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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함의 매력/채영춘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2.05.18일 10:52

전 연변조선족자치주 선전부 부부장

(흑룡강신문=하얼빈) 엉뚱함, 사전의 해석에 따르면 분수에 지나치거나 뜻밖인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세월은 흘러도 그냥 상식적이고 분수에 맞는 일들에 익숙해져있는게 세상 인심인 것 같다. 하지만 자고로 세상은 엉뚱함에 의해 바꿔지고 미래가 열리는게 아니던가?

  오늘날 중국의 개혁개방 자체는 이전에 좌익 적이고 폐쇄적인 체제에 대한 계승이 아니라 반동이고 따라서 옛날 그 체제의 습관성으로 볼 때 엉뚱함이 아니겠는가? 이 “엉뚱함”으로 저질러지는 중국의 위대한 변혁공간에서 참으로 믿기 어려운 “엉뚱함”이 무더기로 생성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는 생각을 접을 수 없다.

  화서촌이 저지른 두 건의 엉뚱함만 봐도 그렇다. 재작년 9000만위안을 들여 미국과 유럽에서 헬기 두대를 구입하여 공중관광프로젝트를 개발한데 이어 촌에 항공회사를 만든다는 엉뚱함, 그리고 지난해에는 촌민들이 30억위안을 모금하여 화서촌에 328미터 높이의 국내 최대의 전문호텔을 신축해낸 엉뚱함, 누가 들어도 입이 딱 벌어지게 하는 엉뚱한 특대 이슈가 아닌가?

  화서촌이 저지른 이 두가지 엉뚱함은 땅이나 뚜져 먹는게 농부의 천직이라 여겨왔던 옛 관념에 대한 무자비한 반란이며 돈을 쓰려면 도시에 가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도시인들이 시골에 와서 소비하도록 하는 “시골안의 도시”발상에 힘입은 대담한 반전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재작년 봄철, 필자는 선전에 갔다가 또 다른 유형의 엉뚱함에 홀딱 사로잡혔던 적이 있다. ―물고기포획이 생계수단의 전부였던 작은 어촌마을 선전 대분촌(大芬村)이 중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유화도매시장, 세계의 이목을 끄는 유화촌(油画村)으로 변신했다! 이거야말로 마술사의 “깜짝쇼”같은 탈바꿈이 아닌가? 이는 단순히 도시화 흐름에 편승하여 전통적인 시골농촌을 현대화 도회지로 전환시킨 그런 차원의 변화가 아니라 어촌을 통채로 캔퍼스화하여 유럽 르네상스시대의 사람들도 혀를 찰 21세기 창의적예술도시의 창출이라는 그런 성격의 엉뚱함이랄가?

  이날 남방의 대분촌이라는 시골마을에서 관청에 들어선 촌닭이 된 초라한 느낌을 뼈저리게 통감하였다. 단지 유화촌거리 곳곳에 세워져있는 비너스, 다윗, 다빈치의 조각상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모나리자의 미소, 고흐의 해바라기 그리고 거리 양켠 가게마다에 즐비하게 내걸린 세계명화들이 발산하는 이국적인 예술정취 때문만은 아니였다.

  우선은 유화촌의 방대한 화가 진영과 이 진영을 리드해 나가는 시스템의 원활한 작동에 기가 질렸다. 필자가 이곳에 도착하기 며칠전 대분유화촌의 천여명 화가들은 질서정연하게 광장에 진을 치고 앉아 상하이엑스포 개막을 축하하는 유화캠페인을 성대히 벌렸다고 한다.서방나라의 광장들에서 화가들이 자기 기호에 알맞는 회구를 이용하여 시민과 관광객을 상대로 초상화를 그려주고 돈을 받는 장면은 가끔 보아왔지만 대분유화촌처럼 천여명이라는 대병력이 투입되어 만들어진 초대형의 유화사생 진풍경은 보지도 듣지도 못하였다. 거기다 행사에 참여한 천여명 화가는 대분유화촌에서 활약하는 8000여명 화가와 화공들을 대표하여 나왔다고 하니 더욱 기가 질렸다. 이 화가군체를 움직이는 조직이 대분유화촌 미술가협회, 미술산업협회 등 민간단체였다.

  다음은 유화촌의 엄청난 작품물량의 생산과 거래에 기가 질렸다. 대분유화촌의 700여개 화랑과 작업실에서 뽑아서 나오는 연간 600만폭의 유화작품이 800여개의 가게들에서 판매돼 나가 연간 1억위안 이상의 수출액을 올린다. 그 물량은 전세계 유화작품의 60%가 이곳에서 거래된다는 이야기다.(세계유화시장의 80%가 중국에서 거래되며 그중 대분유화촌이 60%를 차지한다.)

  300명 원주민이 어업위주로 살아가던 그 삶을 확 바꿔놓은 힘은 무엇일까? 자그마한 어촌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유화촌으로 변신한 비결은 무엇일까? 유화촌입구에 세상을 우러러 선언한 대분촌의 슬로건이 해답의 열쇠인 것 같다.

  “예술과 시장 이곳에서 접목되고 재능과 재부가 이곳에서 전환된다”

  대분촌의 엉뚱함은 선전사람들의 글로벌사고와 본토화 실천의 환상적인 궁합에서 비롯된 것이였음을 잘 시사하고 있다. 그래서 선전 대분촌의 엉뚱함은 매력적이다.

  필자는 그날 대분유화촌에서 반나절이란 짧은 시간을 지체했지만 시간으로 도무지 계산이 불가능한 짜릿한 충격을 받았다.

  지리적으로 대분유화촌은 세계유화생산유통기지로 변신할만한 필연적인 고리가 없다. 환경적으로도 어촌이 유화촌으로 전환할 수 있는 그 어떤 특별한 우세도 갖춘게 아니다.하지만 선전사람들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엉뚱함을 저지른 것이다.

  대분유화촌을 떠올리면서 필자는 연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연변은 지리적으로 세계미술작품생산유통기지로는 적격인 동북아복지, 삼국접경지대에 놓여있다. 유화의 성지라 할수 있는 러시아, 조선화의 발원지인 조선, 중국화의 발원지인 중국, 그밖에도 서방 각 미술유파의 회화영향이 잘 섭취된 한국과 일본이 지척에 있다. 생태적으로 연변은 문화가 꽤 발달돼있고 구소련의 영향으로 유화창작토대가 잘 갖춰진 지역이며 자체의 미술가협회, 대학교 미술학원, 군중예술관, 문화관과 같은 운영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져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두만강국제협력개발붐이 장길도선도구건설이라는 세기적 프로젝트에 힘입어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는 점이다.연변미술가들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아니겠는가? 어느 면으로 보더라도 연변이 심수의 대분촌보다 조건이 우월하다고 할 수 있다. 관건은 사람이다. 맘만 먹으면 해낼 수 있는 여건이 다 갖춰져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연변조선족자치주 당정도 두만강국제협력개발에서 미술가들이 자기의 재능을 남김없이 과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 사례로 150년 조선족이민사를 골자로 한 연변중대혁명역사제재 미술작품창작프로젝트와 관광기념공예품세트제작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당정의 결심이 미술가들에게는 단비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이 일로 미술계 지인들과 몇차례 만남을 가진 적이 있다. 결국 일은 좋은데 힘들다는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생각을 접게 되었다. 필자는 지금도 이 일을 가석하게 생각한다. 시도도 해보지 못하고 주저앉은 것이다. 대분촌의 경우라면 어떻게 됐을까?

  대분유화촌이 엉뚱함을 저지르면서 한가지 분명한 것은 세상 사람들에게 미술가들의 존재의미와 노동가치를 확실히 보여주었고 미술가들을 밀폐된 공간에서 자아도취에 빠지게 한 것이 아니라 대중과 호흡을 맞추는데 주력하도록 리드하였다는 점이다. 국내외의 미술가들을 유화촌에 결집시킬 수 있는 대분촌 미술가협회의 파워는 바로 여기서 구현되었다.

  오늘날 연변미술계에는 참으로 엉뚱함을 한번 저질려 보려는 그런 욕망과 용기가 요청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주어진 넓은 시공간에서 미술가의 존재가치를 부각시킨다는 몸가짐만 확실히 서고 부여된 미술가의 높은 책무감으로 대중의 향상되는 심미수요에 적극 부응한다는 일욕심만 똑바로 서고 연변을 동북아지역 화가들을 불러모을 수 있는 구심점으로 되게 하려는 미래지향적인 소망만 튼튼히 선다면 천지개벽의 엉뚱함이 연변에도 저질러지지 않겠는가? 왜냐하면 하늘은 늘 자신을 돕는자를 꼭 도와주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화서촌이 축적된 막강한 재부의 힘으로 저지르는 상상키 어려운 엉뚱함을 우리가 흉내낼수 없지만 선전 대분촌이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유화촌으로 변신된 그 엉뚱함은 연변도 한번 실천해 봄직하다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물론 저지른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의 잠재력을 써먹어 보지도 못하고 우물쭈물 하며 무위도식하면서 처참히 앉아 무너지기보다 엉뚱함을 한번 저질러 보려는 모험정신을 후회없이 발산함이 요청되는 그런 격정의 시대가 아닌가? /채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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