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파이 암살 기도에 대한 보복으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23명을 추방하겠다고 밝히면서 영국과 러시아 관계가 냉전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영국 정부의 이번 러시아 외교관 추방 조치는 1985년 이후 30여년 만에 최대 규모다.
당시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고위직 올레크 고르디예프스키가 영국으로 망명하면서 영국이 소련 스파이 25명을 추방한 사건이 외교 갈등으로 확대돼 영국에서 소련 요원 31명이 추방됐다. 소련에서도 이에 대응해 영국인 31명을 추방했다.
변호사 겸 '비밀의 제국: 영국 정보국과 냉전, 그리고 제국의 황혼’의 저자 콜더 월턴은 "(이번 조치로)영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의 수가 냉전 시대 소련의 외교관 수보다 적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메이 정부가 영국에 58명의 러시아 외교관을 뒀는데 23명을 추방한다는 것은 거의 40%를 내쫓는 것을 의미한다"며 "매우 큰 여파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은 1971년 간첩 혐의로 소련 외교관 90명을 대거 추방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소련 당국자 15명의 입출국도 금지했다.
냉전 시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던 영국은 소련이 붕괴된 이후에도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실패했다. 1996년 외교관 첩보 논란으로 러시아 외교관 4명을 추방하기도 했다.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반대 세력이 주로 영국에 자리를 잡으면서 양국 간 외교적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
지난 2007년 러시아가 영국으로 망명했다가 독이 든 차를 마시고 숨진 스파이 알렉산더 리트비넨코 암살 사건 수사에 협조를 거부하면서 양국 관계는 더욱 악화돼 러시아 외교관 4명이 추가 추방됐다.
그러나 외교관 추방이 2018년의 러시아에 대한 올바른 전략인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월턴은 "특히 러시아의 경제적 보복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외교관 추방과 같은 냉전 시대의 낡은 전술이 사이버 공간을 통해 첩보 활동이 자행되는 이 시대에 어떻게 작용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외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