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최고 '심각' 단계로… 전국 모든 가축시장 폐쇄
영국서 백신 수입하기까지 1주일 걸려 추가 확산 우려
경기도 "연천 A형, 북한서 온듯"
농식품부 "유입 경로 확인안돼"
정부는 9일 가축방역심의회를 열어 '구제역 대란'이 터졌던 2010년 이후 7년 만에 구제역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4단계)으로 격상했다. 2010년 11월 28일 경북 안동을 시작으로 2011년 4월 21일까지 11개 시·도, 75개 시·군에서 3748건의 구제역이 발생해 소와 돼지 등 우제류 348만마리가 살처분된 바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연천 농가의 구제역 바이러스는 A형으로, 기존 보은과 정읍에서 나온 O형과는 다른 바이러스"라고 밝혔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총 7가지인데, 서로 다른 유형의 구제역이 동시에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형은 2010년 1월 연천·포천에서 6건 발견된 것이 마지막이었고, 중국에선 꾸준히 발현하고 있다.
그간 백신 정책을 O형 바이러스 대응 위주로 세운 정부는 새로운 사태 전개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O형과 A형 바이러스에 동시 대비하는 'O+A형' 백신을 구비하고 있지만, 보유 물량이 190만마리분 정도라 백신 일제 접종 대상인 소 280만마리에 모두 접종할 수 없는 상태다. 게다가 아직 연천 구제역 정밀 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아 현재 보유 중인 O+A형 백신의 효능도 장담할 수 없다. 정부는 영국 백신 제조사에 O+A형 백신 물량을 확보해달라고 긴급 요청했지만, 수입 백신이 들어오는 데는 일주일가량 걸릴 것이라고 한다.
정부 백신 정책이 문제가 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2014~2015년 구제역 파동 때는 효능이 떨어지는 물백신을 도입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농식품부와 검역본부 관계자 32명이 징계 처분을 받았다. 2015년 1월 구제역 확산 당시엔 일부 지자체에 백신이 부족한 사태까지 벌어졌다.
서상희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는 "늘 문제가 터지고 나서 그에 맞는 백신을 찾는 것이 문제"라며 "백신을 다양화해 충분히 확보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한국형 백신을 개발하지 않을 경우 2010~2011년 구제역 대란이 재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제역 발생 직후 초동 대응도 여전히 허술하다. 이날, 구제역이 지난 5일 최초 발생했던 충북 보은 젖소 농장에서 불과 1.3㎞ 떨어진 한우 농가도 구제역 간이 검사 결과 양성반응이 나와 구제역 발생 농장은 총 4곳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소에 비해 구제역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른 돼지까지 구제역이 번지면 '가축 전염병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날 확진 판정이 나온 연천 구제역과 관련해 "바이러스가 북한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지만 농식품부는 "유입 경로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