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1997년 이후 20년간 사형집행 없어…'오판 가능성' 등 반론도 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요즘 세상이 참 흉흉하네요. 옛날처럼 사형을 시켜야하는데…"
서울 송파구에 사는 자영업자 장모씨(67)는 최근 이영학 사건 등 잇단 강력 범죄를 보며 한숨 쉴 때가 많다. 하루가 멀다하고 예전에는 보기 힘든 사건들이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 장씨는 최근 범죄 발생이 솜방망이 처벌과 무관치 않다고 믿고 있다. 그는 "사람을 여럿 죽인 악마 같은 범죄자들도 멀쩡히 살아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사형을 집행해야 법이 바로선다"고 말했다.
중학생 딸 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 사건을 계기로 사형 집행을 부활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년간 집행되지 않은 사형을 다시 실시해 갈수록 늘어가는 흉악범죄를 억제하고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자는 것. 하지만 사형제도 실시가 범죄 억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 등 반대 여론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31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있는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사형 집행 부활 관련 청원 게시글(8월1일~10월31일 기준)은 총 123건이다. 이 중 이영학씨 사건이 알려졌던 지난 7일 이후 올라온 사형 집행 부활 청원이 33건(26%)을 차지한다.
한국은 형법 41조에 따라 법정 최고형으로 사형을 두고 있다. 하지만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기준에 따라 현재 실질적인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12월30일 사형수 23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 이후 20년 동안 한번도 집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잔혹한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형제를 부활하라는 여론이 커지곤 했다. 2003년부터 2004년까지 21명의 무고한 이들을 살해한 유영철 연쇄살인사건,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부녀자들을 연쇄살인한 강호순 사건, 2012년 발생한 오원춘 토막살인사건 등이 불거질 때마다 국민 여론은 어김 없이 '사형제 부활'을 외치곤 했다.
올해도 8살 초등학생을 살해한 뒤 유기한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등을 계기로 사형제 부활 목소리가 시작됐다가 최근 이영학 사건 이후 관련 여론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 흉악 범죄를 억제하기 위해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것.
직장인 박지현씨(30)는 "딸 친구를 성추행 한 뒤 살해하고, 부인은 성매매를 시켰다는 이영학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며 "인간답지 않은 범죄자들의 인권을 지켜줄 필요가 있느냐. 사회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 사형을 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수연씨(23)도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딸이 죽었는데 그 부모 심정은 어떻겠느냐"며 "죗값을 치르게 하고 범죄 예방을 위해 사형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 여론도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쪽이 더 많다. 한국법제연구원이 2015년 발표한 '국민 법의식 조사'를 보면 사형제 폐지에 '반대한다'는 답변은 65.2%로 '찬성한다(23.2%)'보다 더 많았다.
반면 사형제를 반대하는 이들은 무고한 사람에게 유죄 판결을 내릴 '오판 가능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실제 미국 미주리주의 마르셀러스 윌리엄스는 여기자 살인죄로 지난 8월22일 저녁 6시 사형이 집행될 예정이었다가 형 집행 4시간 전에 중단됐다. 흉기에서 윌리엄스가 아닌 다른 사람의 DNA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형제도는 아직 있고, 결국 집행의 문제"라며 "대통령이 강력한 액션을 취해야하지만, 두고두고 '반인권적 형벌을 부활시킨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출처: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