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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과 외로움에 물든 황혼의 노을 빛

[인터넷료녕신문] | 발행시간: 2019.04.11일 09:32
그리움과 외로움에 물든 황혼의 노을 빛

—故 김군작가의 유고시초를 읽다

최철

소설과 수필에 전념했던 김군(본명:김진수)작가가 80여수의 유고시초를 남겼다는 것은 유고집이 출간되면서 알게 되였다. 퇴임 후 5년간 창작 된 유고시초들은 그리움과 외로움에 일상을 채워갔던, 황혼의 노을빛으로 고인의 문학인생의 마지막 장을 가을단풍처럼 애틋하게 장식했다.

봄비 내리는 그리움의 계절, 인정 많고 따뜻했던 김군작가의 유고시초를 음미하며 시의 향연에 젖어본다.

(1)

“높고 푸른 하늘에 솟구쳐 가다간/어느새 잽싸게 내리 꽂히더니/번개같이 물을 차며 날아선/쏜살같이 숲속으로 사라지오./아, 내일의 원정길 앞두고/어미제비 뒤따르는 햇제비/찬이슬 맞으며 단풍잎 날리며/담력을 자래우고 날개를 굳히오”

(1981년, “햇제비”)

“등잔불아래 물레바퀴 윙윙-/ 실 뽑으며 옛말이 끝없던 할머니/밤도와 양말 뜨던 어머니/짚신 신고 삼촌 따라 세배 가던/ 나의 동년시기/그때의 그 모습들이…// 오, 물레여/ 내 오늘 기와집 삼간 덩실 세우고/ 소실 되어가는 네 이름과 더불어/ 치부의 한길에 나섰거니/ 복 제비 날아들기 바라지 않고/오직 로동과 창조로 새로운 이야기를 엮어 가리라!”

(1984년,”물레”)

이 시는 화자가 20대에 창작한 두 편의 처녀작이다. “햇제비”는 원정을 위해 의지를 자래우고 날개를 굳히는 “햇제비”의 이미지를 빌어 젊은 날에 문학의 길로 원정을 떠나려는 화자의 문학의지가 표현 되였다면 “물레”는 소실의 운명을 면치 못한 “물레”를 보며 할머니와 어머니의 근면한 로력을 련상하며 로동과 창조로 삶을 풍요롭게 가꾸어가겠다는 화자의 생활지향을 서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유고시집에서 “햇제비”와 “물레” 두 편의 시를 제외한 시초들은 작가가 2005년12월11일부터 2010년 8월 29일까지 퇴임 후의 삶과 서정을 읊은 시편들이다.

김군작가의 많은 유고시초는 일상을 스케치하면서 인간의 보편적 정감과 생의 허무함을 읊고 있다.

“기어코 눈이 내린다./한가을 들녘같이/ 텅 빈 이 내 마음의 텃밭에/ 함박눈이 내린다. 순간/ 마음이 하얗게 빈곤하다/찾아갈 친구마저 생각이 나지 않는다./조용히 담배연기만 실실이 나와 함께다/ 주인 없는 눈 한 송이 내 것 없는 하루다//”

(시 “고독에서”)

고독은 지적인 인간들의 인지상정이며 절절한 그리움에 젖어들게

한다. 시에서 화자의 절절한 그리움은 하얀 눈송이처럼, 흰 연기처럼 공허하고 허무하다. “담배연기만 실실이 나와 함께다”, “눈 한 송이 내 것 없는 하루다”의 시어에 화자의 고독과 그리움이 진하게 느껴 온다.

(2)

유고시초를 살펴보면 여러 시편에서 경험과 지혜의 주지적인 것을 강조하며 시화하고있다.

“락조에 비낀 서글픔이/세월이 매겨준 주름이/생기로 살며시-/마음의 거울을 닦아봅니더//누군가의 눈길이/아침마다 어김없이/이 얼굴을 지켜보는 듯/그 땜에 열심히 화장합니더//마음을 배신한 고놈의 입은/이 나이에 뭐- 종알대어도/이 마음의 진실은 그냥/들국화련정 절감합니더//화장술에 취한 예쁜 얼굴이/세월의 서글픔을 멀리/누굴 챙겨 주름잡아 웃는지/그 땜에 거울을 봅니더”

(시 “쉰 넘은 사람이 거울을 봅니더”)

거울은 실상과 허상의 오묘한 철학적 사색이 내포돼 있는 매기물이기도 하다. 인생 50은 자아반성, 자아관조의 시점이기도 하며 허위와 과오, 흔들림과 방황을 용서할 수 없는 나이다. 인생 50은 진실과 진심으로 정제된 일상과 삶이 약속되는 시점이다. “쉰 넘은 사람이 거울을 ”보는 리유는 무엇일가? 쉰 넘은 사람이 거울을 보는 이유는 철저한 자아관리를 위해서이고 세월의 서글픔을 멀리하기 위함이며 좀 더 자신감을 채우기 위함이다. 화자는 그 리유를 이미지화 하고 있다.

“밥 짓는 소리에 새벽잠을 깬다/눈을 비비며 창밖을 바라본다// 흰 연기 기둥들이/동네의 하늘우로 뻗는다// 찬 겨울이 집안에서 녹는다/북극곰이 후대걱정을 한다//”

(시 “굴뚝이 만든 갈등”)

이른 아침, 화자는 찬 겨울 집안을 녹이는 굴뚝과 북극곰의 후대번식을 고민한다. 안간과 자연이 더불어 공존하는 것이 인류의 영원한 과제다. 인류의

탐욕을 자연은 미세먼지로 푸른 하늘을 부옇게 도배하여 환상적인 밤하늘도 “별” 볼 일도 없게 되였다.

“삼복의 어느 날/따가운 점심나절//나무 잎 하늘하늘 바람은 분다/땀에 절은 감각은 바람이 없다// 분면 바람은 부는데/바람이 없으니 더워죽겠다/푸념 질이다!//”

( 시 “왜곡”)

있지만 없고 없지만 있다. 화자는 부르짖듯 왜곡된 현실을 “푸념질”하면서 “더워 죽겠다”고 답답함을 하소연한다. 있지만 없는 것, 없지만 있는 것은 우리가 사는 이 땅의 문화이기도 하다. 시 “왜곡”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문화를 반성케 한다.

“꽃의 아양/꽃잎의 예쁨//꽃을 보며 뿌리를 생각하는/어리석은 사람은 나만 일가?//

” (시 “꽃과 뿌리”)

꽃향기와 꽃잎의 저력은 뿌리다. 꽃의 아름다움과 꽃잎의 싱그러움을 보며 뿌리를 생각하는 사람은 분명히 어리석음은 아니다. 뿌리보다 꽃이 먼저 지고, 잎이 먼저 시들고 지게 되는 것은 뿌리를 망각한 자연의 징벌이 아닐까? 인간이나 사회나 근본에 대한 관조는 어리석음이 아닌 지적인 사유의 향연이다.

부옇게 떠돌던 안개가/이슬방울로 꽃잎에 아롱할 때는/묵묵히 밤이란/ 기나긴 세월의 축척들 거쳤다”

(시 “이슬방울”)

이슬방울이 꽃잎에 아롱지려면 묵묵히 밤이란 시간의 축적을 거치듯 모든 결과와 아름다움은 기다림이 동반된다. 화자는 기다림의 미학을 진로의 시적 이미지로 그리고 있다.

“비가 온다/집안에 갇힌다/그래서/영혼은 갇힌 몸을 떠난다/그리움 멀리/추억도 멀리/껍질뿐인 빈 집안엔/외로움이 조용히 잠든다//”

(시 “비가 오면”)

비(雨)와 비(悲)는 서로 닮은 발음 때문일까? 비(雨)가 오면 우리의 기분도 비(悲)에 젖어들어 눅눅한 마음은 어디론가 따나고 싶고, 마음이 떠난 빈집엔 껍데기만 외롭게 덩그러이 남겨진다. 하지만 빈 집에 늘 부메랑이 되여 돌아오곤 하는 마음은 항상 소중하고 아름답고 따뜻한 무엇인가를 주워 오기도 한다. 이슬과 꽃과 비를 보면서 떠났던 화자는 그리움의 주옥같은 시를 주워 왔던 것이다.

“얼굴이 검다/멀리 말아요/내 곁에/ 그대 잠간 머물러 봐요/타면서 타면서/그대 위해/ 장밋빛보다 더 붉은 숯이랍니다”

( 시 “숯의 노래”)

이 시는 숯의 가치와 인간의 고약한 선입견을 경계하고 있다. 숯의 가치는 빛깔이 아니라 연소이다. 하지만 고약한 인간들은 숯의 가치를 외면하고 그 표면의 빛깔에만 그치고 스쳐가는 것이 일반이다. 알아야 사랑한다. 알려면 머물어야 하고 다가가야 하고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장미처럼 예쁘고 은은히 아름다운 가치를 알게 되며 그것을 사랑할 수 있다. 숯은 검지만 머물러 타는 것을 지켜보면 장미보다 붉고 따뜻하다. 김군작가 그 자신이 바로 숯같은 사람이다. 훤칠한 키에 과묵한 성격, 강해보이지만 여리고 자상하고 따뜻한 사람이 내가 아는 김군작가다.

(3)

유고시초에서 “집 떠난 님이 그리워”라는 시제의 계렬시 20수는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하여 해외에 나가 일하는 안해에 대한 그리움과 진솔한 사랑을 읊고 있다.

“님이 정을 담아 쓰던/물바가지가 빠개졌다//바삐 거리로 물바가지 사러 나선다//어데 가 살지?// 님이 없는 빈 가슴은/거리를 훑는다//갈팡질팡//물바가지는 샀지만/사랑한다 정 푸줄 녀인은 없다//”

(시 “물바가지”)

“각시적 예쁘던 님의 보조개/개울물에 띄워보며 세월이 흘렀다//아낌을 모르던/그 향집 개울물은 말랐다//님의 젊음을 갉아먹은 쥐같은 사내/띄워버린 그 세월이// 회한의 그리움이/산처럼 무겁다//”

(시 “보조개”)

계렬시 한편, 한편은

해외에서 고달픈 노동의 일상을 지내는 안해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지난날, 안해를 많이 아끼고 사랑해 주지 못한 회한의 아픈 마음이, 그 애절함과 사랑이 가식 없이 진솔한 이미지로 그려져 감동적이다.

(4)

유고시초에 련시조 두 수는 창작 된 날짜를 보아 김군작가의 마지막 유고 작이다. 이 두 수의 시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참 같은 시여서 숙연해 진다.

“백발은 어정어정 어디로 가는 걸가/가는 길 끝자리가 인생의 마감인데/어제 같던 이팔청춘 백발이고 나섰구나!//세월은 쏜살같이 무정히 흘렀건만/노인장 걸음글음 왜 저리 느린 건가/못 다한 인생담 엮어가는 길이라서?//돌부리 조심조심 가는 길 살피소서/ 강 건너 손군들이 마중길 나섰거니/늙은 게 죽지 못해 산다는 거짓말은 마이소!//”

(시 “백발”)

누구나 세월에 청춘을 헹구어 백발로 인생의 황혼 길을 떠나기 나름이다. 화자는 “백발”의 황혼 길이라도 “조심조심 살펴서” 갈 길이다고, “강 건너에 손군”들의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흐리울가 살펴서 갈 길이다고, 가는 길 사라질 때까지 “늙은 게 죽지 못해 산다”는 “거짓말”은 하지 말고, 맑고 밝고 깨끗하게 살다 가야한다고 하소연 한다. 시 “백발”에는 인생의 가을을 맞아 단풍처럼 피어난 사나이의 어진 향기가 은은히 풍기고 있다.

“이 한생 자국자국 남긴 게 무엇이냐/명예와 욕망이란 건방진 게임이나/그래도 그 땜에 살아온 인생길이 아닐 고?//이름자 석자 이름 천년에 새긴다고/담차게 덤벼 치다 상처만 고인 가슴/그래도 살아왔노라 술잘 들고 그때는…/그때는 맨손으로 호랑이 잡았다듯/겁 없던 욕망으로 지친 세월 찌우고/여생의 빈 잔에 따르는 술 한 잔에 웃쇠다.//”

( 시“살아온 리유”)

문인에게 문학은 그때 살아온 인생길의 자국이며, 삶의 빈 잔에 채워진 맑고 화끈한 술이며 행복이다. 문학을 삶의 치열한 콘텐츠로 삼고 짧은 세상을 살다간 김군작가는 그리움에 외로웠고 고독했지만 그의 삶은 경이롭고 그가 남긴 소설과 수필과 시초는 토장국처럼 감미롭고 친절하다.

(5)

김군작가의 유고시초는 일상에서 보고 느낀 평범한 생활환경의 모습을 화두로 감정의 결을 길어 올리며 서정의 근원을 스케치 했을 따름이다. 유고시초는 시적기교를 강조하여 생경한 시어와 구조를 만들어낸 시가 아니다. 정직하게 화자의 서정을 소박한 필치로 표현한 읽기 쉽고 성실한 시편들이다. 화려하고 감각적으로 형상화하지도 않았다. 현대시의 형식적 특징만이 있는, 생략과 행만이 있는 산문적이고 서술적이다. 시에는 작자의 일상과 서정이 그림처럼 고스란히 비껴있으며 고독과 쓸쓸함, 그리움과 허무함이 기조를 이루며 사회와 인생에 대한 사고와 관조가 묻어있고 평범했지만 치열했던, 그가 꿈꾸며 가꾸어 온 삶의 의미와 문학에 대한 사념이 흐르고 있다.김군작가의 시세계는 삶의 윤리가 풍겨오는 서정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리얼리즘의 서정시이다.

조개는 죽어서 껍질만 남긴다. 속살은 사라졌지만 남기고간 조개껍질에는 바다의 바람과 해볕에 출렁이는 파도소리가 들리고, 바다의 달고 쓴 소금 맛이 풍기며 갯벌의 특유한 냄새가 진하게 진동하고 있다. 유고시 80수는 김군작가가 세상에 남기고 간 조개껍질이며 그 자신이 느끼고 지향했던 사회와 인생과 사랑의 진 맛이 담겨져 있다.

2019/03/20/

cuiz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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