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대화’ : 16일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 의회에서 사임 압박을 받고 있는 로버트 무가베(왼쪽) 대통령과 쿠데타를 주도한 콘스탄틴 치웬가(오른쪽) 장군이 대화하고 있다. 짐바브웨 헤럴드 제공
치웬가장군 만나 권력이양 논의
AFP 등 “시간 벌기에 나선 듯”
짐바브웨 쿠데타 이후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의 모습이 16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무가베 대통령은 쿠데타를 주도한 군부 수장 등과 회동을 갖고 향후 권력 이양에 대해 논의했다. 무가베 대통령은 군부가 요청한 즉각 사임 요청을 일단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도자 공백 사태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짐바브웨의 정국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날 짐바브웨의 친정부 유력 일간지 헤럴드는 무가베 대통령과 군부 수장인 콘스탄틴 치웬가 장군 등이 회동을 열고 향후 권력 이양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하면서 몇 장의 사진들을 공개했다.
이날 회동에는 남아프리카의 국방장관과 국가안전장관, 과도정부 구성을 중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피델리스 무쿠노리 신부 등도 참석했다. 부인인 그레이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진 속 무가베 대통령은 치웬가 장군과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편한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있는 등 비교적 평온한 모습이다.
이날 회동 이후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AFP통신 등은 무가베 대통령이 사임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군부 고위층과 가까운 한 익명의 소식통은 AFP통신에 “무가베 대통령과 군부가 오늘 만났다. 그가 사임을 거부하고 있다. 그가 시간을 벌려고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무가베 대통령과 가까운 몇몇은 무가베 대통령이 권력 이양 이후 그와 그 가족들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무가베 대통령이 일단 사임을 거부했지만 그의 퇴진은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난 37년간 장기 독재하에 있던 짐바브웨 국민이 변화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짐바브웨 수도 하라리에 거주하는 케레센지아 모요는 “우리의 상황은 비참했고 한심했다”며 “우리에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새로운 지도자 선출과 과도정부 구성을 놓고 당분간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무가베 대통령에 의해 경질돼 해외에 머물던 에머슨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이 귀국한 뒤 그가 과도정부 지도자에 오를 것 같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은 총리를 지낸 야당의 모건 창기라이 대표와도 통합정부 구성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창기라이 대표는 짐바브웨가 1980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래 철권통치를 이어온 무가베를 상대로 세 차례 대권에 도전했다가 패배한 정치인이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출처: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