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갱 토벽·병마용 탄채 변색… 조직적이고 대규모로 이뤄져
진시황릉(秦始皇陵)이 진나라 말기에 대규모 방화와 도굴 피해를 입었으며, 이는 초패왕 항우(項羽·BC 232~202)의 소행으로 보인다는 고고학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항우가 진나라의 도읍 함양(咸陽·지금의 산시성 시안 부근)에 입성한 뒤, 30만 대군을 동원해 진시황릉을 파헤쳤다는 역사 기록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진시황릉박물관은 지난 9일 진시황릉 1호갱 3차 발굴 중간발표에서 "1호갱(坑) 내부 토벽과 병마용 등에서 불에 타 붉게 변색된 흔적이 광범위하게 발견됐다"고 밝혔다고 중국 국영 CCTV가 보도했다.
중국 산시성(陝西省) 시안(西安)에 있는 진시황릉 1호갱에서 발굴단이 9일 병마용 유적에 대한 3차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AP 뉴시스
발굴 결과 1호갱 내부에서는 부서진 병마용 조각 사이에서 검은색의 목탄(숯)이 다수 확인됐다. 또 같은 면의 토벽도 붉은색 부분과 황토색 부분이 뚜렷이 구분됐다. 조각난 것을 붙여 복원한 병마용에서도 얼굴 부분은 붉은 반면, 몸통 부분은 원래의 청회색을 유지한 것이 많았다. 붉은색의 토벽과 병마용 조각은 방화에 의한 고열로 원래 색을 잃고 변색된 것으로 발굴팀은 추정했다.
진시황릉 내부의 발화 흔적과 관련해 그동안 중국 학계에서는 자연 발화라는 설과 외부 방화라는 주장이 대립해왔다. 선마오성(申茂盛) 발굴팀장은 이와 관련, "자연 발화라면 이렇게 넓은 면적에 걸쳐 불에 탄 흔적이 발견되기 어렵다"면서 "누군가가 외부에서 들어와 병마용을 부순 뒤, 나무를 넣고 불을 지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병마용이 들고 있었을 대량의 병기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고고학계의 주류 의견은 항우가 진시황릉을 파괴하고 병기 등을 대량으로 도굴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굴 조사에서는 무장 병마용 외에 황궁 내 오락과 잡기를 담당하는 백희용도 20여점이 발굴됐다. 지하궁전에서도 가무(歌舞)를 즐기려 했다는 것이다. 백희용은 옷을 걸치지 않는 나신이 다수였으며, 키가 2.5m에 이르는 대규모 거인 도용(陶俑)도 발견됐다고 발굴팀은 전했다.
조선일보 베이징=최유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