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양 가장 아름다운 며느리’ 김춘화
“로또 같은 시어머니를 만난 것이 아마 제 인생의 가장 큰 복이 아닌가 싶어요. 나보다 먼저 ‘엄마’의 삶을 사신 분, 어진 마음과 야무진 손을 가진 분, 저는 그분이 참 좋아요.”
바삐 돌아치는 현실생활 속에서 시부모를 모시면서 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것을 자신의 가장 큰 행운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녀는 바로 앞서 진행된 ‘심양시조선족녀성협회 성립 30주년 행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며느리상’을 수상한 김춘화씨다.
식당을 경영하고 있는 김춘화씨는 30여년간 남편의 양부모를 지극정성으로 모셔왔다. 3년 전 시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신 후 현재는 85세 고령의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저희 친정어머니가 평생 시부모님을 모셨거든요, 어릴 때부터 그것을 보고 자라서 인지 시댁 어른이 계시는 집에 시집가서 다함께 사는 것이 꿈이였어요.” 결혼 초기 주변 친구들로부터 “고부사이는 생각보다 감당하기 힘들텐데”, “가깝고도 먼 사이가 바로 고부사이야, 잘 생각해봐.”라는 충고를 종종 듣군 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남편을 반듯하게, 남 못지않게 키워준 시부모님이 무척 존경스럽고 그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고 말하는 그녀이다.
30여년간 한집 살림을 하다보면 사소한 모순들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그녀는 고부 사이는 모순적이고 대립적인 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인 관계라고 자신의 립장을 전했다. 모순이 생길 때 그들은 서로를 탓하기 보단 서로의 립장에 서서 리해해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보니 모순들은 어느새 ‘해프닝’으로 마무리되고 둘 사이는 더욱더 애틋해졌다.
“어딜 가나 며느리 칭찬을 늘어놓는 저희 시어머니는 참 따뜻하고 배려심 깊은 분이예요. 식당일로 정신없다 보니 시부모님이 집안일을 많이 도와줬죠. 본인은 신경쓰지 말고 우리만 편안하게 잘 지내면 된다고 하시는 분이예요.” 그녀는 자식으로서 베푼 것 보다 받은 게 오히려 더 많아서 항상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아내’, ’엄마’, ‘딸’, ‘며느리’…결혼을 한 뒤 몸에 붙어있는 명찰만큼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역할도 다양해지기 마련이다. 행복한 삶은 행복한 관계로부터 온다. 김춘화씨는 ‘인생 로또’와도 같은 시어머니에게 하나씩 배워가며 이 모든 역할들을 현명하게 감당해내고 있다.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남겨진 어머님을 볼 때마다 짠하죠, 사람이 나이가 들면 웬지 더 가엽고 작아보이잖아요.” 그녀는 남편과 함께 평생 시어머니를 모실 계획이라고 전했다. ‘나만 잘살면 된다’는 현시대 각박한 인심 속 보기 드문 효심이다.
“완벽한 타인에서 가족이 된다는 것은 너무 감사한 일이잖아요.” 김춘화씨는 한지붕 아래서 시어머니와의 평범한 하루하루가 더없이 소중하고 행복하다고 전했다.
김연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