다. 한국에서의 돈벌이도 있었지만 석사공부를 하는 딸과 안해가 모두 한국에 있었던것이다. 하루는 마을의 좌상로인이 그를 찾아왔다. "명훈이 마을을 맡아주게…" 명훈의 손을 잡은 로인의 손이 와들와들 떨리고 눈물이 좔좔 흘러내렸다. "명훈이, 자네 아버지가 로지부서기로 이 땅을 개간하고 마을을 세웠네. 제발 마을을 맡아주게…" 명훈이는 좌상로인을 와락 끌어안았다.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허명훈씨의 아버지 허재극씨는 50년대초로부터 10여년간 마을의 지부서기로 있으면서 촌민들을 이끌고 땅을 개간하고 밤과 낮이 따로없이 일하다가 일터에서 객사했던것이다.

  허명훈씨는 며칠간 실면하고 말았다. 하루는 잠이 오지 않아 밤중에 마을밖으로 나갔다. 태를 묻고 살아온 고향이였다. 어둠속에 잠겨있는 마을은 괴괴했고 주인의 손길이 가지 않은 마을은 까닭모를 설음에 신음하고있었다. '고향으로 돌아오자. 조상들이 피와 땀으로 세워놓은 마을을 지키자.'

  (2)

  3일후 마을 촌민들이 모여 촌주임선거를 했는데 허명훈씨가 만장일치로 선거되였다. 선거를 마치고 허명훈씨는 다시 한국으로 날아갔다. 이젠 한국에 있는 모든것을 접어야 했다. 안해의 마음을 돌려세울수 있는지 근심스럽고 미국으로 박사공부를 떠나는 딸의 얼굴도 떠올랐다. 허위허위 하는 마음을 안고 한국에 도착하여 안해와 딸앞에 자기의 생각을 말했을 때 안해는 단마디로 거절해버렸다. 남편을 남달리 사랑하는 안해였다. 건설현장의 숙련공으로 팀장들의 신임을 받고있어 높은 일당을 받고있는데다 남들이 모두 회피하는 촌주임을 한다기에 동의할수 없었다. 비록 고향이라고 하지만 촌사업이란 그만큼 말썽과 비난 그리고 고민을 내재하고하는 일이였던것이다. 그래도 딸의 생각이 깊었다. 사나이로 태여나 돈보다는 여러 사람들의 리익을 추구하고 아픔을 덜어주며 사회와 촌민들을 위하는 사업을 하는것이 보람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허명훈씨의 소힘줄같은 고집에 안해도 동의하고 말았다. 허명훈씨가 한국을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친구들이 찾아았다. 어떤 친구들은 호박 쓰고 돼지굴로 들어간다고 롱담을 했고 또 어떤 친구들은 고향을 믿고 맡길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허명훈씨가 한국생활을 접고 안해의 손목을 잡고 고향으로 돌아오던 날 마을에서는 술상을 마련하고 밤이 새도록 속심을 나누고 마을의 미래를 두고 담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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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돌아온 다음날부터 허명훈씨는 마을일에 뛰여들었다. 마을에는 로인들이 많고 저녁에 해가 넘어가면 마을 길이 어두워 다니기 불편했다. 그는 1만5천원의 자금을 들여 태양에너지 가로등을 세웠으며 마을길도 새로 포장했다. 그리고 마을로인들의 활동장소를 개조해 로인들이 만년을 편안하게 보낼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해주었다.

  허명훈씨가 마을로 돌아오니 사원들의 의견이 제일 많은것이 마을의 토지를 타민족에게 도급주었는데 도급비가 몇년동안 변하지 않은것이였다. 마을사람들의 리익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 허명훈씨는 작년에 헥타르당 1000원씩 올리고 금년에 다시 2000원을 올림으로써 100여만원의 토지양도비용을 올려 가구당 2000여원의 수입증대를 가져왔다. 금년봄 허명훈씨는 마을의 오수처리시설이 기계가 자주 고장이 생기고 마을의 수도도 오래동안 수리하지 않아 수질이 나빠진 현실에 비추어 100여만원의 자금을 유치하여 6월중순 전으로 모든 일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또한 촌지도부 성원들을 이끌고 김치공장 설립을 위해 자금을 신청하고 연길까지 고찰을 다녀왔다.

  허명훈씨가 돌아오자 마을은 생기를 되찾았다. 로인활동실에서는 매일 로인들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고 누구네 집에 경조사가 생기면 거기에는 언제나 허명훈씨가 있다. 며칠전 마을에 있는 박룡국씨가 뇌출혈로 현병원에 입원하자 허명훈씨는 몇번이나 촌간부들을 이끌고 병원으로 찾아갔다. 그외에도 허명훈씨는 명절이면 로인들을 찾아뵙군 하여 멀리 있는 자식보다 낫다는 칭찬을 듣는다. 비록 촌민들의 지지를 얻고 실적도 올리고있지만 허명훈씨의 앞에는 아직도 많은 시련과 곤난이 있다. 하지만 사심을 버리고 착실하게 일을 한다면 인심을 얻게 될것이고 또다시 새로운 용기와 착상이 떠올라 많은 이야기를 엮어낼것이다.

  고요한 새벽, 장닭이 홰를 치면서 울면 어둠이 서서히 밀려가고 새날이 밝아올것이다.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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