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는 술자리가 많아지면서 건강이 상하기 쉬운 때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음주를 피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때가 때이니 만큼 바람직한 음주요령을 숙지하고 몸이 보내는 이상신호를 잘 살펴야한다.

연이은 술자리로 탈나기 쉬운 연말연시. 과음한 다음 날이면 괴로운 속을 달래느라 종일 고생하기 마련이다. 지끈지끈한 두통부터 속이 쓰리고 더부룩한 증상까지. 대전선병원 김기덕 건강검진센터장의 도움말로 과음 후 나타날 수 있는 몸의 다양한 신호들과 대처법에 대해 살펴봤다.

■지끈지끈 불쾌한 ‘두통’

“아~머리가 깨질 것 같아.” 과음한 다음 날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알코올로 인해 몸 속 산소가 부족해지고 혈액흐름이 빨라지면 뇌혈관이 팽창되고 뇌압이 상승하면서 두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음 후 섣불리 진통제를 복용해서는 안 된다. 특히 타이레놀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진통제는 간 손상위험을 높여 피해야한다. 알코올로 인한 두통은 보통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 하지만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고 속까지 울렁거린다면 뇌의 문제일 수 있어 전문가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타 들어가는 속쓰림 ‘역류성식도염’

과음 후 ▲속이 쓰리고 신물이 넘어오거나 ▲트림을 자주 하고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 되는 느낌이 들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통증이 있다면 ‘역류성식도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역류성식도염은 위 속 내용물이나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식도와 위 사이에는 괄약근이 있다. 괄약근의 압력이 정상적일 때는 식도와 위의 경계부위가 닫혀 있어 위 속 내용물이 식도로 올라오지 않고 음식물이 들어가거나 트림할 때만 열린다.

하지만 괄약근의 압력이 줄거나 자주 열리면 위산이 역류해 식도점막에 염증을 일으킨다. 술은 바로 괄약근의 압력을 줄이는 주요 원인이다. 또 과식으로 인해 위 내용물이 십이지장으로 채 배출되지 못해도 역류할 수 있어 안주를 먹을 때도 주의해야한다.

■‘쿡쿡’ 복통 ‘과민성대장증후군·급성췌장염’

복통, 설사 등도 과음 후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보통 배변 후 증상이 가라앉지만 증상이 계속 되면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복부팽만감과 함께 변비 또는 설사가 며칠 간격으로 번갈아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술자리가 많고 피로가 쌓이는 연말 흔히 발생하는데 입원이 필요한 질환은 아니지만 방치하면 더 심각한 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어 제때 치료해야한다. 하루에 세 번 이상 대변을 보거나 복통, 복부팽만감이 지속된다면 전문가의 진찰이 필요하다.

복통이 점점 심해지면 의심해야 할 또 다른 질환은 ‘급성췌장염’이다. 췌장은 본래 소화효소를 분비하면서 음식물의 소화를 돕는데 술을 마시면 알코올을 대사시키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췌장액이 분비된다. 이것이 십이지장으로 충분히 배출되지 못하고 역류하면 결국 췌장세포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문제는 췌장뿐 아니라 주변 장기도 손상될 수 있다는 점이다. 췌장의 염증이 심해지면 주변 조직과 장기를 녹여 심한 복막염이 발생할 수 있고 폐나 신장기능도 떨어져 매우 위험하다.

만일 과음 후 명치 끝부터 등 쪽으로 뻗치는 심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급성췌장염을 의심하고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간에도 지방이? ‘알코올성지방간’

과음에 타격을 받는 신체부위로는 간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간에 정상보다 많은 지방이 축적되는 ‘지방간’에 걸릴 위험이 높은데 그중에서도 술 때문에 발생하는 ‘알코올성지방간’을 주의해야한다.

지방간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피로감이 심하거나 오른쪽 윗배에 통증이 있고 황달 등이 나타난다면 의심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지방간을 방치하면 간이 딱딱하게 굳는 간경화나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어 의심증상이 나타났을 때 빠른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한다.

■‘꽉’ 막힌 혈관 ‘동맥경화·뇌졸중’ 등

과음은 혈관에 노폐물을 쌓이게 해 동맥경화를 일으킨다. 노폐물이 계속 쌓여 심장으로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 협심증이, 혈액공급이 아예 차단되면 심근경색이 발생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또 알코올은 뇌로 가는 혈류도 방해해 뇌졸중 발생위험을 높인다. 평소 혈압이 높거나 심장질환이 있다면 음주는 더욱 삼가야한다.

■건강 지키는 바람직한 음주요령

연말 술자리를 마냥 피할 수 없다면 몸을 덜 상하게 하는 음주요령을 숙지해야한다. 우선 술자리 일정과 횟수를 미리 확인해 어느 정도 마실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술자리가 두 번 있는 경우 한 자리에서 4잔 이하로 마시도록 계획하거나 갑자기 술자리를 잡혀 8잔을 마시게 됐다면 남은 6일간은 술자리를 가급적 피하는 식이다. 술로 인한 간 손상을 줄이려면 음주 후 적어도 48시간은 금주해야한다.

술을 마실 때도 요령이 필요하다. 술 종류에 따라 알코올흡수속도가 다른데 특히 위스키나 맥주 등은 발효주에 비해 알코올흡수속도가 빨라 많이 마시지 않도록 주의한다. 탄산음료나 이온음료 또는 다른 종류의 술을 섞어 마셔도 마찬가지다.

알코올흡수율을 낮추려면 술은 안주와 함께 마셔야한다. 단 기름진 안주는 오히려 알코올분해를 방해해 치즈, 두부 등 단백질이 풍부한 안주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맵거나 짠 국물류는 술로 이미 자극받은 장을 더 심하게 자극하기 때문에 피해야한다. 음주 30분 전쯤 탄수화물을 간단히 섭취하면 장의 자극을 줄일 수 있다.

물도 충분히 마시는 것이 좋다. 알코올이 희석돼 체내흡수율을 낮출 수 있고 탈수와 갈증도 예방할 수 있다.

<헬스경향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출처: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