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객실이 없습니다.” 직장인 김모씨(42)는 올 여름 휴가를 제주도에서 보내려고 리조트에 전화를 걸 때 마다 빈 방이 없다는 소리만 들었다. 콘도나 리조트 등 웬만한 곳은 1달 전에 예약을 해도 방을 구하기 어렵다는 말만 들은 것이다. 김씨는 “불황이라더니 모처럼 가족여행을 계획했다가 낭패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불황 속에서도 숙박업계는 휴가철을 맞아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예년에는 한두달 전에 미리 예약하면 빈 방을 구하기 쉬웠는데 올해는 항공권이나 객실이나 모두 예약이 완료된 상태”라며 “주말은 아예 방 잡기가 힘들어 여행상품도 호텔에 빈 방이 있는 날을 찾아 고객을 모집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이나 일본, 동남아 관광이 제주도 가는 것보다 쉽다”고 말했다.
6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올 여름 국내관광객이 예년보다 많이 늘어나 휴가지 숙박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휴가를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국내 여행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등 외국인 단체관광객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직장인 500명과 기업 500개사를 상대로 ‘하계 휴가 계획’을 조사한 결과 여름휴가를 외국이 아닌 국내에서 보낼 계획이라는 직장인이 90.8%나 됐다.
이 때문에 전국 콘도 예약률은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었다. 서울 인근의 엘리시안강촌의 경우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지도 않은 다음 주 이후부터 주말 예약률은 100%, 평일에도 95% 이상의 예약률을 기록하고 있다. 골프장 이용자들이 주 고객인 엘리시안제주도 여름철 피서 특수를 맞아 예약률이 예년 수준을 뛰어 넘었다.
지난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친 한화리조트도 상반기 가동률이 74%로 지난해보다 2%포인트 가량 높아졌으며, 7월말부터 8월말까지는 가동률이 95%를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화리조트 관계자는 “지난해 리모델링을 한 설악, 해운대, 대천을 중심으로 가동률이 급증하면서 이들이 전체 가동률을 높이는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의 투숙이 많은 국내 호텔들도 호황이다. 국내 관광객뿐 아니라 한국을 찾는 일본과 중국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여름 성수기 호텔 가동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 들어 6월말까지 한국을 찾은 해외 관광객은 533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32만8000명보다 23% 증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특히 외국인 관광객의 70~80%가 서울·부산·제주 등 3개 지역을 집중적으로 찾으면서 이들 지역의 숙박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신라호텔의 경우 서울과 제주도 모두 예약률이 평년 수준을 뛰어 넘었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회사 규정상 구체적인 예약률까지는 밝힐 수 없지만 예년 예약률을 훨씬 뛰어넘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제주도의 경우 올레길을 찾는 국내 관광객들이 증가하는데다가 외국인 여행객들이 증가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제주도 하얏트리젠시도 성수기를 맞아 평일에는 80~90% 예약률을, 주말에는 90% 이상의 예약률을 기록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미 휴가 성수기인 7월말과 8월초 예약 가능 객실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1년에 한번 있는 휴가를 제대로 보내려는 국내 관광객들과 한국을 찾는 해외관광객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불경기에도 숙박시설 이용이 예년보다 많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