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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대형마트 이겨낸 재래시장... 여깁니다

[기타] | 발행시간: 2012.06.06일 21:32
박태신 중곡제일시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올해 말 완성 예정인 중곡시장 인터넷 쇼핑몰에 대해 설명하며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재래시장과 인터넷 쇼핑몰. 좀처럼 어울리지 않지만 시장의 전 점포가 지난 8년간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발을 맞춰온 중곡제일시장(서울 광진구 소재)에게는 현실적인 미래다.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7300명이 중곡제일시장을 방문한다. 시장 주변에 위치한 백화점 및 중·대형 마트 6개에 비해서도 확고한 생존력을 갖췄다. 여느 재래시장과 다를 것 없던 이곳의 변화는 지난 2003년 상인협동조합이 생기면서부터 시작됐다.

중곡제일시장, 2003년 협동조합 생기면서 매출 늘어


5일 낮 12시 30분. 지하철 7호선 중곡역 2번 출구로 나와 안내 팻말을 따라 5분쯤 걷다 보니 재래시장 특유의 습한 냄새와 함께 활기찬 모습의 중곡제일시장을 만났다.


시장 안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크고 작은 점포수는 모두 143개. 전국적으로 재래시장이 쇠퇴하고 있는 요즘, 중곡제일시장은 두 가지 면에서 두드러진다. 하나는 8년째 매출이 꾸준히 늘어왔다는 것, 다른 하나는 거의 모든 점포들이 협동조합에 가입해 있다는 것이다.


이곳 시장에 협동조합이 생긴 것은 2003년 11월. 재래시장 길 위에 투명한 천정을 설치하는 '아케이드' 공사를 하면서 부터다. IMF 이후 점점 침체되어 가던 시장은 고사 직전이었다. 비만 오면 열악해지는 쇼핑 환경을 바꾸기 위해 시장 상인들이 십시일반 3억 원의 공사비를 모았다. 공사 결과, 시장을 찾는 고객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없던 화장실도 생겼다.


박태신 이사장은 "이때부터 상인들이 장사에만 집중할 수 있게끔 조합에서 여러 대행 사업을 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시작은 법률 자문 대행이었다.


"'법무법인 신해'라는 곳과 저렴하게 법률 자문을 받을 수 있는 계약을 맺었어요. 조합에서 매달 14만 원 정도를 부담하고 조합에 가입한 점포들은 언제나 자기가 원할 때 법률 사무소에서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소송할 일이 있으면 변호사도 훨씬 저렴한 수임료로 고용하지요."


왜 법률 자문 대행을 추진한 것일까. 박 이사장은 "대부분 세입자인 상인들이 가장 위협적으로 느끼는 것은 사실 인근에 입점하는 대형 마트가 아니라 시장 건물주들"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중곡제일시장 7평짜리 점포의 월 임대료는 평균 130만~140만 원선. 박 이사장은 "임대료가 매년 10만 원이 넘게 오르는데, 살인적인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이전까지는 시장 건물주들이 매년 보증금과 임대료를 9%씩 올리다가 5년이 지나고 비약적으로 높은 임대료를 요구하면 상인들은 도리 없이 가게를 비워주는 게 이곳에서 흔히 반복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법률 자문을 받게 된 이후로는 건물주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협상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게 박 이사장의 설명이다.

농산물 가격 마트보다 20%가량 저렴해


조합에서 추진하는 사업은 차근차근 범위를 넓혀갔다. 2008년부터는 자체적으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할인 쿠폰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점포 상인들이 조합에서 한 장에 100원짜리 쿠폰을 구입해다가 고객들에게 구매 금액에 따라 나눠주는 방식이다. 박 이사장은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사면 포인트를 적립해 주듯, 우리는 쿠폰을 발행한다"며 "보통 1%, 많으면 2%까지 할인해 주는 점포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4년 동안 쿠폰 제도는 중곡제일시장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중곡제일시장 상인조합에서 이 쿠폰 발행으로 시장 고객들에게 돌려주는 돈은 매년 6000만 원에서 7000만 원 사이. 조합에서는 쿠폰 활용을 장려하기 위해 매주 토요일마다 쿠폰을 모아오면 50% 만큼을 더 얹어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쿠폰 만 원어치를 모아오면 조합에서 5000원을 더 얹어주는 셈이다. 올 들어서 경기 불황으로 시장 매출은 주춤하고 있지만 쿠폰 발행은 더욱 늘었다.


박 이사장은 "2011년 4월부터 진행한 배달 제도도 매일 20건 가량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점포에서 2만 원 이상 물건을 구입한 고객이 배달을 요청하면 조합에서 고용한 배달원이 집까지 상품을 가져다주는 게 서비스의 내용이다. 점포에서 배달비 중 2000원을 내면 나머지는 조합에서 부담한다.


상인들이 장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자 시장은 점점 되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2003년 128억 원 수준이던 시장의 연 매출액은 2011년에는 216억 원으로 불어났다.


매출액 규모와 함께 경쟁력도 커졌다. 이곳 시장에서 유일하게 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점포는 시장 입구에 있는 이마트 계열 대형 슈퍼마켓(SSM)인 '이마트 에브리데이'다. 18년째 이름을 바꿔가며 이곳 시장 입구에서 장사중인 이 SSM은 시장의 활기를 측정하는 간접적 기준이다. 자연스럽게 시장 상인들과 경쟁이 되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조합이 없던 2003년 즈음에는 SSM이 장사가 더 잘됐다"며 "지금은 상인들이 좋은 물건을 가져다가 낮은 가격에 파니까 SSM도 가격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농산물의 경우 일반 마트보다 중곡시장 가격이 20% 가량 저렴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서울 신촌 지역의 한 대형 마트에서 개당 930원에 판매되던 낱개 포장 애호박이 이곳 SSM에서는 2개 128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맞은편에 있는 시장 야채가게에서는 1.5배 더 큰 애호박을 2개 1000원에 팔고 있었다.


협동조합이 없었을 시절부터 시장을 지켜온 상인들은 대부분 '조합 효과'에 긍정적인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김현숙씨는 "이곳은 원래 중곡 1, 2, 3, 4동 주민들이 주로 오는 동네 시장인데 요즘은 쿠폰 때문에 다른 동네에서도 자주 온다"며 "시장 주변에 대형마트가 6개나 있는 것 치고는 장사가 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방앗간을 하는 김계식 씨는 "요즘 불황이라 어려운데 조합 사업이 없었으면 아마 손님이 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 12월엔 재래시장 제조 상품으로 쇼핑몰 열 예정


중곡제일시장 협동조합의 올해 주력 사업은 인터넷 쇼핑몰이다. 4월, 법인인 협동조합이 행정안전부에서 지정한 '마을기업'으로 선정돼 4100만 원의 지원금을 받게 되면서 시장 제조품에 대한 상표 등록과 인터넷 쇼핑몰 구축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박태신 조합 이사장은 "시장 방앗간에서 짜내는 참기름을 첫 제품으로 해서 올해는 양념육, 제사상 세트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상표 이름은 '아리 청정'. 쇼핑몰 개장은 올 연말이 목표다.


시장 건물 매입을 위한 출자금 사업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시장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인 임대료 상승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시장 상인들에게 첫 출자를 받은 지 1년 만에 쌓인 돈은 약 6000만 원. 이미 출자한 상인들을 대상으로 지난 2월에는 2% 규모의 자체 배당도 실시했다. 박 이사장은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대출을 좀 도와주면 시장 상인들이 임대료 상승에 시달리지 않고 충분히 자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통 전문가들은 중곡제일시장 협동조합의 여러 자구노력 가운데서도 출자금 사업에 특히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전통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라며 "자양시장이나 우림시장처럼 상인회가 잘 구성되어 있는 큰 시장들도 출자금은 마련할 생각도 못 한다"며 "중곡시장이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박 이사장은 중곡제일시장 협동조합의 성공비결로 조합원들의 믿음을 살 수 있는 투명한 경영을 꼽았다. 경영이 투명해야 조합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무슨 사업을 하든지 조합원들의 신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행법상 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해서는 50인 이상의 사업자등록증이 필요하며 4000만 원이 넘는 자체 자본금이 있어야 한다. 또한 협동조합이 설립된 이후에는 매년 조합 회계자료를 중소기업중앙회에 보고하게 된다. 박 이사장은 "뭐든지 감독하고 감시하는 기관이 있어야 투명하게 된다"며 "친목회 수준의 상인회를 벗어나야 변화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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